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수 (청소년 기자단, 안내면 도율리)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지배를 받던 시절 지어진 달랏 기차역. 

드디어 달랏으로 떠나는 날이다. 베트남 남부에 위치해 있지만, 해발고도가 1400m가 넘어 내가 갔던 한 여름에도 낮 최고기온이 20도를 넘지 않는다. 그래서 인지 베트남 사람들도 여름 휴가지로 많이 찾는 단다. 호스텔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역시나 제 시간에 오지 않는다. 이제는 제법 기다림에 익숙해졌다. 구불구불 산 길을 넘어 도착한 달랏은 반팔 반바지로 다니기에는 꽤 추웠다.

달랏에서는 꼭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호치민이나 무이네에서는 택시비로 나가는 지출이 상당히 컸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토바이를 빌려, 내가 가고 싶은 곳들을 4박 5일동안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하루에 약 6천원, 기름도 2500원 정도면 이틀동안 충분히 탈 수 있다. 내가 묵는 pi호스텔에서는 직접 오토바이 렌트도 해준다. 간단한 주의사항을 듣고, 호스텔 주변을 돌아다니며 감을 익혔다. 익숙해졌을 즈음, 때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근처에 롯데리아가 있었기에 오랜만에 한식(?)인 불고기 버거를 먹었다.

저녁이 되자 우리방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 중 영길이형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다 달랏호수에 가서 노을을 보기로 했다. 

내친김에 오토바이 연습도 시켜주겠다며 말이다. 밤에도 잠깐만 밖에 서있으면 땀이 나던 곳들에만 있다가, 이곳에 오니 너무 좋았다. 수다를 떠느라 노을이 지는 시간에 맞춰 오지 못했지만, 야경도 꽤나 볼만했다. 

아침부터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핸드폰 거치대를 어렵게 구했다. 핸들에 달아 놓고, 어젯 밤 구글지도에 체크해 놓은 곳들 중에 시내와 가까운 곳들을 차례로 다녔다. 달랏 전역을 내려다 볼수 있는 랑비앙 산, 이제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프랑스 양식의 건물로 사진 명소가 된 달랏 기차역. 그리고 케이블카를 타고 내리면 있는 쭉럼사원으로 향했다. 

사람이 아무도 다니지 않는 길 가장자리에 나무들이 빼곡히 서 있는 것이, 꼭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았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은 여자가 혼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와 같은 배낭여행자 인가 싶어서 말을 걸었다. "저는 대학생인데 호치민에 있는 여행사에 6개월 동안 인턴으로 왔어요. 오늘은 주말이라 1박 2일 동안 달랏에 놀러 왔고요." 그렇게 잠깐 대화를 나누다 헤어졌다. 하루종일 긴장한채 오토바이를 타서 그런가 허리가 아파와 서둘러 호스텔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호스텔 앞 야외 테이블에서 선선한 공기를 맞으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저 골목 초입에서 어딘가 익숙한 옷차림의 여자가 걸어 온다. 아까 그 사람이다. 마치 영화 같다며 한참을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꼭 야시장에서 껨보를(아보카도와 코코넛을 섞은 아이스크림) 먹을거야. 우선 체크인 부터 하고, 그 형님 분하고 같이 갈까?" 야시장에서 반짱느엉(튀기듯이 구운 얇은 계란지단 위에 채소 고기등을 넣어 말은 음식), 그리고 이름이 기억 나지 않는 길거리 음식등으로 배를 채웠다. 그 후에 호스텔로 돌아와 꽤나 늦은 시간까지 수다를 떨었다. 무슨 이야기들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도 않고, 뭐가 그리 재미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한가지 확실한건 그 순간에는 즐거웠고, 지금 돌이켜봐도 소소하지만 행복한 기억이라는 것.

쭉럼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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