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주민, 관광객 누구나 환영합니다”
지난 9월27일 개업한 ‘씨스페이스24 방아실점’
류지영·남영애 부부, ‘다온민박’도 같이 운영
고향 그리워한 돌아가신 아버지 계기로 정착 결심

모험을 했다. 될지 안 될지 해봐야 아는 거니까. 그래도 반신반의했다. 편의점이 잘 될까, 그것도 시골 면 지역에서. 입점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흔히 알고 있는 유명 편의점 브랜드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려 가능성을 살폈다. 관계자들과 만남도 가지고, 통화도 몇 번 했다. 그 뒤로 전화를 아예 안 받는 업체도 생겨났다. 거절하기 불편하니까. 그렇다, 이 업종에서는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보는 시각이 더 많았다. 여러 생각이 스쳤다.
그 중 씨스페이스(cspace) 편의점은 달랐다. 긍정적으로 이야기가 오고갔다. 타협을 본 지점이 있었다. 군북면 대정리 방아실까지 물류가 들어올 차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편의점에 필요한 집기류나 커피머신 등을 일부 지원받는 조건으로 대전 시내 한 곳을 지정해 편의점에 진열할 물품들을 직접 챙겨오기로 했다. 그렇게 지난 6월부터 준비한 씨스페이스24 편의점 방아실점 옥천1호점이 9월27일부터 문을 열었다.
방아실 주민으로서 동네에 어떤 점들이 아쉬운지 잘 알고 있었다. 일례로 시내 멀리서 치킨이나 피자를 사서 집에 오면 온기가 식은 일이 다반사였다. 류지영(54, 군북면 대정리) 남영애(54, 군북면 대정리) 부부는 동네에 간편하게 장을 볼 수 있는 편의점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가졌다. 편의점 창업을 실행에 옮기기까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동네 생활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그만큼 컸다.

■ 동네에 편의점 하나쯤 있길 바랐죠

“이번에 편의점 간판을 다니까 주위에서 예쁘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조만간 돼지머리 고사도 지내려고요. 보통 장을 보면 옥천에 큰 마트나 대전 쪽으로 많이 갔거든요. 저희도 주민인데 불편했죠. 동네에 편의점이 하나쯤 있으면 괜찮겠다 싶었어요. 시내에 있는 편의점처럼 매출을 크게 기대할 순 없을 거예요. 그래도 저희가 직접 운영하니까 인건비 걱정은 없잖아요. 동네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편하게 이용하셨으면 좋겠어요.”

류지영 씨는 문화류씨 집성촌인 군북면 방아실이 고향이다. 대정초등학교(34회)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를 대전에서 다녔던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집이 수몰돼 현재 살고 있는 터전으로 동네 이웃들과 같이 넘어왔다. 대전서 살며 직장생활을 했던 류 씨는 농사짓는 부모님을 도우러 주말마다 옥천에 자주 왕래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다시 옥천에 올 준비를 하면서 원래 있었던 시골집을 다시 새로 짓는 과정을 거쳤다.

“저는 여기가 고향이라 할아버님, 아버님 그리고 저 이렇게 3대째가 사는 거예요. 물론 그 위에도 계시는데 9대 조까지는 제가 제사를 지내거든요. 사연이 조금 길긴 한데요. 경기도 이천에 있는 기업에서 통근버스 기사를 하는데 이제 정리하고 내려올 거예요. 이제는 대전에서 시내버스 기사를 하는 방향으로 이력서를 써보려고요. 우리 집사람이 여기 민박이랑 편의점을 같이 운영할 거니까 저는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하려고요.”

■ 편의점·민박 운영해 동네 기여하고파

남영애 씨는 향수뜰 체험마을 아르바이트와 함께 증약초 대정분교에서 방역 일도 했다. 경기도 평택이 고향인 그는 자녀들이 타지에 나가 독립하면서 대전 생활을 접고 남편 고향인 옥천에 정착했다. 동네 이장님, 부녀회장님 요청이 있으면 일손을 거들며 옥천에 녹아든 그는 이제 편의점과 민박을 운영하며 노후를 서서히 준비 중이다. 이들 부부가 거주하는 2층 주택은 ‘다온민박’이라는 이름으로 8월25일부터 운영되고 있다. 남영애 씨의 예명이기도 한 다온은 순우리말로 ‘좋은 건 다 온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이장님이나 사무장님 등 많은 분이 마을 활성화하고 사람들을 유치하려고 공을 들이고 계세요. 그리고 얼마 전에는 KBS에서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프로그램도 나왔잖아요. 그분들이 왔다 가면서 이 근방에 수생식물학습원이 많이 유명해졌어요. 차도 많이 오고, 보트 타러 외지 분들이 많이 오시니까 저희 입장에서는 편의점을 하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죠. 편의점 간판만 달아놓고 아직 개업을 안 했는데도 찾아오신 분들이 몇 번 있었어요.”

실은 이들 부부가 방아실에 이사 온 계기가 있었다. 어머님은 돌아가시고 아버님을 대전에 모시고 살 때였다. 고향을 무척 그리워하는 아버님 모습이 보였다. 그렇다고 시골집에 자녀들과 같이 가면 공간적으로 불편한 점들이 있을 것 같았다. 류 씨가 팔을 걷어붙였다. 원래 있던 집을 허물고 리모델링했다. 여기에 햇살 좋고 전망 좋은 아버님만을 위한 큰 방도 다 설계했건만 한창 공사가 진행되던 중 아버님은 폐암이 재발해 돌아가셨다고 한다.

■ 아버지는 안 계시지만 이곳에 살기로 했다

이미 공사는 시작했으니 끝은 맺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유가 있어서 시작한 일은 아니었기에 인건비, 건축비를 아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류 씨는 직접 바닥 미장도 하고, 시멘트 바르고, 철근 깔고, 데크 설치하는 작업까지 다 했다. 아직 완성된 집은 아니지만 90% 이상 집의 골격을 갖췄다. 그가 대전에서 집을 지어본 경험도 있었고, 시설물 하는 지인에게 도움을 청해 배우기도 했다. 또 카센터에서 10년간 일하면서 20대 때 용접 일을 배웠던 게 도움이 됐다고. 아버님을 위해 시작한 일이 이들 부부가 옥천에 정착하는 데까지 이르게 됐다.

“여기 놀러 오시는 분도 있고, 친인척도 있으니까 물어보세요. 어떻게 여기 들어와 살게 됐냐고요. 시골이 좋으니까 산다고 말하지만 실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잖아요. 어떻게 보면 체질도 한몫하는 거죠. 도시에 살면서 퇴근하면 차 막히고 주차난으로 고생하잖아요. 복잡하고 이런 게 저한테는 잘 안 맞더라고요.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여기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왔어요.” (류지영 씨)

“제가 생각해도 희한한 게 전원을 참 좋아해요. 아파트를 싫어해요. 다닥다닥 붙어있는 공간이 싫고, 탁 트여있는 공간이 좋더라고요. 집 안에서도 문을 닫아놓고 생활을 안 할 정도예요. 주변에 텃밭 기르면서 사다 먹지 않고 웬만한 건 해 먹는데요. 그래도 농사는 힘들더라고요. 예전에 아버님이 포도랑 고추 농사를 하셨는데요. 같이 고추 딸 때 아버님이 옆에서 그러시더라고요. 얘 고추 따다 죽겠다고요(웃음).” (남영애 씨)

■ 우리는 어디 가는 게 아니잖아요

이들 부부는 이번에 편의점 입점이 성사되지 않았다면 ‘다온마트’라는 이름으로 슈퍼를 낼 계획이었다. 그 정도로 동네에 생필품과 식료품을 유통하는 일에 진심이었다. 기존 편의점에서 다루는 물품들은 이곳 방아실점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1+1(원 플러스 원) 행사, 냉동식품처럼 물건 들어오거나 누릴 수 있는 이점은 다른 편의점과 똑같다. 다만 유통기한이 짧은 김밥, 별도 허가가 필요한 생닭 등은 취급하지 않는다.

“편의점 자체가 광고잖아요. 안에 어떤 게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으니까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죠. 기존에 있는 틀을 가지고 추진하고자 했어요. 아무래도 김밥은 유통기한이 2~3일밖에 안 되니까 뺄 수밖에 없었어요. 나머지 유제품도 들어가는 범위 내에서 입고할 생각이에요. 편의점 바로 옆에 집이 있어서 저녁 늦게 오셔도 열어드리려고요. 우리는 어디 가는 게 아니잖아요. 간판 불은 밤늦게까지 켜지니까 너무 늦은 시간만 아니면 열어드려야죠. 다 동네 선후배들이라 ‘지영아, 문 좀 열어봐’ 할 거란 말이죠. 동네 분들 모셔서 같이 생맥주도 마시고 치킨에 소주 한잔하면 참 좋을 거 같아요.” (류지영 씨)

“저희처럼 시골 동네에서 편의점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면 몇 군데 더 생겼으면 좋겠어요. 하셔도 좋을 거 같아요. 그 동네 주민들도 혜택을 볼 수 있는 거잖아요. 물류는 당분간 저희가 시내로 가져가야 해요. 그런 물류적인 어려움이 해소되려면 옥천에 몇 군데 생겨야 판로가 열리지 않을까 싶어요. 방아실점 옆에 옥천 1호점이라고 붙여놨거든요. 혹시나 문의하러 오시는 분들 계시면 상담도 해드릴게요. 큰 욕심은 없고 편하게 이용하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동네 살려야 해요.” (남영애 씨)

주소: 군북면 방아실길 83
문의: 733-5777, 010-7766-8862
영업시간:  24시간 운영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