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얼리·샤인머스캣·충랑 농사짓는 포도 농사꾼 차기환씨
식장산 포도 농원표 생대추도 직매장 출하 시작
"직매장 귀농귀촌인에 보탬되는 판로로 자리잡았으면"

지난달 30일 식장산 포도 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차기환(59)씨를 군서면 상중리에서 만났다. 2016년 일부 포도 폐원 후 대추를 심기 시작했다. 잘 익은 대추는 10월 초부터 중순까지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옥천을 살리는 옥천푸드] 자유무역협정(FTA·에프티에이) 이후 차기환(59)씨의 농사 인생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3천평 규모로 포도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이중 1천평을 처분한 것이다. 그때만해도 외국에서 밀려들어오는 포도 물량에 포싹 망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해 얼른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다시 되돌아 보니 폐농을 선택했던 게 잘못된 선택이었나 싶기도 하다. 포도 품종은 '캠벨얼리'가 알아주던 시기를 지나 '샤인머스캣'이라는 신품종이 농산물 소비 시장을 주름 잡고 있는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올해 차기환씨는 전문 포도 농사꾼답게 캠벨, 샤인머스캣, 충랑, 자옥 등 생산해 아주 잘 팔았다.

'요즘 다시 포도를 심어야 할 판'이라고 말하는 차기환씨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농사라는 게 그렇다.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늘 마주한다. 그리고 상황에 따른 해결 방법을 찾는다.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라면 그에 맞는 방법을 찾아나가면 된다. 차기환씨의 농사 철학이 그렇다.

"보세요. 지금 대추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렸죠? 그런데 그렇다고 한들 내 것이 아니예요. 이번에 태풍이 온다네요. 태풍 때문에 농사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욕심을 부려서는 절대 안돼요."

포도 폐원이라는 결과는 대추 생산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해 1천평 규모 땅에 대추 300주를 심었다. 올해 9월 말부터는 기존 판로 외에 '식장산 포도 농원'이라는 스티커를 붙여서 직매장에도 출하하고 있다.

차기환씨가 운영하는 식장산 포도농원은 군서면 오상길 121에 있다. 
차기환씨 손에 올려진 생대추들.

"원래 대추는 10월 초에 나와요. 지금부터 익기 시작해서 보름 정도 되면 수확이 싹 끝나요. 직매장에는 2번 정도 생대추를 출하했어요. 10월 초부터 중순까지 더 많은 물량을 직매장에서 만나 볼 수 있을 거예요."

폐농 후 비닐하우스에서 키우기 시작한 생대추는 노지보다 열과가 없어 상품성이 더 좋다. 당도도 대략 20브릭스 정도 나온다. '식장산 포도 농원'이 가진 신뢰성이 기반이 돼 포도 뿐 아니라 대추도 찾는 이가 많다.

"대전에 마트가 많잖아요. 저는 포도 수확을 하고 나서 단 한 상자도 공판장에는 안 보내요. 마트에 직접 팔거나 서울로 올라가서 팔아요. 그게 재주죠. 이렇게 고정 거래처에서 신뢰가 있다보니 소규모로 짓는 생대추도, 청성면 양저리서 지은 밤도. 입소문을 타고 연결이 되서 잘 팔고 있어요."

직매장에 참여하게 된 건 귀농귀촌인들의 새로운 판로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2012년 대전에서 전기 산업 일을 하다가 아버지 땅을 증여받아 귀농했어요. 귀농귀촌연합회에서 총무 일도 맡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저는 로컬푸드 사업에 관심이 많았죠."

직매장이 귀농귀촌인들에게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로컬푸드라는게 그렇잖아요. 귀농귀촌인들 처럼 조그만한데 텃밭에서 농사 지어가지고 팔면서 일정 소득을 유지하는 것. 그런 목적이죠. 저도 그 취지에 동의를 하니까 참여하고 있어요."

하지만 직매장 초기 개장인 만큼 농민들이 갖춰 나가야 할 것 역시 많다.

"친환경이나 유기농이라는 이름 아래 상품성이 떨어짐에도 직매장에 출하하는 경우도 종종 봤어요. 농민들은 보면 딱 알잖아요. 진짜 직매장이 귀농귀촌인들이나 소농들의 판로가 되기 위해서는 농민들부터 좋은 품질의 상품을 내놓는다는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2012년 당시 아버지에게 땅을 증여 받아 농사를 지으러 왔을 때 기반은 마련돼 있었지만, 새로 배워야 할 것들이 차고 넘쳤다. 이제 겨우 농사가 무엇인지 느낄 정도다. 80세까지 농사를 지을 거니 갈 길이 멀었다.

"아버지가 농사를 짓다보니 어렸을 때 도와줬던 가닥이 있을 거 아니예요. 그런데 처음 내려와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농사가 생업이 되는 건 또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이제 겨우 농사가 뭔지 알아가는 정도라고 해야 할까. 초기에는 아버지가 맨날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된다'며 잔소리를 하셨어요. 그때는 고집을 부려서 실패하기도 했죠. 이제 농사 경력 10년이 넘어가니 더 배울게 많겠죠. 80살까지는 농사를 지을 거니 앞으로 20년 정도 더 배워야 겠네요!"

지난달 30일 식장산 포도 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차기환(59, 대전 유서욱)씨를 군서면 상중리에서 만났다.
지난달 30일 식장산 포도 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차기환(59, 대전 유서욱)씨를 군서면 상중리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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