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자부담 없이 떠난 수학여행 싱가포르’
싱가포르 가든스바이더베이·사이언스센터·보타닉가든,
바탐 원주민 마을 등 3박5일 여행

[안내중 진로진학상담 이경숙 교사 인터뷰]

(작은학교라서 좋은 점이 뭘까요?)

"제 전임지가 청주 흥덕고였는데 거기는 한 학년 학생이 400명, 전교생이 1천200명이었거든요. 아이들이 먼저 다가오지 않으면 수업하고 서류 처리하다보면 하루가 후딱 가죠. 특별히 상담을 요청해오거나 눈에 띄는 학생이 아니면 이야기 한 번 제대로 못할 수도 있어요. 어떤 아이들은 그냥 '평범하구나', '조용하구나' 생각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안내중에 오고 나서는요, '저 친구는 오늘 좀 조용히 있고 싶은 날인가보다' 생각하거나 '친구들과는 곧잘 이야기하는데 선생님에게는 아직 마음의 문을 못 열었구나. 내가 노력하면 분명 더 좋아지겠지' 하고 확신해요. 그냥 평범하고 조용한 학생인 게 아닌 거죠. 기본적으로 학생과 선생님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구조에요. 학생은 선생님에게 고민 상담하고 말하는 것에 익숙하고 선생님은 학생을 주의 깊게 볼 수 있죠. 
물론 현장에서 부족한 점은 있죠. 그런데 학생들이 많이 도와줘요. 지금 저희학교 학생회장인 지수가 그런 걸 참 잘해요. 가령 한 학생이 화난 표정을 짓고 있어서 선생님이 '어떡해야 하나' 하고 있으면 지수가 말해요. '잠깐 삐진 거예요. 가만히 혼자 두면 알아서 풀릴 거예요. 걱정 마세요.' 라고요. 가족같이 서로 잘 알고 이야기를 나누는 거예요. 학생과 학생 간에도, 학생과 선생님 간에도."

(정말 학생과 소통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어 보여요, 선생님)

"물론 이럴 때는 있어요. 어떤 문제가 있어서 한 친구를 크게 혼냈는데, 이 친구가 몇 분 안 지나서 저한테 다시 말을 거는 거예요. '아니, 선생님이 방금 화냈잖아? 아직 화났거든!' 근데 아이들이 너무 해맑아요. '에이, 선생님, 뭐 그런 거 가지고…' 결국 웃고 말죠(웃음). …역시 이건 좀 문제죠(아니, 근데 어떻게 해야 이 아이들을 반성하게 하죠?)" 

안내중 학생들과 선생님. 최근에 전학온 학생까지 전교생 열세명이 모두 모였다. 30일 오전 안내중에서 사진 촬영.
안내중 학생들과 선생님. 최근에 전학온 학생까지 전교생 열세명이 모두 모였다. 30일 오전 안내중에서 사진 촬영.

[작은학교 이야기] 안내중은 지난달 23일 월요일부터 28일 토요일까지 수학여행으로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해외로 수학여행을 떠난 것도 그렇지만 전교생이 ‘자부담 0원’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건 안내중뿐 아니라 옥천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다. 교육청지원금(192만원)과 자체예산(1천300만원), 행복플러스운영비(290만원), 교육여건개선사업비(373만원) 등 약 2천200여만원으로 열두명 학생의 경비를 책임졌다. 작은학교라서 가능한 일이다. 수학여행이 끝난 첫날인 월요일, 옥천닷컴이 안내중을 찾았다.

“안내중은 통폐합 이야기도 많이 나왔죠. 사실 한번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니 도교육청 예산을 받는 일이 쉽지 않아졌어요. 시설은 낙후되고 학생은 더 줄어들 테고, 악순환이죠. 어떻게 학교를 살릴 수 있을까, 어떻게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 수 있을까. 저희는 결국 핵심이 학생에게 있다고 봤어요.” (안내중학교 조동기 교장)

‘학생들에게 행복한 시간,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자’. 안내중학교는 △제주도 △해외 △서울 순서대로 수학여행을 정례화 했다. 물론 해외여행은 올해가 처음인데,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다음번에 갈 때는 사전에 학생들에게 뭐가 더 필요한지 알아보고 또 수학여행지를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요. 아는 만큼 보이는 거니까. 다음번에는 더 잘 해볼 계획입니다.” (조동기 교장) 

월요일 아침 한창 안내중 학생들 왁자지껄한 무렵이다. 누군가에게는 첫 해외여행일 수도 있는, 또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됐을 수학여행을 한 번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안내중학교 이번에 수학여행을 다녀온 열두명 학생들의 인터뷰를 모두 해보았다. 학생들 대부분 표정이 싱글벙글했다.

김가은(2학년, 안남초 졸업) 마지막 날 밤 한방에서 다 같이 놀았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마피아 게임도 하고 진실 게임도 했거든요. 주롱새 공원도 잊지 못할 거 같아요. 제가 새를 좀 무서워하는데 지수언니도 새가 무서웠는지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새들이 흥분해서 막 날라가는데 팔을 좀 긁혔거든요. 잊지 못할 일이죠. 상처가 남았는데요(웃음). 

김정은(1학년, 안남초 졸업) 호텔에서 바깥 풍경 바라보는데 정말 너무 예쁜 거예요. 그런데 풍경이 좋다면서 영은이가 갑자기 창가에 올라가서 춤을 추는데, 그게 이상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웃음)…. 

박영은(1학년, 안남초 졸업) 가든스 바이더웨이 거대한 인공 나무가 있었는데 저녁에는 소름이 돋을 만큼 예뻤어요. 인공나무(슈퍼트리)가 있었는데 불빛쇼가 너무 예쁘더라고요.

유동균(2학년, 안남초 졸업)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 기억에 남아요. 우리나라 쌍용에서 만든 호텔이라고 들었거든요. 멀리 해외에 나왔는데 한국 이야기를 들으니 반갑더라고요. 또 인도네시아 칠리 크랩이 생각나네요. 먹다가 이 교정기가 휘었거든요. 다행히 수저로 꾹 한 번 눌러주니 다시 펴졌어요(웃음).

박소용(2학년, 군남초 졸업) 한국보다 좋았어요. 쓰레기 아무데나 버릴 수 없게 만들어놔서 길이 정말 깨끗하더라고요. 다만 호텔에서 와이파이가 잘 안 된 거 하나는 아쉬웠어요. 

강백두(2학년, 안남초 졸업) 저도 가든스 바이더웨이 인상 깊었어요. 11개 슈퍼트리 불빛쇼가 너무 예뻤거든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요? 아 그 얘들한테 무슨...(쑥쓰럽게) 커서 돈 많이 모아서 또 같이 여행 가고 싶어요. 

민기홍(3학년, 안남초 졸업) 3D 퍼즐을 사서 집에 가서 맞춰보려고 했는데 다 부숴져버린 거 있죠. 이게 무려 2만원짜리인데요! 튼튼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마음이 아파요. 또 관광지에서 모자를 샀는데 이게 17달러였거든요. 그런데 차이나타운에서 똑같은 모자를 봤는데 거기서는 4달러인 거예요! 이게 뭐야. 관광지에서 절대 뭐 사지 마세요!

송대근(1학년, 안남초 졸업) 인도네시아 바탐 마을에 있던 쌈닭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또 여행 내내 백두와 동균이 함께 다녀줘서 고맙다는 말 전해주고 싶어요. 

임선우(3학년, 안남초 졸업) 후배들 너무 좋아요. 순진하지는 않지만(웃음) 착한 동생들이에요. 그런데 저흰 어딜 가든 조용할 수가 없다는 걸 이번에도 깨달았어요. 어휴, 여행지에서도 투닥댈 줄이야.

송형근(3학년, 안남초 졸업) 다 재밌었어서 어디가 가장 좋았는지 꼽기 어렵네요. 제가 육상 하는데, 진천 충북체고로 진학할 예정이거든요. 지금까지 함께해준 선우랑 재형이, 그리고 안내중 우리 친구들, 모두 고마워요!

김재형(3학년, 비례초 졸업, 동대전중에서 전학) 수학여행 숙소에서 전교생(13명이긴 하지만요) 다 모여서 함께 떠들고 놀았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개인적인 이야기도 굉장히 많이 나눴는데... 진실게임을 했거든요. (얼굴 빨개져서, 웃음) 정말 다 털렸어요, 저는. 

황지수(3학년, 안남초 졸업) 벌써 3학년이 됐어요. 마지막 날 밤 모두 모였을 때 선생님한테 안 들키고 놀 수 있었으면 성공한 수학여행 밤이 될 수 있었는데 결국 들켜버렸어요(웃음). 이제 곧 졸업인데, 막상 떠나려고 하니 걱정되는 게 많아요. 후배들 중에 종종 저희끼리 부딪치는 친구들이 몇 있어요. 서로를 배려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희는 작은학교니까, 서로 더 관심 가지고 잘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한편 안내중이 싱가포르 여행지에서 방문한 곳들 △가든스바이더베이 △사이언스센터 △보타닉가든 △주롱새공원 △원주민마을 △머라이언공원 △센토사머라이언타워 △센토사섬 △차이나타운 △나고야타운 △뚜리비치 △중국사원

안내중 학생들과 선생님. 최근에 전학온 학생까지 전교생 열세명이 모두 모였다. 30일 오전 안내중에서 사진 촬영.
안내중 학생들과 선생님. 최근에 전학온 학생까지 전교생 열세명이 모두 모였다. 30일 오전 안내중에서 사진 촬영.

 

작은학교 안내중학교
안내중학교(교장 조동기)는 1952년 개교해 올해 학생이 13명(남학생 9명, 여학생 4명), 선생님은 9명인 '작은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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