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북면 대정리 대정분교 학부모회장 최미화씨
92년 대정국민학교 졸업,
두 딸은 대정분교 5학년과 유치원에 재학

"작은학교라서 좋은 게 뭘까요?"

"학교를 제 집처럼 다녀갈 수 있다는 거요? 제 집, 향수뜰권역, 그리고 세번째로 대정분교를 제 집처럼 드나드는 거 같아요(웃음). 선생님을 아무때나 만날 수 있어요. 방문했을 때 혹시 선생님이 수업 중이면 보육선생님이랑 이야기하고, 쉬는시간 되면 담임선생님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죠. 저도 저지만 시은이도 그래요.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선생님이랑 계속 이야기를 해요. 솔직하고 자유분방해요. 학부모도 학생도 교사와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정말 중요하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최미화,40,군북면 대정리)

남편 양승덕(41,군북면 대정리)씨와 팔짱을 끼고 환히 웃고 있는 최미화씨. 4일 향수뜰권역에서 인터뷰.

[작은학교 이야기] 대정분교 학부모회장 최미화(40,군북면 대정리)씨는 단순히 학부모로서 학교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1992년 대정국민학교를 졸업했고, 대정리 주민으로도 살았으며, 지역에 무사히 정착해 열두살 시은이와 여섯살 정은이를 키워 대정분교의 학부모가 됐다. 학교에 대한 애정은 어떤 학부모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부족하진 않다.

"이런 말을 해도 되나? 학교가 많이 좋아졌어요(웃음). 예전에 국민학교 다녔을 때는 8시30분에 조회를 해서 아침체조를 하고 운동장 쓰레기 줍고 풀 뽑고... 그리고 1교시 수업을 시작했죠. 가끔 누구 한 명이 잘못을 하면 선생님 산에 있는 기상대까지 뛰어올라갔다 오라고 했는데, 그럼 반 학생 22명이 정말 죽어라 뛰었어요. 5명씩 끊어서 선착순 안에 못 들어오면 다시 또 뛰어올라가야 했거든요. 지금 시은이나 대정분교 학생들은 9시10분? 20분?(수업이 언제 시작하는지도 모르겠네요) 그 전까지 자유분방하게 놀다가 수업 때 맞춰 들어가고 있어요. 정말 좋아졌죠(웃음)."

편히 놀 수 있는 분위기에 학생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선생님까지, 시은이(대정분교 5학년)가 선생님에게 '따따부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때면 엄마는 한숨을 쉬면서도 웃음을 터뜨린다.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시은이는 집에 들어오면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듣고 놀거든요. 평일 중 3일은 향수뜰권역에 가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작은학교'니까 시은이에게 부족한 것도 있지 않을까 고민이 돼요. 가령 '경쟁심'이라던가요. 시은이 반은 한서와 시은이 둘밖에 없거든요. 일등 아니면 이등인 거죠(웃음). 김태희 선생님은 걱정하지 말라고, 본교 학생들이랑 합반 수업 했을 때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고, 또 중학생이 되면 알아서 적응할 거라는데... 정말 그럴까? 싶을 때가 있어요. 또 다른 집단에 들어가서도 잘 할 수 있을까? 그런 거죠."

대정분교장 모습. 4일 촬영.

■ 작은학교 '가족'

이런 불안함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선생님, 다른 엄마들, 그리고 학생들이다. 

"보육선생님을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보다 '언니'라고 더 많이 부르는 거 같아요. 평소 상담해줄 때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기 딸 이야기를 해주면서 '우리 딸도 그랬어'라고 이야기해주시거든요. 그렇게 말해주니 마음으로 이해되고 고맙고 그래요."

간혹 다른 엄마들과 마음이 잘 맞아 학교 학생들을 모두 직접 챙겨줄 수 있는 맛도 쏠쏠하다. 이번 여름방학 한 달간 성언이·은성이 엄마 김명숙씨, 재영이·윤화 엄마 김미영씨, 정은이·시은이 엄마 최미화씨는 향수뜰권역 식당을 빌려 방학 중에 등교하는 아이들 도시락을 함께 쌌다. 방학 중 등교하는 학생들은 스스로 시간표를 짜서 학교에 나와 오후 4시까지 생활하는데 점심 도시락은 개인 지참해야 했기 때문. 혹시 도시락을 못 챙겨오는 학생이 있을까봐 세 학부모가 팔을 걷어붙였다. 향수뜰권역의 도움을 받아 장소 빌려 도시락을 모두 똑같이 싸줬다. 물론 그뿐 아니다. 

"소풍을 갈 때도요. 대정분교에 다문화가정 어머님도 있는데, 혹시 학생들이 서로 도시락 보면서 차이를 느끼거나 할까봐 엄마들이 먼저 모여서 같이 도시락을 싸는 거예요. 어렸을 때 친구와 도시락 때문에 조금 예민했던 경험이 다들 한 번씩은 있지 않아요? 그래서 그런지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 배려가 깊다, 좋다, 생각이 들었어요." (향수뜰권역 박은경 사무장)

바로 얼마 전 일이다(3일). 4·5·6학년 학생들이 서울로 수학여행을 가서 하루 전날 미리 캐리어를 꺼내 옷을 정리하고 있는데 시은이가 집에 왔다. 짐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으니 시은이가 “엄마, 이게 다 뭐야?” 물었다. 갑자기 장난을 치고 싶어 “우리 이사 가, 시은아”라고 말했다. 시은이 얼굴이 찡그려졌다. 웃음이 나와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이번엔 눈물이 터져버렸다. “그럼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다시 못 만나는 거예요?” 솔직하고 정이 많다. 이렇게 클 수 있었던 건 학교 덕분이 아닐까. 선생님과 다른 학부모들, 시은이와 함께 자라준 친구들 모두 고맙다. 

남편 양승덕(41,군북면 대정리)씨와 팔짱을 끼고 환히 웃고 있는 최미화씨. 4일 향수뜰권역에서 인터뷰.

■ 우리, 학교, 마을,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을 대정분교가 아닌 다른 학교로 진학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럼 학교가 사라질 수도 있잖아요. 전에 다른 주민과 학교가 없는 마을은 죽은 마을이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아이들이 없으면 당연히 학교가 문을 닫고, 그럼 어느 순간 마을에 웃음소리도 사라지게 될 거잖아요? 마을에 차가 굴러가는 소리나 사람들 일하는 소리만 남을 거예요. 우리 아이들 학교 문제뿐 아니라 우리 마을의 문제가 되죠, 이 문제는.”

예전에는 대정분교가 좋아 대전에서도 학생들이 들어올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주소지가 군북이 아니면 입학할 수 없어 학생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3~4년 전만 해도 운동회 때 청·백팀을 나누고 목 쉬어라 응원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팀을 나눌 수 없다. 

오후 4시쯤 되면 어디선가 정은이와 시은이 목소리가 들린다. 정은이는 6살인데 어찌나 말을 청산유수처럼 잘하는지, 열두살 언니와 시끌벅적 소리 치고 다투면서 온다. 멀리서부터 정은이와 시은이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에 한숨이 나오면서도 웃음이 나온다. 참 귀한 소리다. 대정리에서 자라고 이제 엄마가 돼 자리 잡은 최미화씨는 이 목소리를 지키고 싶다.  

수업 중인 대정분교 유치원 어린이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양정은(6), 장윤화(5), 석해정 유치원 교사, 김미정(7), 오승현(7) 어린이

작은학교 대정분교장

대정분교는 1935년 개교해 올해 학생이 7명(남자 5명, 여자 2명), 선생님은 3명인 '작은학교'입니다. 유치원생(4명)까지 포함하면 11명입니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