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사관학교 학장 정년퇴직 후 미국 지인 통해 알게된 '포포 열매'
씨앗 500개가 150그루 포포 나무가 되기까지 '고군분투'
이백리 부엉이골 농장서 1천500평 포포 농사 짓는 신문호 농가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7일 군북면 이백리에 있는 부엉이골 농장을 찾았다. 2012년 귀농한 후 포포 열매 농사를 시작한 신문호(76)씨. 8월 중순부터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에 포포열매를 출하하고 있다. 10월 중순까지는 납품이 이어질 예정이다. 화창한 날씨는 아니지만, 잘 가꿔진 부엉이골 포포 열매 농장에서 신문호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손 위로 보이는 초록 열매가 포포열매다. 

[옥천을 살리는 옥천푸드] 본래 동이면 남곡리에서 나고 자랐다. 중학교 2학년 때 영동 심천면으로 전학을 간 뒤 구세군을 알게돼 성직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구세군 사관이 됐고, 구세군사관학교서 학장으로 정년퇴직했다. 

신문호(76, 군북면 이백리)씨의 인생의 반은 구세군사관(목회자)로서의 삶이었다. 그런 그의 인생에 '농사'가 들어온 건 우연한 계기였다. 2012년 캘리포니아에 사는 아는 지인이 정년퇴직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포포 열매를 재배해 볼 것을 권유한 것이다. 

"아는 동생이 말하길 자기 직장의 미국인 동료가 할아버지때부터 포포농장을 운영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형님, 이 포포 열매가 영하 28도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대요. 자생력이 강하니까 한국에서도 충분히 키울 수 있지 않을까요?'하더라고요." 

포포 열매는 그에게도 무척 생소했다. (포포열매: 북미가 원산지로, 망고와 바나나·파인애플을 합친 맛이 난다는 특징이 있다. 18브릭스 정도 되기 때문에 달콤함이 느껴지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백리에 터를 잡고 포포 열매 농사 준비를 시작했다. 포포열매가 가진 맛과 효능이 새로운 농업 판도를 구축할 것이라고 믿었다. 우선 캘리포니아에서 온 포포 열매 씨앗에 싹을 틔우는 일부터 시작했다.

한창 포포 열매가 달리던 8월 초중순께 사진. 바나나 같기도 망고 같기도 하다. (사진제공: 신문호씨)
포포 열매는 신기하게도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진보라색으로 핀 꽃을 4월께 신문호씨가 직접 찍었다. 꽃이 지고 8월 중하순부터 감잎처럼 넓은 잎이 달리는데, 그 사이에 포포 열매가 열리기 시작한다. (사진제공: 신문호씨)

"남곡리 출신이기는 하지만, 농사에 대해서는 지식이 전무했어요.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니까 이원면에 사는 후배에게 가서 씨앗에 싹 좀 내달라고 부탁했어요."

총 500개의 씨앗 중 380개에서 싹을 틔웠다. 어렵게 틔운 380개의 싹을 화분에 담아 집으로 가져왔다. 농사 시작단계였기 때문에 하우스도 없었고, 싹을 관리하는 방법도 서툴렀다. 그렇게 겨울이 도래했고 싹 틔운 380개의 씨앗 중 150개는 죽고 나머지만 남았다.

"살아남은 150개가 지금까지 온 거예요. 사연이 길죠. 그 길로 포포 열매와 농사 전반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어요. 농지를 사면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게 되니까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았죠. 귀농귀촌학교 2기, 농업인 대학 과정을 농기센터에서 수료했죠.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해서 충북대학교 농업인 최고지도자과정까지 맞쳤어요.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농사'의 농(農)자도 모르니 별 수 있나요? 배울 수 밖에 없었죠."

2012년부터 포포 열매 농사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선진농가라는 소리를 들은 만큼 노하우가 생겼다. 씨앗을 틔우는 법, 나무가 자랄 때의 문제,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힐 때 주의할 점 등. 실제 포포 나무를 키우면서 쌓인 연륜으로 이제는 전국단위 포포·개암재배·가공연구개발동호회 회장을 맞고 있을 정도다. 

옥천에서도 포포나무재배연구회를 꾸려 다양한 재배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그간 신문호씨가 생산한 포포 열매는 인터넷이나 카페 네트워크를 통해 판매됐다. 북미 원산지인 포포 열매가 워낙 생소했기 때문에 판로가 확장되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

"판로를 조금 더 넓혀보려고 가락동 시장 특판부에 연락을 취했어요. 샘플을 보내서 백화점 등지에 납품이 가능할지 얘기를 나눴죠. 샘플을 받아 본 관계자는 맛에서는 흠 잡을 데가 없다고 말했죠. 그런데 모양이 문제였죠."

7일 직접 방문한 부엉이골 농장에서 찍은 포포 열매 사진. 땅에 떨어진 포포 열매를 신문호씨 손에 올려봤다. 
포포열매의 모습. 제일 큰 열매 무게는 500g에 달한다. 시중에 판매될 때는 보통 250~300g 가장 적당한 크기라고 한다.
포포열매를 먹는 법을 송광자(63)씨가 직접 보여주고 있다. 우선 포포열매를 반으로 가른다.
그 다음은 티스푼으로 떠서 먹으면 된다. 키위처럼 먹는다고 생각하면 쉽다. 기자 본인이 직접 먹어봤는데 처음에는 '뭐지?' 싶다가도 부드럽고 진한 풍미에 반해 계속 찾게 된다. 망고와 바나나, 파인애플이 섞인 맛인데 개인적으로는 부드럽고 무척 단 파인애플 맛이었다. 뒤돌아서면 생각나는 맛이다.

포포 열매는 하얗고 노란 과육에 비해 껍질이 거무티티하다. 백화점에서 전시돼 판매되는 열대 과일들은 보통 껍질에서 윤이 나 전시용으로도, 판매용으로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보이는 것도 중요하니까 이해가 가긴 해요. 저희도 포포 열매 껍질을 닦아도 보고 랩을 씌워 보기도 했는데 사실 열매 자체 특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열매가 가진 맛과 효능 등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커버가능하다고 봐요. 백화점 쪽에서는 물량도 많이 요구해서 최종적으로는 잘 안됐어요. 전국에 있는 포포 농가 물량을 다 합쳐도 조금이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아요."

직매장에 진열돼 있는 포포 열매의 모습.
5일 찾은 직매장. 신문호-송광자 부부가 한켠에서 시식행사 중이다. 포포열매를 알리기 위해 자주 직매장에 나간다.

백화점 납품은 장기 비전으로 세웠다. 그 다음은 옥천에서 포포 열매를 알려보자는 목표를 가졌다.

"지난해부터 로컬푸드 생산자 교육도 받고 해서 옥천푸드 인증을 했어요. 헤이즐넛 농사도 700평 정도 짓고 있어서 포포 열매랑 헤이즐넛 납품을 계획했죠. 8월 중순부터 직매장에는 포포열매를 가져다 놨죠."

신문호씨는 현재 직매장에서 포포 열매를 1kg에 2만원에 팔고 있다.

"시중에서는 보통 3만5천원 정도에 판매가 되는데 아직 대중화되지 않아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요. 그래서 저도 3만원으로 책정하려다가 2만원 정도에 가격을 붙여 내놨죠. 직매장에서 제일 비싼 샤인머스캣이 2만9천원 정도인데, 이게 뭐라고 이렇게 비싸냐는 인식도 있었어요. 우선은 포포를 조금 더 알리자는 차원에서 이렇게 판매하고 있어요."

신문호씨와 그의 아내 송광자(63)씨는 로컬푸드 직매장에 자주 가 시식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생소한 포포 열매와 소비자들이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포포 열매를 처음 보면 어떻게 먹어야 할지 고민하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포포 열매를 반을 잘라서 티스푼으로 파 드시면 돼요. 키위처럼요!" (송광자씨)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포포 열매를 보면 으레 '으름 아니냐'며 '으름 같네'라고 말씀하셔요. 비슷하긴 한데, 포포 열매는 바나나 맛 뿐 아니라 망고, 파인애플 맛이 섞여 있어요. 세가지 맛을 한번에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단백질 함량이 정말 높아서 건강식이죠. 식이섬유도 많아 다이어트에도 좋습니다."

포포열매는 보통 8월 중순부터 시작해 10월 중순까지. 2달여간이 제철이다. 포포 열매 역시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이 있는데 지금 출하되는 것은 만생종이다.

"포포 열매는 완숙이 되면 나무에서 떨어져요. 아무래도 나무에서 떨어진 게 당도도 높고 더 맛있죠. 하지만 껍질이 얇아 상처를 받기 때문에 나무에 달리 열매를 만져보고 떨어지기 전에 수작업으로 땁니다."

신문호씨는 앞으로도 포포 열매 선구자로 옥천에서 포포 열매가 많이 알려지고, 친숙해질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을 전했다.

"시식 행사를 꾸준히 하고 있는 이유와 일맥상통해요. 우선을 많이들 알아야 찾을 수 있겠죠. 맛과 효능 부분에서는 정말 자신해요. 이미 인터넷 네트워크 상에서는 암투병 중인 가족에게 사드리는 소비자 층이 많아요. 옥천에서도 포포 열매를 꾸준히 알려 나가겠습니다!"

부엉이골 농장에 방문하면 비닐하우스에 포포 열매 모종들이 쭉 진열돼 있다. 이 모종이 크면 나무가 된다.
비닐하우스 한켠에 진열된 포포열매 모종들의 모습.
나무에서 떨어져 상품 가치가 낮은 포포열매를 숙성해 비료로 만들기도 한다. 천연 농법이다.
잎이 떨어진 나뭇가지에 포포 열매가 무더기로 열렸다. 한 가지에 5~6개 열매가 달리기도 한다.
포포열매 나뭇잎은 감나무 잎처럼 넓적하다. 신문호씨가 갓 수확한 포포열매를 손에 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