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은 정지용 시인이 태어난 곳으로 흔히 문향이라고 합니다.
수필과 소설의 이야깃거리가 고샅마다 넘쳐나고 시가 물이 되어 골짜기마다 흐르는 곳이 옥천이 되었으면 합니다.

「말」은 “- 바리 - 로 - 란산 에게 -”라는 부제를 달고 1927년 7월 『조선지광』 69호에 발표된다. 

   말
        - 바리 - 로 - 란산 에게 -

말 아. 다락 가튼 말 이야    ,
너 는 즘잔 도 하다 마는
너 는 웨 그리 슬퍼 뵈니?
말 아, 사람 편 인 말 이야.
검정 콩 푸렁 콩 을 주마.

O

이 말 은 누 가 난줄 도 몰으 고
밤 이면 먼데 달 을 보며 잔다.     
- 『조선지광』 69호, 1927. 7, 11면.

  정지용 시에는 유독 ‘말(馬)’과 관련된 시들이 많다. 1928년 10월 『동지사대학』 3호 115-116면에 「馬·1」을, 같은 책 117-118면에 「馬·2」라는 일본어 창작시를 발표한다. 1935년 시문학사에서 발행한 『정지용 시집』에 「말」, 「말·1」, 「말·2」를 싣는다. 이처럼 『정지용 시집』의 ‘말’과 관련된 작품들 중 「말」을 골라 적어본다.

   말

말아, 다락 같은 말아,
너는 즘잔도 하다 마는
너는 웨그리 슬퍼 뵈니?
말아, 사람편인 말아,
검정 콩 푸렁 콩을 주마.

      ※

이말은 누가 난줄도 모르고
밤이면 먼데 달을 보며 잔다.     
- 『정지용 시집』, 시문학사, 1935, 109면.

  정지용의 시어에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향수」의 “빈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내 맘에 맞는 이」의 “큰말 타신 당신이 / 쌍무지개 홍예문 틀어세운 벌로”, 「백록담」의 “말이 말끼리 소가 소끼리, 망아지가 어미소를 송아지가 어미말을 따르다가 이내 헤여진다.”, 「곡마단」의 “말이 달리다 / 불테를 뚫고 넘고 / 말 우에 / 기집아이 뒤집고” 등에 동물의 일종인 말이 등장한다.
  정지용의 고향 충북 옥천에도 말과 관련된 전설이나 역사적 사실들이 존재한다. ‘말무덤 고개’가 군서면에 있고, 이여송 장군과 관련된 ‘말무덤’이 옥천군 동이면에 존재(졸고, 정지용 「향수」의 설화적 고찰, 『국제한인문학회』, 2019. 2, 183-205면.)하였다. 정지용은 어렸을 적에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과 전설 등을 들었음직하고 그 이야기들을 자신의 시에 형상화하지는 않았는지. 이것의 개연성에 무게를 실어본다.
  “점잖은 말”은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다. 그의 덩치가 매우 커 “다락같은 말”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런데 그 말은 한없이 슬퍼 보인다. 항상 인간의 순수한 감정을 닮아 “사람 편”에 서 있던 말. 하지만 그 말은 밤이면 슬픈 눈으로 “먼” 곳의 “달”을 보며 잠들고 만다. 
  당기는 힘에 지구의 인력이 더해져 생긴다는 밀물과 썰물처럼 정지용의 ‘말’은 그의 생애 내내 고향이라는 인력의 작용을 받는다. 그리고 온 종일 오고가는 밀물과 썰물처럼 긴 그리움의 발자국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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