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 문향의 향연

감빛 스카프가 제법 잘 어울리는 구월 중순이었지 아마

호젓한 색바람이 나부끼는 금강가를 걷다가

저물어가는 붉은 석양을 잡으러 차를 몰았어

해가 익어갈수록 심장은 뜀박질하고

가도 가도 멀어지는 해를 향해

큰 그림자 사이마다 불 밝히던 별들이

간혹 안부를 묻곤 했지

지하도를 향해 달리던 바퀴가 그만

행성만 한 달 속으로 달려갔어

달이 되어 버린 그 때였을 게야

못내 그리움이 달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크레이터로 남아 노란 빛을 낸 것이

오래전 상처들이 둥글게 하는 말들을

달에 사는 누구도 깊은 빛깔에 대하여 알려하지 않았고

나 역시도 그 빛깔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

가끔 한번씩

달은 스스로 빈 가슴을 채우며 우리 은하에 올랐지

아무도 모르는 그 비밀을

파란 눈에 불을 켠 헬릭스 성운이

밤고양이 눈처럼 지켜보고 있었어

광속으로 날아드는 금강의 심장소리

들어봐,

고요히 이글거리는 파란 산소의 깊이

-황예순, 옥천민예총·옥천문학회 문학동인지 제15아랫목, 2011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