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읽는 정지용의 동시

애초 이 작품은 「바다」라는 제목으로 1927년 『조선지광』 64호에 발표하였다. 정지용은 『조선지광』의 「바다」를 발표할 때 창작시점과 장소를 “一九二六·六月·京都”라고 작품 말미에 밝히고 있다. 

바다

오·오·오·오·오·소리치며 달녀가니
오·오·오·오·오·연달어서 몰아온다.

간밤에 잠설푸시 먼-ㄴ 뇌성이 울더니
오늘아츰 바다는 포도비츠로 부푸러젓다.

철석·처얼석·철석·처얼석·철석·처얼석
제비날아들듯 물결 새이새이로 춤을추어

한백년 진흙속에 숨엇다 나온드시
긔치럼 녀프로 기여가 보노니
먼-ㄴ푸른 한울미트로 가이업는 모래밧.

외로운 마음이 한종일 두고
바다 를 불러-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

후주근한 물결소리 등에지고 홀로 돌아가노니
어데선지 그 누구 씰어저 우름 우는듯 한기척,

돌아서서 보니 먼 燈臺가 ㅅ반작 ㅅ반작 ㅅ감박이고
갈메기ㅅ대 ㅅ기루룩 ㅅ기루룩 비를불으며 날아간다.

우름우는 이는 燈臺도 아니고 갈메기도 아니고
어덴지 홀로 ㅅ덜어진 이름도모를 스러움이 하나.
- 一九二六·六月·京都 -     
-『조선지광』 64호, 1927. 2, 98면
(최동호 엮음, 『정지용 전집』
1, 66-67면 재인용.).

이 『조선지광』의 「바다」는 1935년 『정지용 시집』 2부에 다시 수록할 때 「바다」(84면), 「바다2」(85면), 「바다3」(86면), 「바다4」(87면)로 분류하였다. 그 중 「바다3」에 대하여 서술하고자 한다. 짧고 간결하여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단, 『정지용 시집』 1부의 「바다1」(2-4면)과 「바다2」(5-6면)는 『조선지광』의 「바다」와는 다른 내용이다. 공교롭게 『정지용 시집』 1부와 2부에 같은 제목인 「바다1」과 「바다2」가 실려 있어 혼동의 우려가 있다. (『정지용 시집』 1부의 「바다1」은 “고래가 이제 橫斷 한뒤 / 海峽이 天幕처럼 퍼덕이오. //”로 시작하는 총 9연의 시이고, 「바다2」는 “바다는 뿔뿔이 / 달어 날랴고 했다. //”로 시작하는 8연의 시이다.) 

   바다 3

외로운 마음이
한종일 두고

바다를 불러    

바다 우로
밤이
걸어 온다.     
- 『정지용 시집』, 
시문학사, 1935, 86면.

「바다3」에서 ‘바다’를 부른 주체는 ‘외로운 마음’이다. 그 ‘마음’은 애타게 하루 종일 ‘바다’를 불렀다. 그런데 불려온 것은 정작 ‘바다’가 아니다. ‘한종일’ 불렀던 바다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고정된 바다 위로 ‘밤’이 ‘걸어오’고 있다. 
  이렇듯 사람의 의지와 무관하게 벌어지는 일들이 가끔 있다. 공들이고 노력하였던 일들이 허사가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래도 깜깜한 밤, 그 뒤에는 새벽이 버티고 있을 것이기에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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