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 문향의 향연
시시하다고 말하는 나에게
시나브로 다가오는 것은
아주 작고 작은 것들의 시심
시로 산다는 건
겨자씨 한 알의 작은 희망을 심는 일이란 걸
내 손바닥에 새겨준 너
바람 사이로 다가온 시가 날 쓰고 있었다
하고자 한 이야기들을 가지로 올리고
살고자 한 간절함을 뿌리로 내려
무성한 겨자나무로 자라게 한다
녹녹치 않았던 유년의 그 길을
어미가 되어 손잡아 주던 생의 길잡이
태풍이 몰아치는 어둠 속에서
번개처럼 달려와 상을 그리게 한
다시금 맑은 하늘을 볼 수 있게 한
성근 별 사이로 날아온 시가 날 쓰고 있었다
-황예순, 『금강을 걸었다』,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