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설운동장과 함께한 옥천 생활”
20년 옥천 토박이의 가장 친한 친구
옥천 공설운동장에 담긴 많은 추억들

평일 저녁 공설운동장
평일 저녁 공설운동장

 

지금 옥천 신문사에서는 “풀뿌리 언론학교”와 “청년 허브”라는 신문사 체험 프로그램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중에서 나는 풀뿌리 언론학교를 수강하고 있다. 다른 수강생들과 함께 그동안 옥천읍내에 20년 동안 살면서도 미처 가보지 못했던 안내면, 군서면 등 옥천의 다양한 곳들을 가보기도 하고, 직접 신문에 낼 기사를 써보기도 하는 중에 있다. 

정말 신기하게도 함께 풀뿌리 언론학교와 청년 허브를 하고 있는 청년들 중에 옥천에 살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모두들 서울, 대전, 수원 등 전국 8도에서 온 청년들이어서 옥천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많아 이것저것 물어보고는 했다. 지난주에는 청년 허브 수강생 한 분이 모든 일정 다 마치고 “초희씨. 저 빙수가 먹고 싶은데 맛있는 빙수 집 있어요?” 라고 부탁을 하기에 “그럼 제가 잘 가는 빙수 집 첫눈에라고 있는데 한 번 가보실래요? 옥천에만 있는 빙수집이거든요!” 라고 대답했더니 모든 수강생 분들이 “그럼 저도 갈래요!” 라며 다 따라왔다.

걸어가기에 조금 멀다고 했는데도 다들 타지에서 그런지 옥천을 너무 거닐고 싶다고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다들 주변 상가들을 보며 “와! 옥천에 이런 것도 있네요!”라고 신기해하며 탄성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이 거리가 너무 익숙한 터라 사실 별로 새로운 감정은 없어서 “맞아요. 몇 년 전에 새로 생긴 거예요.”라고 대답하며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해 설명을 해드렸다.

평소에 혼자 걸었으면 10-15분 내외로 도착했을 거리를 자그마치 25분가량 걸려 도착한 후 첫눈에에서 다함께 4인용 빙수와 사이드메뉴인 감자튀김까지 배부르게 먹었다. 다행히도 모두들 빙수가 너무 맛있다며 그릇 속까지 싹싹 긁어 먹었다. 빙수를 이렇게 남긴 것 없이 깨끗하게 먹은 적이 있었나 싶었다. 너무 배불러서 좀 걸어야겠다는 생각에 다 함께 첫눈에에서 조금 걸어가서 공설운동장을 걸었다. 운동장에는 우리 말고도 인라인 타는 어린이, 달리기하는 아저씨들, 산책하는 청소년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이 광경을 처음 본 언론학교와 허브 분들이 “와! 옥천 군민들은 정말 행복하겠어요. 이런 장소가 있어서!” 라며 부러워했다. 나는 “그럼요. 이곳은 저에게 특별한 장소인걸요.” 라고 대답했다. 어떤 의미로 특별한 장소냐고 되돌아오는 질문에 나는 저절로 이 장소와 함께한 추억들을 회상하게 되었다.

첫눈에에서 다함께 몬스터 빙수를 먹었다.
첫눈에에서 다함께 몬스터 빙수를 먹었다.

 

한참 엿장수가 시골에 많이 다니던 시절 엄마와 함께 이곳에서 엿장수가 불러주는 트로트를 들으며 조금 딱딱했지만 맛있었던 엿을 씹어 먹은 게 내 기억 속에는 가장 오랜 추억이다. 그 이후로는 중학교 시절 지용제 때 이 곳 야외 공연장에 슈퍼주니어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한달음에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 슈퍼주니어 팬들이 전국에서 몰려와 도저히 내가 가장 좋아했던 이 특의 얼굴을 볼 수 없어 까치발을 최대로 끌어올렸지만 결국 보이지 않아 모니터로만 만나봤다.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쏘리쏘리 노래를 불러줄 때 그 때 그 많았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쏘리쏘리 춤을 췄던 기억도 새록새록 하다. 이것 말고도 공설운동장에서 친척들과 함께 돗자리를 펴고 함께 치킨을 뜯어 먹었던 기억, 분수대가 새로 설치됐을 때 동생들이랑 분수대 안으로 뛰어 들어가 옷을 다 버려서 엄마한테 잔소리 들었던 기억, 친구와 함께 운동했던 기억 등 정말 행복한 추억이 많이 떠올랐지만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건 고등학교 3학년 수능 시험에 실패했을 무렵의 기억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내가 가장 못했던 과목은 영어였다. 영어를 너무 잘하고 싶어 1년 동안 정말 미친 듯이 영어 공부를 해서 모의고사 5등급이었던 성적을 9월 모의고사 때 2등급까지 끌어올렸는데, 수능 때 그만 5등급을 맞아 버렸다. 다른 과목들도 평소 모의고사 봤던 것보다 성적이 낮게 나와 지금까지 수능을 위해 고생해 왔던 것이 모두 물거품으로 느껴졌다. 정말 대학이나 제대로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부모님께서도 실망을 정말 많이 하셨고 집에서 부모님과 마주할 자신이 없었던 나는 이 곳 공설 운동장에서 홀로 조용히 앉아있었다. 조금 뛰고 싶다 생각이 들면 운동장을 돌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러고 나면 마음이 조금은 힐링이 되어 다시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며칠 뒤 대학에 합격해서 타지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옥천에서의 즐거웠던 시간, 힘들었던 시간들을 함께 보내준 옥천 공설운동장은 마치 둘도 없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대학에 가고 나서는 4년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느라 많이 오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지금 옥천신문사 청년허브분들과 언론학교분들이랑 다시 같이 오게 되었고, 오늘 또 옥천 공설운동장이 나에게 새로운 추억을 선물해주었다. 옆에서 함께 걷고 있었던 허브 분에게 공설운동장에서 이렇게 추억이 많다고 이야기해드렸더니 “초희씨한테 정말 특별한 장소네요.”라고 웃으며 이야기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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