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 문향의 향연

길을 가다 꽃을 만났습니다. 손 스치는 대로 꽃을 꺾습니다. 꽃은 피를 흘리지요. 나는 개미 잡는 어린애처럼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갑니다. 먼 훗날 꽃이 나를 꺾을까요.

 

깊은 잠을 자다 벌레에게 심하게 물립니다. 잠이 달아나 달도 없는 밤 대문을 나서 길에 쪼그리고 앉습니다. 먼 훗날 내가 이름 모르는 벌레를 물을까요.

-신동인, 그곳으로 가는 길,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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