물비늘전망대, 용댕이 쉼터 물위를 걷는 데크길 기대
옥천신문 인턴기자들, 4일 향수호수길을 걸어보다
미리 가본 향수호수길, 자랑할 만한 호수절경 하지만 아쉬움 남아

향수호수길의 자랑, 물비늘전망대를 지나 마치 호수 위를 걷는 듯한 데크로드가 나온다.
향수호수길의 자랑, 물비늘전망대를 지나 마치 호수 위를 걷는 듯한 데크로드가 나온다.

 

전국에 3천여 개가 넘는 등산로,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개수만큼이나 특별한 곳을 찾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번 달 9(), 조금 특별한 등산로 하나가 우리를 찾아옵니다. 앞서 2011년 조성된 향수바람길은 10억 원 예산 투자에도 험준한 등산길과 관광객 유인책 미비로 이용률이 현저히 적어 예산 낭비라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이에 옥천군은 2016, 수북리부터 장계관광지까지 흙길과 데크를 통해 편안히 걸을 수 있는 녹색탐방로조성사업을 발표했습니다. 총 예산 67억 원이 투입된 녹색탐방로는 201710월부터 착공에 들어가 지난 627, 주민 투표를 통해 향수호수길로 명칭이 변경됐습니다.

군 문화관광과 관광개발팀 박범진 담당자는 향수호수길을 옥천9경 중 하나로 지정하고 관광사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향수호수길은 옥천읍 수북리 산 1-1부터 안내면 장계리 산 21-6까지 총 연장 5.4km입니다. 20201월 개관 예정인 옥천전통문화체험관에서 한옥 숙박 체험을 하고 정지용 생가, 육영수 생가를 거쳐 향수호수길로 장계관광지까지 알찬 12일 관광코스로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는 군요.

9일 옥천선사공원 야외무대에서 옥천군체육회가 주관하는 옥천향수호수길 걷기대회가 개최됩니다. 준공식 겸 향수호수길을 처음 선보이는 행사입니다. 오전 830분 준공식을 시작으로 10시에 본격적인 걷기대회가 열립니다. 코스는 선사공원에서 출발해 물비늘전망대가 있는 데크까지 간 후, 돌아오는 왕복 4km 코스입니다. 12시부터는 다녀온 사람들로 한해 경품추첨을 진행합니다. 행사가 열리기 전, 저희 인턴 기자들이 먼저 향수호수길을 걸어보았습니다. 시각, 후각, 청각, 촉각을 끊임없이 자극하던 짧은 여정을 전합니다.

 

흙길과 데크로 부담 없는 산책길 끝에 펼쳐진 대청호 절경

 자동차 유리 너머로 향수호수길 안내 표지판이 나타났다. 표지판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 어수선한 공터 가장자리에 먼지 하나 없이 갓 만든 티를 내며 서 있었다. 공터 한 구석에 차를 세우고 표지판을 자세히 보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 표지판에는 날망마당부터 물비늘전망대, 황새터, 용댕이 쉼터를 지나 주막마을까지 향수호수길 구간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더불어 향수바람길과 주막마을부터 장계관광지까지 연결된 길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안내되어 있었다. 대략적인 지리를 머릿속에 담고 본격적인 산책에 나섰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 선보이기 전, 아무도 밟지 않는 부드러운 땅에 먼저 발을 디뎌보았다.키가 큰 나무들이 즐비해 있는 입구부터 바로 흙길이 시작됐다. 굴삭기로 다듬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바퀴자국이 아직 남아있다. 주말이 되면 바퀴자국은 없어지고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여느 흙길이 그러하듯 비가 오면 질척거리기도 하고 물웅덩이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가 오고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는 것이 흙길을 매력일 것이다. 흙길은 완만하게 경사진 길이 나오기도 하고 휴식 같은 평지가 나오기도 한다. 거닐다 보니 군데군데 바닥에 밤송이, 도토리가 떨어져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게 한다. 오래간만에 흙길을 밟으니 특유의 흙 내음과 타박타박 흙 밟는 소리가 반가웠다.

몇 걸음 더 걷자 공사 표지판이 세워진 넓은 공터가 나왔다. 공터크기로 보아 여기가 날망마당이었을 것 같았다. 이곳은 전망데크로 꾸며진 날망마당 대신 이 자리에 향수호수길 관리사무소 및 매점 등 편의시설 부지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은 아무 건물도 없는 이 공터가 어떻게 바뀔지 상상하며 가던 길을 계속했다.

넓은 공터를 지나니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만한 너비로 길이 좁혀졌다. 길 양옆에는 아직 만개하지 않은 단풍으로 다채로운 색채가 펼쳐졌다. 사부작, 사부작. 바람이 불자, 초록색, 노란색, 주황색 등 같은 나무에 달린 서로 다른 색깔의 나뭇잎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여기에 저 높은 곳 어디선가 들리는 새소리와 흙 밟는 소리가 더해져 귓가를 간질였다. 도시에 살면서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차 소리는 어느새 사라지고, 오로지 자연이 만들어 낸 소리만 들렸다. 마음속에서 여유가 몽글몽글 피어올라 괜스레 걸음을 늦춰 주변 풍경을 차근차근 눈에 담았다.

길은 걷기에 어렵지 않았다. 오르막과 내리막 경사도 크지 않았고, 흙길을 밟으니 발목에도 부담이 없었다. 가벼운 트레킹을 위한 길로써 자전거를 이용하기보다 걷기에 적합했다. 햇빛이 뜨겁게 느껴질 때 즈음엔 그늘이 나타났고, 몸이 좀 차다 싶을 때 다시 햇빛이 나를 감쌌다. 맨투맨 티셔츠 한 장만 입었는데도 춥기보다 기분 좋은 열이 느껴졌다.

등허리로 땀이 아주 살짝 맺힐 때쯤, 오늘의 목적지 데크가 나타났다. 데크를 향해 가는 와중에, 또 다른 샛길이 나왔다. 길 끝을 보니 용의 허리처럼 휜 다리가 보였다. 다리에 가까이 가니, ‘물비늘전망대란다. 물비늘전망대는 원래 상수도를 공급하던 취수탑 시설이었다고 한다. 1982년 이원정수장이 설립되면서 이 취수탑은 운영이 중단되고 2011년 향수바람길과 함께 지금의 물비늘전망대로 조성됐다. 향수바람길 중 수복리에서 장계리까지 구간은 물비늘전망대에서 대청호 전경을 찍으려는 사진작가들로 유일하게 붐비는 코스였다고. 이곳에서 보면 금강의 반짝이는 물비늘을 감상할 수 있단다.

그럼 직접 확인해봐야지. 용의 등허리 같은 다리를 따라 건너니 강 내음이 먼저 나를 맞이했다. 몇 발자국 더 나서 전망대에 들어섰다. 대청호와 건너편 산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절경이었다. 산을 경계로 강과 하늘은 같은 색이었고 구름이 하늘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대청호는 햇빛을 받아 금가루를 뿌린 듯 반짝였다. 이게 물비늘이구나. 정말로 물에 비늘이 있는 듯 했다. 건너편으로 생소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낚싯배를 이용해 동이면 안터마을로 건너가고 있었다. 물비늘전망대는 왜 사진작가들이 비박까지 하면서 하루를 꼬박 보내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만큼 적절한 위치에 있었다. 다만, 67억원이라는 큰 금액으로 물비늘전망대를 리모델링할 수는 없었나보다. 새롭게 조성된 향수호수길과 대비되는 지저분함이 옥에 티였다.

물비늘전망대를 나와 잠시 고민을 했다. 왔던 길을 살짝 되돌아가 아까 봤던 산 쪽으로 향한 데크로 갈까, 대청호를 따라 걸을 수 있는 데크로 갈까. 나무조차 없이 이 장엄한 경관을 그대로 보고 싶어 호수길을 선택했다. 데크를 따라 걸으며 고개는 오른쪽으로만 고정했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바뀌는 호수를 보다 보니 어느새 데크가 끝났다. 그 끝에는 아까 본 산 쪽 데크와 연결되는 계단이 있었다. 이번에는 색다른 풍경을 봐보자는 생각에 계단을 따라 올랐다. 산으로 난 데크를 따라 걷다, 데크에 페인트칠을 하는 인부들을 만났다. 페인트칠을 하는 것을 보니 정말 완공이 코앞에 왔나 보다. 갈색 페인트로 데크에 때깔을 입히는 그들을 뒤로 하고 길을 다시 나서니 앉아서 쉴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작은 공간이 나왔다. 그곳에 앉아 다시 호수를 바라봤다. 머리 뒤 나무의 가지가 내 눈앞까지 길게 늘어져 호수를 바라보는 내 시선과 겹쳤다. 낙엽이 반 쯤 떨어진 나무 가지와 대청호, 흰색 구름이 그려진 하늘과 산맥. 한 폭의 그림이 순식간에 뚝딱 만들어졌다. 카메라 셔터를 여러 번 누르고 다시 차가 있는 곳을 향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경치는 최고, 순환코스 아닌 점은 아쉬워

맑은 하늘과 드넓고 긴 대청호가 만든 경치는 정말 아름다웠다. 산책길 내내 대청호는 길게 늘어서 내 옆에 있었다. 앞서가던 사람도 중간 중간 걸음을 멈춰 풍경 사진을 찍느라 뒤쳐가던 사람과 다시금 발걸음을 맞추게 되는 길이었다. 옥천군은 이번 산책길과 향수바람길을 비교하며 대중화로 차별성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었는데, 이에 걸맞은 산책길이었다.

아직 데크가 완성되지 않아 가보지 못했던 황새터와 용댕이 쉼터도 기대가 됐다. 옥천군은 황새터의 일부 구간을 유리잔도로 처리해 좌, 우뿐만 아니라 위, 아래 경치 모두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황새터는 12월께 완공될 예정이다. 특히, 군 문화관광과 황수섭 과장은 용댕이 쉼터를 가리키며 향수호수길 하이라이트라고 칭했다. 3.5km 데크 구간으로 이루어진 용댕이 쉼터는 차양과 안전 난간이 설치되어 물비늘전망대와는 또 다른 절경을 선사할 예정이다. 반면, 산책길 순환코스 안 되는 점은 아쉬웠다. 물비늘전망대까지 가는 길은 새로운 풍경을 감상하며 신나게 걸어갔지만, 되돌아오는 길은 이미 한 번 본 풍경보다 땅을 보며 걸음을 재촉하기 바빴다. 주차장까지 똑같은 길이 아니라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 다른 길이 있었으면 산책하는 재미가 훨씬 부가됐을 것 같다. 이와 같은 지적에 박범진 담당자는 관광객들의 경우 선사공원에서 산책을 시작해 장계관광지까지 걷고, 이들을 태운 버스가 장계관광지에서 다시 태우면 순환코스의 단점을 조금 보완될 것이라고 답했지만, 버스까지 타고 오는 외부 관광객이 아닌 정작 이 산책길을 매일 이용할 수 있는 주민들을 위한 대안은 아닌 것 같아 아쉽다.

이와 함께, 낙후된 모습 그대로였던 물비늘전망대가 대청호 절경의 유일한 흠이었는데, 담당자는 이는 추후에 보강될 것이라고 답했다. 오는 9일에 열릴 걷기대회는 향수호수길 완공을 3년간 기다렸던 주민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자리인 만큼 남은 기간 동안 아쉬운 부분이 조금이라도 보완되길 바란다. 이번 행사에 많은 분들이 참가해 가을을 느끼고 우리가 느꼈던 것을 느껴보길 바란다. 향수호수길이 지역주민들에게는 부담 없는 산책로가 되어주고 가족단위 관광객, 각종 산악회의 새로운 관광지가 되길 희망한다.

향수호수길인데 잘못 적혀져 있다. 바람길은 등산로이고 호수길은 산책로이다. 자료제공 옥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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