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구조·다이빙·래프팅에 드론 자격증까지
수상 인명 구조 위해 달려온 봉사 위한 삶
옥천해병전우회 김태원 인명구조대장을 29일 만났다

29일 오후 3시 옥천신문사 1층에서 옥천해병전우회 김태원 인명구조대장을 만났다. 

수상인명구조, 스쿠버다이빙 마스터, 래프팅, 심폐소생술까지 물과 관련된 수많은 자격증을 따온 김태원(44, 군북면 증약리)씨다.

그저 물이 좋았기에 시작했다. 물이 좋아서 해병대를 자원 입대했고, 물이 좋아서 이와 관련한 자격증을 하나씩 따갔다. 오죽했으면 '현대마린(군북면 증약리 소재)'이라는 보트를 판매·수리하는 사업장을 운영하게 됐으랴. 말그대로 물이 운명이라 느껴져 일평생 물과 관련된 일을 하고자 마음 먹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물이 좋아 시작했던 수많은 일들에는 이상한 '책임' 같은 것들이 생겼다. 자연스레 물에서 하는 일과 관련해서는 전문가가 됐는데, 단순한 여가를 향유하기 보다는 한 발 나아가 '지금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이르렀다.
그래서 시작한 게 수상 구조 활동이다. 수상 인명 구조 활동이라면 으레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주는 일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산'사람 보다는 '죽은' 사람을 구하는 일이 더 많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에게 '구한다'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구한다'라는 말을 쓰고 싶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뛰어내린 사람, 올갱이를 잡다가 물이 깊어지는 걸 인지하지 못해 목숨을 잃은 사람.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참담한 일들이 비일비재하지만, 그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남겨진 '가족'이 있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는 차가운 물속에 있는 그들을 육지에서 맞이하는 일에 무엇보다 필사적이다.

"올 여름에만 3건 정도 인명 구조 활동을 펼쳤어요. 방아실, 장계리 등지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죠. 현재 옥천소방서와 연계한 구조 활동을 5년간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전문인이 아니면 수심이 깊은 강에 들어가기 힘들어요. 옥천에는 인명 구조를 할 수 있는 인력도 많이 없잖아요."

천성을 무시할 수 없다 했다. 물에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참담한 절규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몇년 째 수십건이 넘는 일들을 자원해서 하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그 참담한 심정을 잊지 못해요. 직접 가서 구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어서 좌절했어요. 보름 정도 계속 우울감이 지속되더라고요. 내가 몸 담은 지역 사회 안에서 이런 일들이 없었음하는 마음에 더 열심히 하는지도 몰라요."

매일 물속에서 참담한 상황과 마주해 트라우마가 생길 법도 하다. 하지만 김태원씨는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다며 웃음을 짓는다.

"그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물속에 들어갈 때면 딸들 생각이 나요. 10살, 7살이거든요."

김태원씨는 옥천해병전우회에서 인명구조대장을 맡고 있다. (사진제공: 김태원씨)
김태원씨는 옥천해병전우회에서 인명구조대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딸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 (사진제공: 김태원씨)
김태원씨는 옥천해병전우회에서 인명구조대장을 맡고 있다. (사진제공: 김태원씨)
김태원씨는 옥천해병전우회에서 인명구조대장을 맡고 있다. (사진제공: 김태원씨)

■김태원씨가 드론을 배운 이유

지난 5월에는 초경량 비행장치 멀티콥터 자격증을 땄다. 우리가 흔히 아는 드론 조종에 관한 자격증인데, 생각외로 취득하기 까다롭다. 그럼에도 수상 인명 구조 시 더 넓은 범위를 수색하기 위해 배우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사람이 들어가서 실종자를 수색하는데는 한계가 있어요. 드론을 띄으면 넓은 반경을 볼 수 있어요. 가까이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멀리 띄어 놓고 보면 보이잖아요. 조금 더 전략적으로 인명 구조를 펼치기 위해 드론을 배웠어요."

자격증을 따기 위해 400만원 가까이 들였다. 비행장 허가가 나있는 계룡시에서 실습을 다녔다. 필기 시험과 실기 시험 역시 자주 열리지는 않아 각각 전주와 신탄진을 오가며 시험을 봤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시행하는 공인 자격증 시험인 만큼 합격자도 많지 않고 시험 난이도도 높다. 

"10명이 시험을 친다고 했을 때 평균 3명 정도가 합격한다고 해요. 실기 시험 때 삼각 꼬깔콘 위로 드론을 정확히 맞춰 띄어야 해요. 바람의 저항에 따라 달라지니 섬세해야 하고 집중력도 좋아야 해요."

그는 빠르고 효율적인 수상 인명구조를 위해서는 어군 탐지기 등 다양한 기술력을 활용돼야 한다고 말한다.

"인명사고가 물가에서 났다 하면 우선적으로 소방서와 구조 인력이 출동하지만, 여기에 전국 낚시 동호회에 도움을 요청해요. 낚시 동호회가 '쏘냐'라는 어군탐지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걸로 강 바닥을 훑으면 더 쉽게 사람들을 구할 수 있어요."

옥천에는 상대적으로 수상 인명 구조를 위한 장비가 부족하다. 

"옥천에는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수상 인명 구조를 위한 장비와 인력들이 부족한 편이죠. 구조 때마다 이를 여실히 느껴요. 그래서 제가 개인적으로 어군 탐지기를 구입할 생각도 하고 있어요."

지난 3월 김태원씨는 대청호에 버려진 수중 쓰레기 수거 봉사활동을 펼쳤다. (사진제공: 김태원씨)
지난 3월 김태원씨는 대청호에 버려진 수중 쓰레기 수거 봉사활동을 펼쳤다. (사진제공: 김태원씨)
지난 3월 김태원씨는 대청호에 버려진 수중 쓰레기 수거 봉사활동을 펼쳤다. (사진제공: 김태원씨)

■옥천 위해 봉사하는 삶

옥천해병전우회에서 인명구조 대장을 맡은 김태원씨는 수상 인명 구조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 행사에도 참여하며 자원봉사 하고 있다. 

"해병 전우회가 그렇잖아요. 행사 때 교통통제도 하고, 방범대 역할도 하고. 또 저처럼 수상 인명 구조를 하기도 하죠. 저도 옥천 해병 전우회에 속해서 인명 구조 뿐 아니라, 다양한 봉사를 하고 있어요."

김태원씨가 본격적으로 옥천해병전우회 활동을 시작한 건 현재 회장직을 맡은 유선관(44, 동이면 조령리)씨 때문이다. 본래 대전에서 해병전우회 활동을 하며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온 그다. 하지만 유선관씨가 지난 1월 (사)충청북도 해병대전우회 옥천지회 신임지회장에 선출되면서 옥천지회로 들어올 것을 권유 받았다.

이날 인터뷰에는 옥천해병전우회 유선관 회장도 함께 했다. 그는 김태원씨를 보며 '맹목적인 봉사를 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김태원씨를 걱정했고, 응원했다. 30년 친구 사이. 유선관씨와 김태원씨의 우정이 영원했으면 한다.

"선관이가 회장으로 해병전우회를 끌고 간다니까 당연히 도와주자는 마음이 강했죠. 제가 옥천공고를 나왔는데 선관이와 동문이에요. 해병대까지 동반 입대 했으니 동문을 넘어서 막역한 친구 사이죠. 대전에서 하던 일들을 옥천 소속이 돼 똑같이 하고 있어요. 가족들이 대전에 살고 있고, 저는 옥천과 대전을 오가고 있죠. 점차 옥천으로 옮겨 올 생각이에요."

인터뷰가 이뤄진 29일 옥천군에는 '2019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이 실시됐다. 28일부터 11월1일까지 지속되는 훈련이다. 옥천해병전우회는 민간 영역에서 재난 발생 시 주민들의 대피를 돕는 일을 한다.

"자원봉사센터에 재난재해팀이라고 20개 민간단체가 소속돼 운영되고 있어요. 유선관 회장이 단장으로 있죠. 저희는 민간차원에서 주민들의 안전한 도피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 일 역시 옥천해병전우회가 하고 있는 일 중 하나죠." 

김태원씨는 앞으로도 옥천을 위해 해병전우회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순위를 정할 수는 없겠지만, 인명구조대장을 맡고 있는 만큼 인명 구조 활동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수상 인명 구조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일부에서는 수상 인명 구조를 통해 유가족들의 돈을 뜯어 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해요. 하지만 어떤 지원 없이 자원봉사로 이뤄지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염려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선관이는 저와 친구한지가 30년이 넘어요. 그래서 수상 인명 구조 활동을 보면서 '열정은 아는데 염려가 된다'고 걱정하곤 하죠. 저도 알고 있으니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요. 이 기회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고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물을 조금 덜 들어가면서 최첨단 장비들로 수상구조 활동을 할 수 있게 노력하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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