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여행사진작가 / 안남초 31회 졸업)

이름도 생소한 핑크뮬리‘Pink Muhly Grass’라는 아프리카산 외래종 억새의 일종이다. 우리에게 분홍빛 억새로 불리는 이 서양억새는 지난해부터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의 SNS를 타고 유명한 스타가 되었다.

제주도에 심은 핑크뮬리는 대부분 외래종이기는 하지만, 우리 고장 이원면 묘목농장에서 구입한 품종이다. 색은 주로 핑크색이지만 자주색, 금색도 있다.

핑크뮬리 정원을 가진 카페들은 9월이 되면 핑크뮬리 공개 준비로 한창 분주하다. 제주도에서는 9월부터 11월까지 오랫동안 볼 수 있다.

머리카락과 같이 가느다란 핑크뮬리 줄기에 맺혀있는 물방울을 보고 있노라면 환상적인 분위기에 신비함까지 더하고 있어, 여심(旅心)과 여심(女心)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억새는 해 질 녘에 은빛을 자랑한다면, 핑크뮬리는 한낮에도 선명한 분홍빛으로 황홀함을 선사한다. 실바람에도 흔들리는 솜털 같은 부드러움으로 보고 있는 사람에게 마음의 여유를 챙겨준다.

많은 사람들이 핑크뮬리를 찾는 이유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투명한 핑크빛을 내는 독특함에 더하여, 제주도라는 관광과 여행지라는 지역특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핑크뮬리를 즐겨 찾는다. 입장대기표를 들고 문 앞에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여행객은 잘 인내하고 있다.

제주도 어디에나 지천으로 널려있는 은빛억새가 2차 산업혁명시대의 아날로그 감성이라면, 국부적이고 인위적으로 가꾸어진 핑크뮬리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디지털 감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을 좋아하는 층도 달라서, 나이가 든 성인층은 은빛억새를, 젊은 층과 여성은 핑크뮬리를 좋아한다.

핑크뮬리로 유명한 카페 마노르블랑, 북촌에 가면, 키친오즈를 소개한다.

마노르블랑

비오는 9월 중순, 핑크뮬리를 보기 위해 찾아간 곳은 안덕면에 위치한 마노르블랑.

우산을 막 접어들고 카페로 들어가려는 나를 한 젊은이가 가로막는다. 음료를 미리 주문하고 현관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현관에 서서 자리가 나길 기다렸다. 예상은 하고 왔지만 넘치는 손님으로 인해 빈 테이블이 없으니, 미리 주문을 해 놓고 밖에서 기다리란다.

여기에서는 잘 가꾸어진 정원을 걷고 싶거나 핑크뮬리와 함께 사색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같은 공간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정원으로 입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마노르블랑은 다양하고 예쁜 유럽풍의 찻잔과 많은 종류의 피겨린(모형)이 벽면 가득 멋지게 전시된 실내, 넓고 푸르고 푸른 잔디정원과 더불어 가을엔 핑크뮬리로 여행객의 마음을 흔들어대는 소문난 카페다. 실내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이름 있는 오디오도 고전적인 실내분위기를 한껏 높여주는 듯하다.

눈앞엔 산방산과 송악산이 선명하게 보이고, 그 한가운데엔 나지막한 형제섬이 보이는 언더위의 하얀 집이다.

자동차 교행이 불가능하고 경사진 외길을 들어가면서 가졌던 우려가, 코앞에 펼쳐진 산과 바다의 멋진 하모니에 그만 스르르 녹아내리고 말았다. 물론 출구도 외길로 따로 나 있다.

잔디정원에는 사계절 내내 꽃이 지지 않는 포토존뿐만 아니라 하얀 그랜드피아노까지 전시해 놔, 누구나 한번쯤은 건반을 두드려보고 싶은, 멋이 가득한 카페다.

마노르블랑의 핑크뮬리는 9월 중순부터 10월 하순까지 약 한 달 보름 정도 볼 수 있다.

도로명 주소는 서귀포시 안덕면 일주서로 2100번길 46이다.

카페 마노르블랑 핑크뮬리
카페 마노르블랑 핑크뮬리
마노르블랑 핑크뮬리 정원
마노르블랑 핑크뮬리 정원
마노르블랑 실내 장식품 많은 피겨린과 커피세트 및 오디오세트
마노르블랑 실내 장식품 많은 피겨린과 커피세트 및 오디오세트

북촌에 가면

북촌에 가면은 북촌초등학교 정문 앞에 있는 2층의 아담한 카페다. 북촌초등학교 주차장에서 돌담 너머로 보이는 카페엔 노란 장미와 빨간 장미가 여행객을 미리 반겨준다. 붉은 장미는 이곳의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듯, 더 짙은 색을 내고 있다.

가을에는 핑크뮬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호응을 받고 있지만, 이곳 정원에는 계절마다 어울리는 꽃들이 가득해 그들을 보고 싶어 하는 여행객이 종종 찾는 곳이다. 특히 5월에는 노란 장미가 여행객을 오래도록 잡아 둔다.

카페를 나오면서 주인장에게 가을에 피는 장미의 방법을 물어 봤지만, 시원한 대답은 없다. 봄에 핀 꽃꼭지를 언제 잘라내느냐가 비법이란다.

정원의 한 가운데에 자리한 핑크뮬리는 가을과 어울리게 제 색을 발하고 있고, 그 위로 내려앉는 가을햇살은 따사롭다. 가끔씩 부는 바람에 사각사각 내는 소리가 정겹기도 하다.

여기도 인파로 북새통이다. 주문한 지 20분이 지나서야 베리레몬에이드와 베리레몬티가 겨우 도착했다. 색도 예쁘고 맛도 달달.

옆자리엔 다정다감한 연인들끼리의 핑크빛 속삭임이 내내 이어진다. 온통 핑크빛이련가? 온 세상이 핑크빛여도 누가 뭐라고 하랴. 이 좋은 계절에.

이곳 북촌에 가면 핑크뮬리는 9월 하순부터 11월 초순까지 볼 수 있다. 다른 곳보다 늦게 피고 늦게까지 볼 수 있다. 카페를 열고 닫는 시간은 10, 19시이다.

도로명 주소는 제주시 조천읍 북촌56이다.

카페 ‘북촌에 가면’ 2층 옥상에서 바라본 핑크뮬리 정원의 모습.멀리 일주동로(1132번), 북촌초등학교 주차장과 운동장이 보인다.
카페 ‘북촌에 가면’ 2층 옥상에서 바라본 핑크뮬리 정원의 모습.멀리 일주동로(1132번), 북촌초등학교 주차장과 운동장이 보인다.
카페 정원엔 가을장미와 억새가 공존하고 있다.가을에도 장미를 피우는 비법이 따로 있단다.
카페 정원엔 가을장미와 억새가 공존하고 있다.가을에도 장미를 피우는 비법이 따로 있단다.
카페 북촌에 가면 가을장미
카페 북촌에 가면 가을장미
〈북촌에 가면〉 베리레몬티 & 베리레몬에이드
〈북촌에 가면〉 베리레몬티 & 베리레몬에이드

 

 

키친오즈

한림읍 협재에 있는 키친오즈 레스트랑을 방문했다. 도로에 서 있는 차들을 보면서, 여기도 똑 같구나하는 소리를 뱉으며 차에서 내렸다. 카페로 들어가는 절차는 마찬가지로 선 주문, 후 대기다.

협재해수욕장에서 멀지 않은 조용한 곳에 자리한 키친오즈는 피자와 파스타를 먹기 위해 찾는 레스토랑이지만, 요사이는 핑크뮬리 손님 때문에, 주로 음료수와 커피만을 판매하고 있단다.

정원 한가운데에 자리한 포토존인 야외용 하얀 벤치가 놓여있다. 계속되는 사진촬영으로 내 차지가 쉽게 않다. 겨우겨우 얻은 자리에 아내를 앉히고 이리저리 포즈를 요구하면서 셔터를 누른다. 벤치 뒤에 자리한 하얀 집도 평화롭고 한가한 분위기다.

카페에 같이한 모든 여행객들은 자기 인생의 한 페이지를 여기서도 꼭 기록해야 한다고 각오라도 한 듯, 진지한 표정으로 촬영 포즈를 취한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자신의 이야기나 사진을 올리려는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키친오즈를 직접 경영하고 있다는 주인 부부도 나와 일에 바쁘다.

부부는 같이 미술을 공부했고, 사진작가로 활동도 했단다. 벽면에 걸린 그들의 일상생활 사진이나 여기저기 걸린 소품에서 그들만의 고풍스런 감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세월을 아끼며 살아온 그들만의 노력이 내 눈에도 보인다.

이곳은 9월 하순부터 11월 초순까지 볼 수 있다. 오전 1130분에 열고, 오후 9시에 닫는다. 11세 이하 노키즈존, 화요일 정기휴무다.

도로명 주소는, 제주시 한림읍 협재로 208이다.

〈키친오즈 핑크뮬리〉
〈키친오즈 핑크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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