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교동저수지 일대에서 장애인‧비장애인의 ‘행복한 동행’ 걷기대회 열려
충청북도의 장애인건강증진활동사업의 일환,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이 진행
장애인과 비장애인 서로의 마음이 통할 수 있었던 기회

1일 교동저수지 일대에서 장애인‧비장애인의 ‘행복한 동행’ 걷기대회가 열렸다. 이날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과 봉사단체 등에서 1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은 지용문학공원 시비광장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교동저수지 일대를 걷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들뜬 표정이 인상적이다.
참가자들은 서로의 팔이나 손을 잡으며 교동저수지 일대를 걸었다. 

[다함께 복지]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손잡고 걷는 교동저수지
안개가 채 사라지지 못한 오전10시, 지용문학공원 앞에서 버스 두 대가 들어선다. 버스에 적힌 건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뒤이어 사람들이 쏟아지듯 내린다. 그러곤 모두 밝은 표정으로 공원 안으로 걸어간다. 이들은 ‘행복한 동행’ 걷기대회와 레크리에이션 참석자들이란다.

‘행복한 동행’ 걷기대회는 충청북도의 장애인건강증진활동사업의 일환이다. 걷기대회를 통해 장애인들의 운동을 돕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예산으로 도비 400여만원이 투입됐다. 오늘(1일)은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향수신협, 충북도립대 사회복지과 봉사동아리 ‘아띠나래’, 옥천고등학교,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청산봉사회, 충북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등에서 100여명 정도가 참석했다.

이번 코스는 교동저수지 일대. 교동생태습지를 중심으로 한 바퀴, 지정된 짝꿍과 손을 꼬옥 잡고 걸으면 된다. 시비광장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2명씩 짝을 지어 손을 잡았다. 자신과 짝꿍의 이름이 적힌 명찰도 목에 걸렸다. 다행히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날씨. 사회자 황희억(43, 대전 중구)씨가 출발을 외치자 너나할 것 없이 시비광장 뒤쪽 계단으로 올라간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짝꿍과 이야기를 나누며 한 걸음, 또 한 걸음 걸어 나갔다. 오늘 처음 만난 사이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가까워 보이는 사람들, 조심스럽게 서로를 알아가는 사람들, 원래 알던 사람들 등 여러 유형으로 나뉘지만 모두 친구가 됐다는 사실은 같다.

백승옥(40, 청산면 지전리)씨와 홍효순(55, 청산면 효목리)씨. 계단을 내려가던 도중 기념사진을 한 장 남겨본다. 온화한 미소가 닮은 아름다운 한 쌍이다.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청산봉사회의 백승옥(40, 청산면 지전리)씨는 짝꿍 홍효순(55, 청산면 효목리)씨에게 감사하단다. 덕분에 힐링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그들은 청산면민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어선지 구면인 듯 편해보였다. 백승옥씨는 성큼성큼 걸어가는 홍효순씨를 보며 “저보다 훨씬 건강하신 것 같아요”하곤 미소를 지었다. 둘에게 짝꿍이 마음에 드는지 물었더니 그렇다며 끄덕인다. 미소가 아름다운 청산의 한 쌍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씩씩하게 대회를 함께했다.

복지사들이 별모양 칭찬스티커를 참가자들에게 붙여주고 있다.
석현석(42, 옥천읍 장야리)씨의 손에 붙은 '짱' 스티커.
김종숙(54, 이원면 강청리)씨와 석현석(42, 옥천읍 장야리)씨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행사에 대한 호응이 남달랐던 한 쌍이었다.

코스 한 바퀴를 돌 때 즈음, 복지사들은 참가자들에게 별모양 칭찬스티커를 붙여주었다. 석현석(42, 옥천읍 장야리)씨는 스티커를 손에 붙이자 “와아”하며 환호한다. 이원여성방범대에서 홀로 참석했다는 석현석씨의 짝꿍 김종숙(54, 이원면 강청리)씨는 덩달아 기분이 좋은지 상쾌한 표정을 지었다. “현석씨 스티커 보여주세요”하니 김종숙씨와 함께 스티커를 보여준다. 이들에게도 서로의 짝꿍이 마음에 드는가 물었더니 자신 있게 “네!” 한다.

 

■ 들썩들썩, 신나는 레크리에이션 시간
걷기대회를 마친 뒤 다시 돌아온 지용문학공원 시비광장. 행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행사의 꽃,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사회자 황희억씨가 맛깔나는 입담으로 진행을 도운다. 참가자들은 옥천·고향·향수 세 팀으로 나뉘어 줄을 섰다.

순서대로 향수, 고향, 옥천팀. 김민재(옥천고1, 안내면 오덕리)학생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브이를 하고 있다.
훌라후프를 통과하고 있는 참가자들. 복지사들이 훌라후프를 잡고 게임 진행을 도와주고 있다.

첫 번째 게임은 훌라우프 통과하기. 팀별로 손을 맞잡은 다음, 훌라후프를 옆사람에게 넘기면 된다. 복지사들이 세 팀으로 나뉘어 훌라후프를 잡아주었다. 참가자들은 몸 이곳저곳을 움직이며 훌라후프를 통과시켰다.

색종이 뒤집기 게임을 진행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시작하자마자 참가자들이 색종이를 뒤집기 위해 우르르 모여 앉았다.

두 번째 게임은 색종이 뒤집기. 색종이는 총 60장으로 한 면은 빨간색, 한 면은 파란색으로 구성됐다. 자신의 팀이 배정받은 색깔의 색종이가 상대팀보다 많으면 이긴다. 가위바위보로 대전 순서를 정한 후 게임 시작.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가운데로 모인다. 어떤 색인지 볼 시간도 없이 휙휙 뒤집어 나간다. 고향팀 박윤관(53, 옥천읍 가화리)씨는 “억지로 하면 안돼요. 잘 봐요”하며 훌륭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몸으로 말해요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둥글게 원을 만들었다. 
목도리도마뱀의 목 부분을 설명하고 있는 참가자. 

마지막 게임은 몸으로 말해요. 이번엔 개인경기로 진행했다. 사회자 황희억씨가 문제를 고르면, 참가자 한 명이 몸으로 정답을 묘사한다. 바로 맞추는 경우도 있는 반면, 오답이 난무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 참가자가 무언가를 묘사하자 “토끼!”, “포도!”, “사자!” 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추후 나온 정답은 목도리도마뱀. 황희억씨가 “이게 어떻게 목도리도마뱀이에요!”하니, 참가자들이 꺄르르 웃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할수록 어색함은 사라지고 웃음만이 흘렀다. 누가 이기고 지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즐겁다. 게임이 끝난 뒤에는 복지사들이 참가자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주었다. 선물은 바디클렌저, 양치세트, 비누 등 세면도구 위주로 준비됐다. 참가자들은 알록달록한 상자를 하나씩 품에 안고서 버스에 올라탄다. 기자가 “안녕히 가세요”하고 인사하니 참가자들이 손을 흔들어준다. 기자에게도 이날 새 친구가 생긴 것 같다.

 

■ “장애인과 비장애인 서로의 마음이 통한 시간”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기획경영팀 황진경 팀장이 말하길, 복지관에서 장애인·비장애인 걷기대회가 열린지 10년 정도가 됐다고 한다. 매년 한 번씩 걷기대회가 열리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행사를 즐기는 모습에 황진경 팀장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황진경 팀장은 “장애인 외부활동을 진행할 때, 복지관 직원들만으로는 어려운 점이 있기도 했다”며 “참여해주신 봉사자들의 도움 덕분에 수월하게 행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운동하고 얘기를 나누면서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니 좋다. 레크리에이션은 명랑운동회처럼 진행됐는데, 학창시절 운동회 참여가 어려웠던 장애인들에게 큰 행복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마음이 서로 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르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기회였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가자들에게 어색함은 사라지고 즐거움만 남았다.
몸으로 말해요 정답을 맞히기 위해 참가자들이 손을 들고 있다. "저요!"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기획경영팀 황진경 팀장이 행사 진행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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