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용 문학의 향연
정지용은 1926년 어린이에 「산에서온새」라는 띄어쓰기가 되어있지 않은 제목으로 시를 발표한다. 아마 이 시기 한글문법은 ‘무규범기’ 상태였기 때문이리라. 1926년은 6·10만세 운동이 일어나고 2차 공산당 사건으로 이준태 등 15명이 검거되었으며 11월 4일에는 조선연구회, 한글제정 480주년을 기념해 ‘가갸날’을 제정한다. 또 정지용 개인적으로는 일본 동지사대학 예과를 3월에 수료하고 4월에 영문학과에 입학한다. 이렇게 정지용은 주변의 상황에 복잡한 작용을 받으며 작품 활동에 분주하였다.
산에서온새
새삼나무 싹이 튼 담우에
산에서 온 새가 울음운다.
산엣 새는 파랑치마 입고,
산엣 새는 강모자 쓰고,
눈에 아른아른 보고 지고
발 벗고 간 누의 보고지고,
순 봄날 이른 아츰 부터
산에서 온 새가 울음운다. - 어린이 4권 10호, 1926, 1면.
이 시는 1927년 6월 신소년 5권 6호, 1928년 조선동요선집에 동요로 소개하며 재수록 한다. 이후 1935년 정지용 시집에 다시 싣는다.
산에서 온 새
새삼나무 싹이 튼 담우에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산엣 새는 파랑치마 입고.
산엣 새는 빨강모자 쓰고.
눈에 아름 아름 보고 지고.
발 벗고 간 누의 보고 지고.
따순 봄날 이른 아침 부터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 정지용 시집, 시문학사, 1935, 110면.
이 시는 1연 2행과 4연 2행의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라는 동일한 시구를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입고”, “쓰고”, “지고”에서 ‘-고’라는 음운을 반복적으로 배치하며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산에서 온 새」에서 누이는 ‘발 벗고’ 떠나 있는 부재의 상황이다. 그 자리에 산에서 온 새는 담 위에 앉아 화자를 보며 울고 있다. 그 새를 본 화자는 떠난 누이가 보고 싶어진다. 이렇게 따뜻한 봄날 이른 아침부터 산에서 온 새는 누이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끌고 있다.
화자는 빨강 모자를 쓰고 파랑 치마를 입은 새를 본다. 「산에서 온 새」는 이렇게 시각적 심상으로 처리되고 있다. 그 새의 모습에서 화자는 저절로 누이의 모습이 눈에 삼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