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오 (영동중 교사, 46, 옥천읍 서대리)

오정오 영동중 교사(46, 옥천읍 서대리)

 

우리 지역 청소년이 갈 곳이 없다는 말은 어제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피시방이나 노래방을 가야 하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는 편의점을 찾습니다. 놀 거리를 찾아 대전으로 나가야 하는 게, 우리 지역 청소년이 처한 현실입니다.

다행히 우리 지역에서 청소년 공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여러 곳에서 활발한 논의와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작년 이맘때 옥천교육도서관에 청소년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자며 토론회를 치른 기억이 납니다. 토론회 준비로 바빴지만, 앞으로 만들어질 청소년 공간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상상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먼저 도서관에 "눈치 보지 않고 먹고 뒹굴고 떠들 수 있는" 청소년 북카페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오갔습니다. 학교 끝나고 와서, 또는 주말에 와서 친구들과 어울려 쉬기도 하고, 떠들기도 하고, 간단히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 나이면 부모보다는 친구들이 먼저인 나이입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편히 맘껏 어울릴 시간과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건강하게 성장합니다.

아이들이 편의점을 뻔질나게 오가는 이유는 먹을 게 있고, 친절하고, 어른들이 눈치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런 공간이 편의점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물론 그 친절의 의도는 선하다고만 볼 수는 없지만요.

앞으로 만들어진 청소년 공간은 청소년들에게 친절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문턱이 낮아야 합니다. 돈 없이도 갈 수 있고, 가서 푹신한 소파에 담겨 만화책과 보드게임을 즐기고, 동아리방에 모여 떠들면서 학교 수행평가도 하고, 때때로 뭔가 재밌는 일을 작당하며 키득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숙과 통제보다는 청소년의 생동감과 활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곳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환대, 참여, 존중"이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만들어질 공간이 꼭 북카페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그것이 만화카페이든 동아리방이든, 공유공간이든 열린공간이든 그 어떤 다른 형태이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맘 편하게 친구들과 어울리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그 나이는 뒤돌아서면 배고픈 나이입니다. 스스로 음식을 조리하거나 먹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나아가 친구들과 만든 음식을 친구나 이웃에 나눠주거나 팔아보기도 할 수 있다면 교육적으로도 의미 있겠다 싶었습니다. 앞으로 도서관은 책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기능에만 머물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정보를 교류하고 정보를 만들어내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 점에서 "공릉청소년문화정보센터"에서 "공공도서관의 기능"과 "커뮤니티 센터의 기능"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시도는 값져 보입니다. 우리 지역에서는 그 "우물터"를 어떻게 실현할지 구체적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청소년 공간의 주인은 당연히 청소년입니다. 그래서 그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후 운영까지 청소년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통 어른들은 청소년을 위한다고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꽉 짜놓고는 거기에 청소년을 끼워 맞춥니다. 프로메테우스의 침대처럼 발을 잘라 맞출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청소년을 대상화하거나 소비자로 취급하면 안 됩니다.

새롭게 태어날 공간에는 여백 같은 시간과 공간이 넉넉하기를 희망했습니다. 또한 청소년들이 그때그때 그들의 필요와 흥미에 따라 채워가는 열린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길 바랍니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청소년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야호학교"는 그래서 무척 부러웠습니다. 청소년 스스로 원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이에 걸맞는 공간을 꾸미는 활동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그 자체로 값진 '교육'이라 할 만합니다. 발로 뛰며 끊임없이 청소년들의 자발적 활동을 발굴하고, 옆에서 필요한 것을 맞춤으로 지원하는 "야호학교"의 일하는 방식은 그래서 감동이었습니다. "야호학교"의 다음 발걸음인 "전환학교"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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