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성면 신한중씨 단호박과 청성면 새마을회 고구마 넣고
은근한 불에 푹 끓인 달달 '가을 단호박 크림 수프'
유니셰프 이은 일일셰프 2탄, 9일 김지혜기자 만들었다

9일 오후 4시 옥천신문사 2층에서 김지혜 기자가 '가을단호박 크림수프'를 직접 만들었다. 사이드 메뉴로 장애인보호작업장(센터장 이준호) '자연당'에서 직접 만든 통밀식빵을 바삭하게 구웠다. 오늘도 어김없이 '로컬푸드 제철밥상' 공식 포즈 짠으로 마무리했다. 

[로컬푸드 제철밥상-외전 2탄: 일일셰프] 코끝에 찬기운이 살랑 살랑 스치는 가을이 돌아왔다. 낮에는 그다지 추운 것 같지 않은데 저녁이면 찬 바람에 코끝과 발끝이 '찡'한 그런 계절이 오고야 만 것이다. 밖에서 먹는 밥이 지겹고, 집 밖으로 나가기도 싫은 그런 날! 만드는 법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메뉴가 없을까? 이번 '로컬푸드 제철밥상-외전 2탄: 일일셰프'는 고민 끝에 '가을단호박 크림수프'를 소개하려 한다. 옥천신문 김지혜 기자가 쌀쌀한 계절이 돌아올 즈음이면 자주 만들어 먹었던 감자 크림수프를 변형한 소소한 야매(전문적이지는 않고 어딘가 촌스럽지만, 정성이 듬뿍 담겼다 쯤으로 해석하면 된다) 레시피다.

8일 김지혜 기자와 퇴근 후 로컬푸드 직매장을 찾았다. 자연당에서 만든 통밀식빵, 청성면 신한중씨가 생산한 단호박, 옥천살림협동조합에서 생산한 양파 등이 바구니에 담겼다.
단호박 추가 구입은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도 이뤄줬다. 가을이 제철인 단호박이 진열대 위에 수북히 쌓였다. 

가을 단호박 크림수프에서 가장 중요한 식재료는 바로 단호박. 이번 회에서는 직매장과 일반마트 간 실질적인 가격 비교를 위해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과 농협 하나로마트 두곳을 방문했다. 직매장에서 판매하는 무농약 단호박(청성면 신한중 생산)은 크기에 따라 각각 4천원, 5천원이다. 옥천농협에서 파는 국산 단호박은 1통에 2천원이었다. 실제 2배 가량의 가격차이를 보이고 있다.

로컬푸드 관련 취재를 하면서 늘상 '직매장 농산물 가격은 왜 이렇게 비싼가요'라는 소비자들의 물음이 따라오곤 한다. 그렇다. 직매장에 있는 농산물의 경우 실제 친환경이나 무농약 재배를 통해 생산된 물건이 많기에 더 비싸다. 

흔히들 친환경이나 무농약이면 그저 야생에서 자란 것을 딴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친환경인증, 무농약 인증을 달기 위해서는 영농일지부터 인증을 위한 검사까지 보이지 않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수반된다. 그러니 당연히 가격차이를 보인다. 그러니 선택은 소비자에게 맡길 수밖에. 상품을 고를 때 가격에 방점을 둘지, 무농약에 방점을 둘지는 개인의 몫이라 본다.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단호박 1개를 사서 신문사로 돌아오는 길. 월간 옥이네 박누리 편집장이 고퀄리티 사진을 찍어줬다. 비닐 사용을 자제하기 위해 손으로 직접 들고 왔다. 

■요리는 예상치 못한 것을 마주하고 헤쳐나가는 것

가을 단호박 크림 수프의 주재료는 단호박, 고구마(감자를 대신 사용해도 된다), 양파, 버터, 우유다. 단호박은 로컬푸드 직매장과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구입했고 고구마는 청성면 새마을회(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 유지인, 새마을 부녀회장 남인순)가 산계리 일원에서 직접 수확한 걸 사용했다. 감자를 사용할까도 싶었는데 청성면 새마을회 고구마 캐기 취재를 갔다가 얻어온 고구마를 활용하면 의미가 더 클 것 같았다. 그래서 의도치 않았지만 주재료(단호박·고구마) 모두 청성면에서 생산한 것들을 사용했다. 

일일 셰프 김지혜 기자는 요리 도중 많은 명언들을 토해냈다. 가장 첫 번째 뱉은 명언은 <요리는 예상치 못하는 것을 마주하고 헤쳐나가는 재미가 있다>다. 가을 단호박 크림수프를 만들면서 총 2번의 고비가 왔는데 첫 번째는 단단한 단호박을 자르는 과정에서, 두 번째는 단호박과 고구마를 으깰 핸드 블랜더가 고장 나면서 발생했다.

단호박을 생으로 자를 경우 칼이 들지 않아 손을 다칠 수 있다. 그래서 7~8분 가량 전자레인지에 돌린 다음 써는 것을 추천한다. 전자레인지가 아니어도 찜기를 사용하면 된다. 아주 작은 단호박의 경우 4분이면 다 익는다고 하니 크기에 맞춰 적정 시간 돌리면 된다.
전자레인지에 미리 돌린 후 자른 단호박의 단면.

단호박의 경우 단단해 요리 초보자가 무턱대고 칼을 들이밀었다가는 큰일 난다. 그래서 김지혜 기자는 전자레인지에 7분 가량 돌리는 것을 선택했는데, 단호박의 크기별로 익는 시간이 달랐던 게 문제였다. 단호박 하나 당 총 세번에 거쳐 다시 전자레인지에 들어가는 해프닝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김지혜 기자는 의연했다. '이런게 요리하는 맛 아니겠어?'라며 웃어 넘겼다. 

핸드 블랜더가 고장나는 고비를 마주했을 때 그는 살짝 주춤했다. 수프의 생명은 무엇보다 건더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식감에 있는데, 핸드 블랜더가 고장났으니 별 수 있으랴. 그래서 수작업으로 일일이 식재료를 으깼다. 이날 공휴일이었던 터라 월간 옥이네 박누리 편집장(전 옥천신문 기자)이 잠깐 신문사를 방문했는데, 일일 도우미로 참여해 손을 보탰다. 직접 으깨는 도중에 다행히 주변 동료 기자의 도움으로 핸드 블랜더가 잠시 잠깐 작동하기는 했다. 그래도 이날 수프는 절반 이상이 기자들의 노동으로 완성됐다.

이날 가을단호박 크림스프의 주재료 중 하나인 고구마. 청성면 새마을회에서 직접 키워서 캔 고구마를 사용했다. 신문사 한편에 포대로 놓였다. 이 중 적정 크기 2개를 골랐다.
고구마를 잘게 썬다.
양파도 썬다. 요리 초보자는 어쩐지 양파에 더 약하다. 김지혜 기자도 눈물 두세방울 정도 흘렸다.
냄비에 버터를 적정량 넣어 녹인 다음, 고구마→양파를 일차로 넣고 함께 볶아 낸다. 고구마가 익었을 때 쯤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물 한컵(종이컵 기준)을 추가로 넣고 끓인다. 고구마가 거의 익었다면 자른 단호박을 넣고 끓인다. 그 다음은 우유 2컵(종이컵 기준)을 투하. 기호에 따라 우유량은 조절한다.
핸드 블랜더를 구비하고 있다면 끓이는 도중에 한 번 갈아 준다. 건더기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면, 냄비에 수프가 눌러 붙지 않도록 계속해서 젓는다. 

 

■요리는 자전거 페달을 꾸준히 밟는 것과 같다

일일셰프편을 진행하면서 들은 명언 중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수프를 젓는 걸 멈추면 안돼. 자전거 페달 밟다가 멈춘다고 생각해봐. 큰일이 나겠지? 그런 마음으로 계속 주시하면서 저어야 해>였다. 가을 단호박 크림 수프를 만드는 일은 크게 힘들지 않았는데 그도 그럴것이 ①단호박을 썬다 ②고구마를 썬다 ③양파를 썬다 ④버터를 바른 냄비에 ①②③을 넣는다. ⑤물 한컵을 넣고 약불을 끓이다 우유를 넣고 또 끓인다의 단순한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⑤의 과정이 끝나고 나면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다. 바로 식재료들이 냄비에 눌어 붙지 않도록 계속 휘젓는 과정이다.

김지혜 기자는 해당 과정을 자전거에 비유했다. 자전거가 앞으로 가기 위해서는 페달을 계속 밟아야 하는 것처럼 '멈추면 큰일난다'는 마음을 가지고 저으란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지. 과한 명언 제조기가 아닌가 싶었는데. 맞는 말이다. 사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일상 속에 진리가 있는 것처럼 요리 하나를 하는데도 작은 깨달음이 '있을 수도' 있다. 과한 의미 부여는 조심해야지만, 김지혜 기자가 내뱉는 명언들로 요리가 더 유쾌해졌다.

쌀쌀한 가을 날씨에 어울리는 가을단호박 크림수프 완성이다. 자연당에서 만든 통밀식빵도 구워 함께 곁들였다.

손이 큰 김지혜 기자가 한 솥 끓여낸 수프는 휴일에도 신문사에 나와 고생하는 기자들과 풀뿌리언론학교 참가자 등 10명 남짓한 인원이 나눠 먹었다. '자연당' 통밀식빵을 같이 곁들이니 든든한 한끼로 손색이 없었다. 쌀쌀한 가을 기운이 스물스물 다가오는 요즘. 로컬푸드로 만든 '가을 단호박 크림수프' 한 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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