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봉사회, 10년 동안 매년 봄가을 면 단위 독거노인 위한 빨래봉사
1일부터 8일까지 우리고장 8개 면 찾아, 직접 이불 500여 채 세탁
올해로 10년째, 우리고장에 봄과 가을이 찾아오면 8일간 바빠지는 것은? 정답은 대한적십자봉사회 옥천군지구협의회(회장 이금자, 이하 적십자봉사회). 좀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발’이다. 8일 내내 우리고장의 8개 면을 다니며 장화를 신고 발을 굴렀다. 면 지역의 독거노인을 위한 이불빨래 봉사, 8일 향수공원 나눔광장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발들을 찾아갔다.
10월의 시작과 함께 출발한 적십자봉사회의 빨래봉사는 안내·안남, 청산·청성, 군서·군북, 동이면을 모두 거쳐 갔다. 8일에는 어느덧 막바지로, 이원면 노인들의 이불만이 남았다. 이금자 회장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면에서는 각 면의 적십자봉사회가 함께 해주었는데, 이원면은 적십자봉사회가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 읍 지역에서 함께하고 있지요.”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회원들의 품에 한 아름씩 안긴 이불이 들어온다. 하루에 보통 60~70채의 이불을 세탁했다고. 이날은 특별한 손님의 이불도 들어왔다. 바로 인근의 소방서에서다. “소방서는 24시간 일하잖아요. 이불을 언제 빨 수 있겠어요. 보나마나 꼬질꼬질할 것 같아서 다 가져오라고 그랬지요. 그분들은 월급을 받아도 봉사하는 분들이니 당연히 우리가 해드려야죠. 안 그래도 늘 감사인사를 하고 싶었거든요.”
세탁기도 몇 대 가져왔지만, 몇 십 채 이불을 전부 세탁기로 돌리려면 하루종일 해도 시간이 모자라다. 그래서 회원들이 장화를 신고 직접 밟아서 이불을 빨고 헹군다. 세탁기로는 탈수만 하고 있다. 이불을 맡긴 노인들은 널어 말리기만 하면 된다. 이불빨래에 대한 부담이 훨씬 덜어진다.
현장을 찾은 김태은 읍장은 “봉사하는 분들 표정이 너무나 밝다”며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리더의 역할이 참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분위기는 밝고 유쾌했다.
“내 짝꿍 어디 갔어? 배신 때리고 저기 가 있네!”
“고만 짜, 여기서 말리려구?”
“일하러 와서 폼 좀 그만 잡어!”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1석2조네. 건강해지겠구먼.”
“이거 하고 막판에 우리 조끼도 한 번 싹 빨면 좋겄어.”
“안 돼, 금방 또 입어야 해서.”
이금자 회장은 스마트폰의 사진을 보여줬다. 탈수까지 마친 이불을 받아가는 할머니의 사진이었다. “연세 많으신 분들은 혼자서 이불 빨래를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요전에도 89살 먹으신 할머니가 ‘절이라도 해야겠다’며 너무 고마워하시더라고요. 우리가 모든 곳에 다 손을 뻗칠 수는 없겠지만, 닿는 데까지만이라도 하면 그분들은 이번겨울 포근하고 따뜻하게 지내실 수 있겠죠.”
‘바쁜 발’들이다. 면 지역을 돌며 이불을 받아와, 직접 밟아 이불을 빨고, 깨끗해진 이불을 다시 주인에게 가져다준다. 그야말로 발품 팔아 하는 봉사다. “어젠 비가 와서 걱정이었는데, 오늘 아침 날씨가 좋아서 ‘아, 할 수 있겠다’ 하고 안심했어요.” 날씨도 맑음, 모두의 얼굴도 맑음, 우리고장 노인들의 겨울나기도 맑고 포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