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기허당 영규문화제 타악경연대회 우승팀
방과후 수업 ‘퍼포먼스 난타’반 6명을 만나다
형에서 동생으로, 동생 친구로, 대대로 이어지는 계보
“후배들아, 동아리방은 열려있다, 많이 놀러와라!”

타악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옥천중학교 동고동락 난타 팀.
지난달 11일, 타악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옥천중학교 동고동락 난타 팀.
지난달 11일 타악공연대회에서의 옥천중학교 동고동락 난타 팀이다.
지난달 11일 타악공연대회에서의 옥천중학교 동고동락 난타 팀이다.

 지난달 11일 관성회관에서 펼쳐졌던 타악경연대회. 사물놀이나 난타 같은 타악이 젊은 층에서 썩 대중적인 장르가 아닌 만큼, 대부분의 참가자는 중년에서 노년이었다. 그 속에서 유독 활기차고 힘이 넘치던 팀. 옥색의 도령 옷이 돋보이던 팀. 최우수상 호명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팀. 평균연령 약 15세의 옥천중학교 ‘동고동락난타’ 팀이다.

 무대가 끝나자마자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무대를 보면서부터 ‘아, 이 팀이 1등이다’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대중적이지 않은, 익숙하지 않은 음악임에도 순식간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활기와 박력이 공존한 무대. 에너지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배경음악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움직임과 눈맞춤, 웃음, 북소리가 온몸을 울리던 감각. 그것들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다. 이 팀이 1등이 아니면 이 대회 문제가 있다, 그런 생각까지 하게 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들은 생각이 달랐던 모양이다. 대회가 끝난 뒤 상장에 둘러모여 “야, 이거 꿈이지? 주작(조작)이지? 말도 안 된다 진짜!”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갔을 때도 같은 반응이었다. “아니 그거 진짜 말이 안 돼요! 우리가 왜 1등을 했지?” 얼굴에 가득 퍼져 감출 수 없는 기쁨도 그때 당시와 한가지다.

왼쪽부터 황인호(1학년), 한윤구(2학년), 한석구(3학년), 정한샘(3학년), 박홍성(3학년), 한종현(3학년) 학생들이다. 손을 든 건 대회 당일 앞줄에서 연주한 솔로 주자들.
왼쪽부터 황인호(1학년), 한윤구(2학년), 한석구(3학년), 정한샘(3학년), 박홍성(3학년), 한종현(3학년) 학생들이다. 손을 든 건 대회 당일 앞줄에서 연주한 솔로 주자들.
형제는 닮았다. 박자를 타는 손길까지도.
형제는 닮았다. 박자를 타는 손길까지도.

■형에서 동생으로, 또 그 친구로

 이 팀은 옥천중학교의 방과후 수업인 ‘퍼포먼스 난타’ 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멤버 수는 7명. 이날 인터뷰에 참여한 것은 노경옥 지도교사와 김경은 강사, 그리고 황인호, 한윤구, 한석구, 정한샘, 박홍성, 한종현, 이렇게 6명의 학생들이다.

 많은 방과후 수업 중에도 난타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강제로(!) 들어왔다고(물론 농담이었다).

 모든 건 3학년 정한샘 학생에게서 시작됐다. 정한샘 학생은 3형제 중 막내. 두 형들이 모두 ‘퍼포먼스 난타’ 반이었다고. 자연스럽게 정한샘 학생도 난타를 접했다.

 정한샘 학생은 같은 학년의 한석구 학생을 데리고 왔다. 한석구 학생이 난타를 하는 모습을 본 어머니가 동생인 한윤구 학생도 들여보내 달라고 청했다고.

 형에서 동생으로, 동생 친구로, 또 그 동생으로, 대대로 이어지는 계보가 흥미롭다. 그만큼 아이들이 무엇에 열중하고 성취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당차다는 뜻일 테다. 또 그런 만큼 학부모도 아이들이 활동하는 데에 많은 지원을 해준다.

 “요전에 옥수수·감자 축제 할 때도, 청주에 갈 때도 부모님이 행사를 매번 따라오셔서 아이들 간식도 사주시고 하세요. 참 감사하죠.” (노경옥 지도교사)

 1학년의 황인호 학생과 임선준 학생은 초등학교 때의 경험을 살려서 왔다. 황인호 학생은 안내초에서, 임선준 학생은 안남초에서 풍물을 했다고. 김경은 강사의 언질을 듣고 노경옥 교사가 얼른 채어 왔단다.

 “강제로 끌려온 거예요, 강제로(웃음). 그래도 재미있어요. 스트레스도 풀리고 우애도 넘치고요.” (황인호 학생)

 “저는 2학년 때 왔는데 잘 가르쳐줘서 계속하게 됐어요. 아무래도 이끌어주신 선생님들과 한샘이의 역할이 컸죠.” (박홍성 학생)

 3학년 한종현 학생은 예전부터 자주 구경하러 들렀다. 그러다 3학년이 되어서야 매니저로 들어왔는데, 끼와 흥이 있어 결국 채를 쥐게 되었다. ‘종현이는 난타반 마스코트’라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한다.

 맞다. 악기들의 가격이 제법 나갈 텐데도 난타반 교실의 문은 모든 학생들에게 열려 있다. 청소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연습하는 소리가 흘러나가면 들어와서 바라보기도 하고, 채를 가지고 놀다가 부러트리기도 하고. 채가 부러지는 것은 다반사(!)라는 모양이다. “그래도 채를 내준 덕분에 이렇게 좋은 아이들이 온 거죠.” 살을 주고 뼈를 취했다며 노경옥 교사가 웃었다.

서로 바라보며 웃고 있는 정한샘 학생과 박홍성 학생.
서로 바라보며 웃고 있는 정한샘 학생과 박홍성 학생.
열을 내며 이야기하는 황인호 학생. 주변에선 웃음을 참지 못한다.
열을 내며 이야기하는 황인호 학생. 주변에선 웃음을 참지 못한다.
지나치게 열을 내다 의자째 뒤로 넘어갔다. 장난기가 넘친다.
지나치게 열을 내다 의자째 뒤로 넘어갔다. 장난기가 넘친다.

■‘서로 정이 깊어진다는 게 제일 중요해요’

 노경옥 교사가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사실 그 말대로다. 이들 모두가 학년과 상관없이 천금을 주고도 못 구할 소중하고 친한 친구들이다. 채 정도 내주고 만날 수 있으면 크게 남기는 장사다. 무대에서도 진지하던 와중 서로 바라보며 눈을 맞추고 박자를 맞추고, 마주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강사인 김경은 선생님께서 무대에 서 있을 때 웃으면서 하라고 하시는데, 앞을 보면 웃음이 안 나오거든요. 그런데 얘들 얼굴만 쳐다보면 너무 웃겨요.” (박홍성 학생)

 “서로 안 보면 박자가 다 제각각이게 돼서 ‘야 너 틀렸어’ 하고 알려주려고 쳐다보는 것도 있어요. 그러면 그게 또 웃기죠.” (한석구 학생)

 아이들이 소중한 것은 노경옥 교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노경옥 교사는 난타반 학생들을 ‘아가, 아들’이라고 부른다. “제가 여기 남중에 온 게 3년째, 난타반을 맡은 것도 3년째예요. 처음엔 원해서 맡은 건 아니었는데 정이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1년 더 하고, 올해는 애들이 너무 예뻐서 또 하는 거예요. 돈 받는 것도 하나 없는데 아이들이 신나하는 것 보면 마냥 행복해요. 오죽하면 아들이라고 부르겠어요(웃음).”

 김경은 강사는 옥천중학교에 난타반이 처음 만들어지던 2011년부터 쭉 지도를 맡았다. 대전에서 주로 활동하다가 처음으로 맡은 옥천에서의 수업이 바로 옥천중학교. 그 뒤로는 계속 옥천에서 수업을 한단다. “학생들은 머리로 익히는 게 아니라 몸으로 먼저 익히다 보니, 어른들보다는 확실히 습득이 훨씬 빨라요. 그중에도 풍물이나 난타를 해본 애들은 더 빠르기도 하구요.”

 석구는 많이 유연해졌죠, 전엔 얌전히 샌님처럼 쳤는데, 태형이는 그게 저절로 나오잖아요, 선생님들의 말이 그 뒤로 조르륵 이어진다. 언급되는 이름마다에 애정이 담뿍이다.

타악경연대회에서의 동고동락 난타 팀 모습이다.
타악경연대회에서의 동고동락 난타 팀 모습이다.
한석구 학생이 뭔가를 보여준다.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쏠렸다.
한석구 학생이 뭔가를 보여준다.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리고 또 노경옥 지도교사와 김경은 강사가 입을 모아 하는 말. “아이들이 워낙 품성이 좋아요. 남학생들이라 험악할 거 같지만 오히려 더 순수하고요.” 그 말이 인터뷰 내내 그대로 느껴졌다. ‘사춘기 남학생’이라고 해서 어두침침하고 푹 가라앉은 분위기를 떠올렸다면 오산. 모두가 밝고 활기차서 그야말로 ‘중학생 같았다.’

 “안내나 안남, 시골에서 온 아이들이 처음에 친구 사귀기가 어렵잖아요. 근데 이렇게 형들과 만나고 친해지니 자연히 유대관계가 쌓이죠. 학생들이다 보니 서로 싸우기도 하는데, 그럴 땐 매니저였던 종현이가 중간에서 잘 다독여주기도 하고요. 형들이 이끌고 타이르고, 모르는 것 알려주고, 까부는 것 다 받아주니 권위의식은커녕 하극상을 해요, 애들이(웃음).”

 퍼포먼스 난타 수업은 매주 월요일, 방과 후 1시간에서 1시간 20분 정도 진행된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그보다 더 자주, 더 길게 모여 만난다.

 “방과후 없는 날도 갈 데가 없으니 오기도 하고, 공부하러 오기도 하고, 아지트 같은 느낌이에요. 그만큼 서로 친하다는 뜻인 것 같아요. 아이들끼리 정이 깊어지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거죠.” (노경옥 지도교사)

 “아이들 움직임이 좋은 것도 친해서 더 그렇기도 해요. 저 나이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쪽팔리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너나 할 것 없이 같이 하니 훨씬 잘 하는 거죠.” (김경은 강사)

 이 자리를 빌려 노경옥 교사가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한 사람도 있다. 대회 날, 와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홀몸으로 응원을 와준 사람. ‘일당백의 목소리’라고 사회자가 언급하기도 한 사람. 마치 장판교에서의 장비 같았던 응원군, 3학년의 김태형 학생이다. 인터뷰 중에도 한쪽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태형이도 원래 같이 난타를 했어요. 흥이 넘치고 끼가 넘치는 아이인데, 올해는 같이 못 하게 돼서 저희도 태형이도 너무 아쉽죠. 오죽하면 공부를 해도 굳이 매일같이 여기 와서 하겠어요. 태형이 덕분에 다른 아이들도 참 많이 웃어요. 올해가 마지막인데, 얼마 안 남은 행사라도 같이 했으면 해요. 착한 아이라 말은 못 하지만 태형이도 너무 하고 싶어하구요. 우리 아이들 모두 형제 같고 한가족 같아요. 그게 항상 너무 고맙고 감사해요.”

타악경연대회 수상 후 찍은 기념사진. 가운데에 혼자 교복을 입은 학생이 3학년의 김태형 학생이다.
타악경연대회 수상 후 찍은 기념사진. 가운데에 혼자 교복을 입은 학생이 3학년의 김태형 학생이다. 일당백의 응원을 해주고서도 '아냐, 너희끼리 찍어' 하는 것을 기자를 포함한 모두가 합심해서 끌어다 가운데에 앉혔다.
다른 팀의 무대를 관람하면서도 무릎에 대고 박자를 치고 있던 정한샘 학생을 보고 '아, 이게 프로인가' 하고 찍었다. 정한샘 학생 본인은 "그런 게 아니라, 박자가 똑같더라고요."라고 말하며 멋쩍어했다.
다른 팀의 무대를 관람하면서도 무릎에 대고 박자를 치고 있던 정한샘 학생을 보고 '아, 이게 프로인가' 하고 찍었다. 정한샘 학생 본인은 "그런 게 아니라, 박자가 똑같더라고요."라고 말하며 멋쩍어했다.

■난타, 어떤 점이 좋아요?

 노경옥 교사는 내내 학생들 자랑에 여념이 없다. "우리 애들은 비주얼도 좋아요. 옷도 화사하니 너무 예쁘죠. 아들들이니 제가 항상 을이에요, 을. 인호 같은 경우도 처음엔 '이름만 넣을게' 해서 겨우 설득하고, 가자가자 달래서 데리고 오고... 저 옷도 애들이 한번 입고 나면 내팽개쳐두고 그래서, 제가 집에서 빨아오고 그랬거든요. 어느 날도 행사 뒤에 옷 정리하러 저 혼자 동아리방에 왔는데 글쎄, 애들이 스스로 옷을 예쁘게 걸어둔 거 있죠. 이제 여기서 책임감도 갖게 된 거예요. 성장하는 모습이 너무 예쁘죠, 우리 애들."

 현재 퍼포먼스 난타반 7명 중에 3학년이 4명, 2학년이 1명, 1학년이 2명. 활동 모습을 본 2학년, 3학년들이 왕왕 들어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당장 얼마 남지 않은 내년의 구성이 걱정된다. 대회 상금인 50만원의 일부라도 동아리 홍보에 사용하는 것은 어떠냐고 옥천중학교 이용희 교장이 먼저 말을 꺼낼 정도. 학생들은 웃으면서도 단호하다. “갈라가져야죠.” 그 대신 내년의 난타반을 위해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들을 여기에 싣는다.

 “우리 아름다우신 노경옥 선생님이 후배들에게 미인계를 쓰면 좋을 것 같아요(웃음). 처음에는 힘들 수도 있어요. 어깨도 아프고, 손에 굳은살도 생기고요. 그런데 힘껏 하다 보면 쾌감이 엄청나요. 스트레스도 다 풀리고요.” (한종현 학생)

 “종현이 말대로 잘 못 할 때는 싫증도 나고 짜증도 나는데, 하면서 실력이 늘잖아요. 우리끼리 소통도 많이 하고요. 그러면 싫증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즐거워요. 그리고 후배들아! 행사 다니면 예쁜 여중 애들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맛있는 공짜 저녁밥을 먹을 수 있다!” (박홍성 학생)

 “맞아요! 힘들게 북 치고 먹는 밥이 진짜 꿀맛이에요. 그리고 행사 있을 때 수업 빠지는 맛도 장난 아니죠(웃음). 형들도 너무 재미있고요.” (황인호 학생)

 마지막으로 모두가 하는 말. “후배들아, 동아리방은 열려있으니, 많이들 놀러와라!”

'북이랑 같이 찍어볼까요?' 기다렸다는 듯이 북에 엎드린다.
'북이랑 같이 찍어볼까요?' 기다렸다는 듯이 북에 엎드린다.
"아니아니, 서류상으로는 제가 맞는데, 사실 한샘이나 석구가 더 오래 하기도 했고... 아무튼 저는 대표가 아니라니까요?"
"아니아니, 서류상으로는 제가 맞는데, 사실 한샘이나 석구가 더 오래 하기도 했고... 아무튼 저는 대표가 아니라니까요?"
타악경연대회 당시의 공연 모습이다.
타악경연대회 당시의 공연 모습이다.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박홍성 학생, 북에 엎드렸던 자세가 맘에 안 든다며 바꿔 섰다.
박홍성 학생, 북에 엎드렸던 자세가 맘에 안 든다며 바꿔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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