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수 (청소년 기자단, 안내면 도율)
베트남 여행기(6)

드디어 사막투어를 하는 날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실 사구(모래언덕)다. 광활하고 끝 없는 사막이던, 그에 비하면 귀여운 사구이던, 그건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사막은 사막이니까.

오늘 투어에는 사막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이네 곳곳을 다양하게 둘러본다. 12시 출발이니 어제 사다 놓은 과자로 대충 허기를 채우고 호스텔 앞 집결지로 향했다. 역시나 동양인은 나와 기사아저씨 둘 뿐. 예상은 했지만,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오늘은 진짜 입에 거미줄 치겠구나.' 하고 있는데, 누군가 '어!? 어제 그 한국인 아니야? 

어제 진짜 재밌었는데.' 라며 말을 걸어주었다. 그렇게 서양인 22명과 동양인 1명의 무이네 사막투어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장소인 '요정의 샘물'로 가는 길이다. 기사님의 운전 솜씨가 심상치가 않다. 이 좁은 길에서 족히 80km/h는 달리고, 중앙선도 제멋대로 넘어 다닌다. '무이네가 시골이어서 그런지 교통질서가 엉망이더라. 과속은 기본이고, 중앙선도 막 넘어 다녀.' 어제 형들에게 들은 말이 사실이었다. 그렇게 요정의 샘물에 도착했다. 이름 답게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곳에 발을 담구고, 이 샘물이 흘러내려오는 폭포까지 걷는 곳이다. 두 번째 장소는 '피싱빌리지(Fishing village)' 자그마한 어촌 마을이다. 

파란색 게가 신기했다는 것, 꽤나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졌다는 것 말고는 크게 기억에 남는게 없다.

세 번째 장소는 화이트 샌드 듄(White sand dunes). 드디어 사막이다. 약 1시간 동안 알아서 둘러 보랜다. 지프투어를 신청했다면, 지프차를 타고 저 사막을 신나게 달렸을 텐데 그러지 못 하니, ATV를 빌렸다. 30분에 3만원으로 꽤나 비쌌지만, 저 멀리 보이는 곳 까지 걸어가기는 싫었다. 간단하게 운전하는 법을 배우고 본격적으로 길을 나선다. 바람이 불어오면 온 사방의 모래가 나한테 쏟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굉장히 아프다. 조그마한 알갱이들이 나를 계속 때린다. 그렇게 아픔을 참고 사막을 즐기던 중 뒤에 따라 탔던 직원이 '시간이 거의 다 되었으니, 돌아가기 전에 내가 재밌는 걸 해줄게.' 라며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롤러코스터처럼 굉장히 빠른 속도로 언덕을 내려가기도 하고, ATV가 뒤집어 질 것 같이 엄청난 경사를 가로질러 내달리기도 했다. 그 엄청난 경사에서 방향을 틀어 내려갈 때, 100$를 사기 당했을 때 보다 더 큰 화를 냈었던 사건이 벌어졌다.

직원이 막 내달리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에게 말했다. '안경이 날아갈 것 같으니 주머니에 넣게 좀 멈춰봐.' '걱정하지마. 절대 날아가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내 안경은 날아가버렸다. 

나는 즉시 ATV를 멈춰 세우고 안경을 찾았다. '사막에서 바늘 찾기.' 그 속담이 현실이 되었다. 날아간 곳으로 추정되는 곳을 열심히 뒤졌다. 

눈이 잘 보이지 않으니 찾기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근데 안경이 절대 날아가지 않을 거라던, 직원은 태평하게 ATV위에 앉아서 핸드폰이나 보고 있다. 화가 치밀었다. 화가 나면 평소 버벅대던 영어도 술술 잘 나온다. 

내가 화를 내자 당황하는 듯 하더니, 찾는 척만 한다. 그렇게 10분여가 흐르고, 안경이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냥 가자. 여기서 찾는 건 거의 불가능 같아.' '너 여행이 아직 많이 남았다며. 괜찮겠어?' '괜찮아 네 사장에게 전화 좀 해줄래? 직원의 부주의로 손님이 안경을 잃어버렸으니 안경 값과 안경점까지의 택시비를 합쳐서 150$ 보상해달라고 하게. 내 인스타그램에도 오늘 이 이야기를 올릴거야.' 그러자 그 돈은 결국 자기가 줘야 될 것 이라며, 그제야 제대로 찾기 시작했다. 3분만에 찾아왔다. 만약 사장에게 갔다면 내 부주의로 몰아갈 것이 분명했다. 이럴 때 세게 나가야 피해를 당하지 않는 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그래서 한 번 던져본 말이었다. 진짜였을 줄이야. 어쨌든 찾아줘서 고마웠고, 화를 낸 것이 미안했다. 

마지막 장소인 레드 샌드 듄(Red sand dunes)에서는 모래알갱이들 때문에 렌즈의 초점 링이 고장 나기도 했고, 그렇게 고대하던 사막에서의 일몰을 보았다. 어제 만났던 치중이형, 창보형과 맛있는 해산물들로 저녁을 배불리 먹고, 15살, 14살 자매 둘이서 여행 온 중국아이들로 부터 한류의 대단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수 없이 많은 별이 떠있는 하늘 아래서 신라면 국물을 한 모금 들이키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모로 다사다난 했던 무이네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고 있었다.

피싱빌리지에서 찍은 사진. 반나절 동안 붙어 있다보니 꽤 친해졌었는데, 사진을 전해줄 방법이 없어서 너무 아쉽다. 
레드 샌드 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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