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 문향의 향연

굽은 소나무가

마음 편히 장수하듯

비틀거리며 걷는 나의 길

새록새록 힘을 얻는다.

 

진흙 뻘을 여과한 미나리처럼

쓰러져 넘어진 아픈 기억들을

마디마디 굵은 혈맥으로 관통시키며

진통만큼 성장하는 기쁨이었나보다.

 

가을 녘 흐늘거리는 들꽃 향기

모래알 진주처럼 가슴에 훈장 새기며

스스로 힘주어 걷는

그 곳에

축복 있으라.

-조숙제, 시집 물같이 바람같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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