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성초 창업아이디어동아리 ‘올리사랑’
아동 대상 범죄 막기 위해 위치추적 가능한 ‘어린이 안전용품’ 만들어
‘세상 모든 아이들, 우리 함께 안전했으면 좋겠어요’

[작은학교 이야기] 청성초 창업아이디어동아리 '올리사랑' 다섯 명 학생은 지난 8월 자신들이 만들기로 한 사업 아이템이 교육부가 주관한 청소년 창업경진대회 예선을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11월13일에는 도 대회에, 12월27일에는 도 대회와는 또 별개로 전국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28일 쑥스럽게 모여 앉은 은지, 유진, 명진, 천관, 수진 다섯 명 학생들을 만났다. 수줍은 듯 하다가도 금방 신나게 이야기하는 아이들. 또 동아리 담당 교사인 신혜민 교사도 만나봤다. 사실 신혜민 교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이 주도한 건데요!’라고 손사래를 쳤는데, '학생들이 미처 말 못한 이야기, 뒤에서 지켜본 이야기라도 조금 해주세요' 부탁했다. 아니나 다를까 조곤조곤 이어지는 이야기에는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담뿍 묻어난다. 역시 꼼꼼했던 선생님, 또 금방 웃음 가득해졌던 학생들의 이야기를 차례로 전해드린다. 

28일 청성초에서 촬영. 왼쪽부터 신은지(6학년), 박천관(6학년), 윤수진(5학년), 김유진(6학년), 김명준(6학년)

■ 작은학교 선생님 이야기 “모두가 주인공인 것 같은 우리 학생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4월 신혜민 교사는 '청소년 창업경진대회' 공문을 한 통 받았다. 전교생을 한 데 모아놓고 혹시 대회에 관심 있는 친구가 있는지 물어봤다. 처음에는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 자리에서 바로 관심을 나타낸 친구도 없었고, 준비할 시일이 넉넉하게 있는 대회도 아니었으니까.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는 6학년 은지 학생을 발견하지 못했다. 

딱 한 주가 지난 시점, 은지 학생이 같은 학년 유진이 천관이, 그리고 5학년 수진 학생과 함께 찾아왔다. 대회에 발표할 보고서까지 들고서였다. "어린이 대상 범죄를 막기 위한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휴대폰이 없어도 어른들이 아이들을 찾을 수 있도록 위치추적이 가능한 '어린이 안전용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우리학교에 있는 3D 프린터를 이용하면 될 거 같은데…" 은지 학생이 말했다. 은지 학생은 최근에 영화 '소원'을 봤다 했다. 조두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소원이가 어서 낫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할 수 있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휴대폰 없는 어린이들도 안전할 수 있게 위치추적 가능한 ‘어린이 안전용품’을 만들게 된 계기다. 사실 청성초등학교는 2015년과 2016년 소프트웨어 교육 선진 학교로 뽑혔을 정도로 IT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교다. 5학년 수진 학생은 물론 6학년 학생들도 모두 1학년 때부터 코딩 교육을 받았다. 자신들의 강점을 잘 알았다. 어린이 안전용품뿐 안전용품과 연동될 ‘아이지킴이 앱’도 만들기로 계획했다. 

청성초등학교 2층 가장 왼쪽에는 '무한상상' 교실이 있다. 무한상상 교실 중 한켠에 놓인 학생들의 3D프린터 작품들.
예전에 썼던 3D프린터들. 지금은 전시용으로 두고 있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재주가 참 많아요. 6학년 학생들이 모두 6명인데 5명이 미술대회에 나가고 또 그중에 몇 명은 과학대회에 나가요. 학생 수가 많지 않다보니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이거 해봐’, ‘우리 저것도 해볼까’ 자꾸 권해보는데 그러면서 성취 경험이 쑥쑥 늘어난 거 같아요. 나중에는 학생들이 ‘저 이것도 관심 있어요!’하는데, 보는 선생님은 정말 흐뭇해요. 모두가 늘 주인공이 되는 거예요.”

물론 작은학교라고 해서 모두 그런 건 아니다. 신혜민 교사는 진지하게 강조했다.

“학교가 작고 크고를 떠나서, 그 학교에 전반적인 분위기라는 게 있거든요. 청성초는 신기할 정도로 분위기가 밝아요. 선생님들도 좋지만 학생들이 참 좋아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언젠가 체험학습을 가는데 체험학습장 앞에 학생들 신발 24켤레가 모두 가지런히 놓여 있는 거예요. 언니 오빠들이 먼저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들어가면, 그 뒤를 따라서 저학년 학생들도 예쁘게 신발을 벗어두고 들어가는 거죠. 아이들은 선생님뿐 아니라 서로를 보고서도 자란다는 걸 문득 깨달았어요. 청성초는 선생님부터 학생들까지 보고 배울 게 참 많은 학교구나, 라고요.”

청성초에 부임한 지 이제 1년차, 신혜민 교사의 이야기다.

3D프린터로 청성초 학생들이 만든 자기 명함들. 학교 정문 현관에 있다. 
천관, 명준, 은지 학생 명함도 있다.
유진 학생 명함도. 수진 학생 명함은 왜 없을까나...
왼쪽부터 신은지(6학년), 박천관(6학년), 윤수진(5학년), 김유진(6학년), 김명준(6학년)

■ 작은학교 친구 이야기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 너무 재밌어요"

“은지는 ‘나 이거 만들어보고 싶어’라고 이야기를 많이 해요. 길 가다가도,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가도 말해요. 저번에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다닐 수 있는 무슨 이동 수단같은 걸 이야기했는데…” (6학년 김유진)

상상력과 발명에 대한 꿈이 가득한 은지 학생. 은지 학생은 신혜민 선생님이 ‘창업경진대회’ 이야기를 할 때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팀을 구성했다. 

“곧바로 생각난 친구들이 있어요. 먼저 유진이는 수학을 잘해서 계산이 빠르고 일 처리 능력이 좋아요. 같이 팀을 하면 뭐든 제대로 해낼 게 분명하거든요. 명준이는 1학년 때부터 제가 쭉 봤는데 능력자에요. 코딩을 정말 잘해요. 5학년 수진이는 생각이 깊어요. 평소에도 뉴스를 보고 저한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줘요. 수진이라면 아이디어 하나를 던져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줄 거 같았어요.” (6학년 신은지)

은지, 유진, 명준, 수진 학생, 처음에는 이렇게 네 명이 모였다. 창업 아이템은 은지 학생 제안대로 ‘어린이 안전용품’으로 정했다. 팀 이름은 ‘올리사랑’. 올리사랑이란 내리사랑의 반대말로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을 사랑한다는 의미의 순우리말이다. ‘어린이들이 부모님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효도는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것일 테니까, 어린이 안전용품을 만드는 우리에게 딱 맞는 이름이겠다’ 학생들은 생각했다.

동아리 이름을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 신혜민 교사가 보내준 사진이다. 올리사랑 외에도 '청성' '식스 파이브(6학년과 5학년이라서)', '내리사랑', '청성의 아이들', '4개의 별' 등등 다양한 이름이 보인다. 일단 '4개의 별'로 정해지지 않아 다행이다(나중에 천관학생도 합류해야 하는데...).

6학년 천관 학생은 이번달인 10월 합류했다. 

“천관이에게는 발표를 맡겨야겠다 생각했어요. 7월에 다른 학교 친구들도 다 모여서 모의대회를 했을 때 제가 발표를 맡았는데, 뭐랄까… 저보다 좀 더 유머 있는 친구가 발표를 하면 더 즐거운 발표가 되겠다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 딱 천관이가 생각나더라고요.” (6학년 신은지)

올리사랑에 혜성처럼 등장한 천관 학생. 친구의 입부 제안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물어보자 막상 대답은 간명하다.

“친구들이 모여서 뭔가 한다고 하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재밌을 게 분명하거든요. 같이 하고 싶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 건지도 잘 몰랐는데 함께하는 걸 선택했다. 

사실 은지, 유진, 명준, 수진, 천관 학생은 어린이집 동기다. 청산어린이집에서 만나 청성초등학교까지 계속 함께 하고 있다. 함께 자라, 서로를 믿고, 모이는 것을 즐긴다. 당연히 회의시간도 즐겁다. 신혜민 교사의 말을 빌리자면 ‘회의하는 걸 보고 있으면 깜짝깜짝 놀란다. 정말 대학생처럼 서로 생각을 존중해주고 또 발전시켜나간다’. 매주 학교 수업시간 1시간을 빌려 토론을 하는데도 그게 부족해 주말마다 집에서 또 모인단다. 짧으면 30분, 길면 2시간씩 회의를 하고 회의가 끝나고 나면 각자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나눠먹는다고(종종 고기도 구워먹는단다. 아주 본격적이다).

올리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6학년 은지, 유진, 명준, 천관, 그리고 5학년 수진 학생. 작은학교 청성초 함께 하는 게 즐거운 학생들의 이야기다. 저희들처럼 세상 아이들도 모두 함께 안전하길 바라며 시작된 올리사랑의 ‘어린이 안전용품’, 잘 만들어질 수 있을까? 우리 학생들 좋은 소식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이것도 신혜민 교사가 보내준 번외 사진. 28일 촬영한 사진을 보면 명준 학생이 모두 모자를 쓰고 있는데, 이번에 한 파마가 마음에 안 들어서인지 학교에서도 이날 내내 모자를 쓰고 있었단다. 하지만 조르고 졸라 봐보니 정말 귀여웠다. 과거 파마사진이라도 여러분께 보여드린다. 모의대회를 위해 지난 7월 충북창업동아리 교육지원 연수에 가서 찍은 사진이다. '올리사랑' 화이팅!
'셋'에 뛰는 거라고 말했지만 천관 학생, 남들이 뛸 때 그는 추진력을 얻는다. 역시 재밌는 친구다.
'모두 같이 날아오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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