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 문학의 향연

빵은 둥글다

눈이 없고 귀가 없고 팔과 다리가 없다 아름답기까지 하다

 

한 덩어리의 반죽이 되고 싶어

일용할 양식이 되고 싶어

 

눈 감고 귀를 닫으면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을 거야 팔이 없으면 분노가 사라지고 다리가 없으면 도망칠 일도 없을 거야

 

참을 수 없는 허기를 굽자

향기가 나고

 

빵이 되어 간다

그리 어렵지 않게 고작 빵이 되어 간다

검게 타버린, 딱딱하고 맛없는, 그러나 한 덩어리를 삼키면 한동안 허기를 잊을 수 있는

-유병록, 옥천민예총·옥천문학회 문학동인지 제18사마귀,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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