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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사진일기13] 오조포구
[제주도 사진일기13] 오조포구
  • 옥천닷컴
  • 승인 2019.10.30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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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식 (여행사진작가 / 안남초 31회 졸업)

오조포구는 바닷가라고는 하지만 고기 잡는 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흔한 카페 하나 있는 것도 아닌, 그저 고요하고 아늑한 시골 바닷가다. 방파제에는 고기잡이배 하나가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며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오조리(吾照里)는 이름 그대로 나를 비춰 보는 마을, 해가 제일 먼저 뜨는 곳, 바로 앞에 보이는 성산일출봉보다 햇살이 먼저 비춰지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오조포구는 제주올레 2코스와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이 만나는 곳으로, 2016년 가을 KBS2에서 방영된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가정을 둔 두 남녀가 두 번째 찾아온 인생의 사춘기를 불륜이 아닌 친구, 애인 사이에서 공감과 위로, 궁극적인 사랑으로 이어가는 영상이 아름다운 멜로드라마다.

주인공 서도우(이상윤분)가 쓰던 작업실 은사랑방이 이곳에 있다. 옛날부터 선착장에서 고기잡이에 쓰던 도구를 보관하던 창고였으나 드라마 촬영 후 오조리감상소라는 전시공간으로 새 이름을 달아 활용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마을할머니가 서도우에게 이야기하듯 햇볕 잘 들고, 시야 넓고, 작품 감상하기 좋은 곳, 이곳이 오조포구다.

정면에 성산일출봉이 훤히 보이는 이곳은 최수아(김하늘 분)가 꼭 해 보고 싶어 하던, 처음으로 사랑하는 서도우를 안아 보던 곳이다. 이곳에서 둘은 손깍지를 끼고 한참을 걷다가 서로를 껴안아 본다. 초침을 멈추게 하던 곳이다.

오조리감상소는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예산을 들여 두 해 전 말끔하게 단장해 놓았으나 지난 해 8월 태풍 솔릭으로 지붕 일부와 출입문이 파손되었다. 전시품이 훼손돼 흉하기도 하고 누가 볼까 무섭기도 했다. 지난 3수리할 예정이라는 팻말을 본 후 마음 졸이며 기다렸다. 9월말에 다시 찾았을 때는 지붕만 새로 덮여있지, 전시품은 이리저리 나뒹군 채 방치되어 있었다.

해가 뜨기 전과 지고 난 후 30~40분 정도의 박명(薄明, Twilight)은 사진 찍기에 좋은 시간이다. 땅은 어두컴컴하고 하늘은 푸르스름하여 그 자연의 조화가 오묘하고 신비함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이 박명을 블루아워(Blue hour)라고 하며,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고도 한다. 이 시간은 산바람과 골바람이 교대하는 시간으로, 주변의 나뭇잎은 흔들림이 없고, 호소나 바닷물은 잔잔하여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에게는 찌에 집중할 수 있는 최상의 시간이다. 또 이 시간은 여름 꽃향기가 매우 짙은 시간이라고 한다.

 

해가 뜨기 전의 블루아워인 아침 노을은 분홍색과 보라색, 해가 진 후의 저녁노을은 주황색과 붉은색이 대부분이어서 보기에 매우 낭만적이다. 이 시간에는 그림자도 없으며 하늘은 파랗고 땅에는 빛이 그대로 남아 있어, 명암의 차가 크지 않아 노출 잡기가 수월하다. 자동차와 가로등 불빛을 그대로 살릴 수 있어 야간촬영에 적합하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과 낭만적인 분위기 연출이 가능한 시간이지만, 그 시간이 아주 짧아 촬영을 서둘러야 한다. 이런 분위기의 현상을 알펜글로우(Alpenglow)라고 한다. 이와 반대 현상인 해가 뜬 후와 지기 전의 시간을 골든아워라고 한다. 그러나 블루아워나 골든아워를 매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날씨가 좋아야 한다.

해가 서녘에 있을 때 오조포구에 가 보아야 한다. 인적이 끊긴 포구의 은빛물결이 태고의 오조리를 그대로 말하고 있는 듯하다. 한참을 잔물결만 바라보다가 멀리 한라산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드니 눈앞에 보이는 다랑쉬오름이 한층 더 가까이 있음을 실감케 한다.

오조포구에 접근하는 길은 세 갈래가 있다.

첫 번째는 제주시에서 일주동로(1132)성산고교입구삼거리를 지나 오조리상동입구사거리에서 좌회전하는 방법이다. 그 길에서 바로 우회전하여 국풍반점과 오조리사무소를 지나 500m쯤 되는 곳 숙이네슈퍼와 파란 공중전화박스를 양쪽에 두고 좌회전하여 곧장 600m쯤 지나면 오조포구의 오조리감상소가 보인다. 주차는 1~2대 정도.

오조포구는 승용차를 코앞까지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웬만하면 승용차는 오조리사무소에 두고 가는 게 낫다. 예쁜 기억 하나를 더 쌓을 수 있어서다.

두 번째는 일주동로(1132)성산고입구교차로에서 한도로를 따라 진행하여 500m 지점의 오조리입구버스정류장에서 우회전하여 들어간다. 왼쪽 농로를 따라 들어가 덱(deck)이 시작되는 곳에 주차한 후 식산봉 입구까지 걸어간 후 다리를 건너면 오조포구에 다다른다.

세 번째는 일주동로(1132)성산고입구삼거리에서 한도로를 따라 진행해 1.2지점의 오조해녀의집버스정류장에서 우회전하여 들어가거나, 반대 방향인 성산일출봉에서 접근한다면 성산포갑문교를 지나 같은 버스정류장에서 좌회전하여 들어간다. 이 버스정류장은 최수아가 서도우의 트럭짐칸에 앉아서 두 팔 벌려 좋아라하고 소리치던 곳이다.

오조리해녀의집버스정류장에서 500m 더 직진하여 제주올레 2코스의 식산봉 입구에서 다리를 건너면 오조포구가 나타난다. 당연히 걸어서 가야 하지만, 짐이 많다면 승용차는 중간인 조개잡이쉼터에 놓아야 한다. 승용차 1대는 놓을 수 있다.

식산봉은 해발 40m의 낮은 오름으로 아침저녁으로 가볍게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성산포는 성산일출봉을 따뜻하게 안고 있는 어머니의 품과 같다. 전망대에 서서 심호흡 한 번하고 내려오면 기분 좋아진다. 성산포에 보름달이 뜨면 2개의 달이 보인다고 하는 쌍월동산이 이 식산봉에 있다.

오조리에는 아름다운 곳이 또 있다. 성산포성당이다. 넓은 정원과 바닷물이 가까이 와 있는 갈대밭이 있는 이곳은 숨겨 놓은 성산포의 비경이 아닐 수 없다. 옛 성산포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산책로도 잘 가꾸어져 있다.

눈앞에 성산일출봉이 또렷하게 보인다.

해질녘 오조리 감상소에서 바라 본 성산일출봉
해질녘 오조리 감상소에서 바라 본 성산일출봉
'오조포구 오조리감상소' 주인공 이상윤이 이 작업실 ‘은사랑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오조포구 오조리감상소' 주인공 이상윤이 이 작업실 ‘은사랑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른 아침 오조포구 방파제에서 바라 본 성산일출봉
이른 아침 오조포구 방파제에서 바라 본 성산일출봉
저녁 블루아워 시간에 방파제에서 바라 본 오조리감상소와 고기잡이배
저녁 블루아워 시간에 방파제에서 바라 본 오조리감상소와 고기잡이배
'오조리감상소에서 바라 본 성산일출봉' 이상윤과 김하늘이 자주 서 있던 곳이다.
'오조리감상소에서 바라 본 성산일출봉' 이상윤과 김하늘이 자주 서 있던 곳이다.
해질녘 만조 때 제주올레길 2코스에서 본 마을 쪽 오조포구 양식장
해질녘 만조 때 제주올레길 2코스에서 본 마을 쪽 오조포구 양식장
오조포구 오조리감상소에서 바라 본 성산일출봉 야경
오조포구 오조리감상소에서 바라 본 성산일출봉 야경
오조포구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마을회에서 운영하는 쉼팡(휴게소) ‘돌담’이 있다. ‘쑥전’이 아주 맛있다.
오조포구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마을회에서 운영하는 쉼팡(휴게소) ‘돌담’이 있다. ‘쑥전’이 아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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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 2019-10-30 15:09:13
오조포구, 아름다운 곳이다.
조용하고 아늑한 곳, 자주 가기 어려운 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