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동이초에서 열린 ‘찾아가는 미술관―고흐전’ 수업
고흐 그림 감상‧초상화 그리기‧스크래치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

고흐 '씨 뿌리는 사람'

[작은학교 이야기] 어떤 작물도 하루아침에 자라지는 않는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햇볕과 비, 또 적절한 온도가 있어야 한다. 어찌 됐든 가장 첫 번째 순서는 씨를 심는 것.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는 일을 일종의 성장과정으로 본다면 초등학교는 학생들 마음에 씨를 심는 일을 가장 많이 할 테다. 지난달 29일 동이초에서 진행된 '찾아가는 미술관' 수업도 그 중 하나다. 

동이초가 유아공연업체인 지니어스박스를 통해 예술체험교육 중 하나로 학교에 직접 고흐전을 열었다. 고흐 동영상을 보고 스크래치 그림을 그리고 초상화 그리기, 만다라 색칠하기, 아를의 밤 풍경에서 동요를 배우고 율동을 하기도 했다. 작은학교에서 열리는 수업, 어떻게 보면 '오늘도 참 즐거운 수업이었다' 할 수 있겠는데, 옆에서 바라보는 선생님들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애들이 미술이나 그림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준비했는데, 그런 거 같죠?" 갸우뚱하고, 웃으신다. 

29일 동이초등학교에서 '찾아가는 미술관_고흐전'이 열렸다. 고흐 동영상을 보고 스크래치 그림도 그리고 초상화 그리기, 만다라 색칠하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진행됐다. 
'내가 그린 스크래치 그림과 함께!'

■ 작은학교 선생님 이야기 "학생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미술관이 어디 없을까 했죠"

작은학교 미술 선생님들은 고민이 깊다. 교내 활동 밖에 미술전 관람 등 학교 밖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은데 마땅한 게 없다. 옥천은 물론이고 가까운 대전이나 청주에서도 찾기 쉽지 않다. 

"피카소전이나 오르셰전이나, 전시회가 열려도 대부분 서울에서 열리죠. 모네전은 가끔 지역에서도 하는데 실제 그림이 아니라 미디어를 이용해 '빛으로 보는 모네전' 이런 식이거든요. 매번 서울에 가는 건 어렵구요(한숨,웃음). 어떻게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는데 우연히 삼양유치원에서 '지니어스박스(유아공연 교육문화 컨텐츠 제공 업체)'가 여러 체험활동을 진행하는 걸 봤어요. '우와'했어요. 전시회에 직접 가는 것도 좋지만, 생각을 바꿔서 전시회를 학교에 차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거죠." (동이초 우산분교 신지혜 분교장)

"가장 좋았던 건 역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다는 거예요. 전시회장은 절대정숙인데 초등학생들을 조용히 시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서...(웃음) 아이들 눈높이에서 고흐에 대해 마음껏 물어보고 뛰고 웃고 할 수 있다는 게 오늘 수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인 거 같아요." (동이초 박인숙 미술교사)

'열심히 준비한 건데, 혹시 딴짓하는 친구들 보면 답답하지는 않으셨어요?' 쉽지 않은 기회, 고르고 골라 만든 수업인데 간혹 크게 관심 없어 하는 학생들을 보면 아쉬울 만하지 않나. 문득 물어보니 선생님은 웃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아이들이 20분이라도 처음 듣는 이야기를 계속 바라보고 있는 건 드물거든요. 물어봤을 때 한 두명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고, 신나게 웃는 아이들이 있고, 또 마음에 희미하게라도 그림이 남아 있다면 오늘 수업은 성공적인 거예요." 

동이초 우산분교 신지혜 분교장의 말이다.

열심히 만다라를 색칠 중인 동이초 학생들

■ 작은학교 학생 이야기 "고흐 선생님, 어떻게 하면 그림을 쉽게 그리나요?"

지난달 29일 오전 7시30분, 채윤 학생(6학년)은 학교에 등교했을 때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했다고 했다. 미술관을 많이 안 가봐서 오늘 수업이 더욱 기대됐다고. △고흐와 함께 하는 아를 여행 △별이 빛나네 △고흐 미술관 △고흐 아뜰리에 등 반마다 붙은 팻말을 보며 흘깃흘깃 안을 들여다봤다. 

우산분교에 다니는 세빈 학생(6학년)은 고개를 갸우뚱. 세빈 학생은 평소 수학에 관심이 많아 '오늘 수업에는 특별히 관심이 없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채윤 학생은 세빈 학생이 말하는 것만큼 뾰로퉁하지 않다는 걸 안다.

세빈 학생은 '고흐와 함께 하는 아를 여행' 수업에서 다른 학생들 만큼 눈을 빛내고 있었다. △씨 뿌리는 사람 △별이 빛나는 밤에 △탕귀 할아버지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밀밭을 말똥말똥 바라보며 선생님이 질문할 때마다 꼬박꼬박 대답했다. ('별로 기대되지 않아' 라고 이야기했지만)별이 강에 똑 떨어질 거 같은 '별이 빛나는 밤에'를 유심히 봤다. '이 강에 아침이 찾아온다면 어떤 모양일까? 강은 하늘색으로, 해는 주황과 빨강 노랑으로, 구름을 하얗게 칠하면 좋겠어...'

채윤 학생은 고흐 선생님을 실제로 만나면 그림을 쉽게 그리는 방법을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뭘 보고 따라 그리는 건 분명 제가 잘 그리는데요, 그런데 제 얼굴을 그리려고 하면 잘 안 그려져요. 어떻게 하죠? 선생님은 자기 얼굴도 참 잘 그렸는데요."

또박또박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채윤학생. ('별로 기대되지 않아'라고 이야기했던)세빈 학생도 슬그머니 말을 덧붙였다.

"저도요. 저도 궁금해요."

선생님들이 들었으면 '오늘 수업도 성공적이었어' 라고 말했을 오늘, 아이들의 꿈이 자란다.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왼쪽이 전세빈 학생(동이초 우산분교장 6학년), 오채윤 학생(동이초 6학년)
이곳은 일명 '고흐 아뜰리에' 고흐가 그린 노란 카페 배경을 포토존으로 삼았다.
이곳은 일명 '고흐 아뜰리에' 고흐가 그린 노란 카페 배경을 포토존으로 삼았다.
'열심히 스크래치 그리기를 하다가 찰칵'
초상화 그리기 활동 중. '초상화 그리기는 너무 어려워... 안경이라도 제대로 그리자'
'스크래치 그리기가 제일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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