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 따라 아열대 작물 키위·토종다래 농사 짓는 전귀철 전 소장
올 봄 체리·살구 수확도 성공적…"변화 따른 대체작목 지원 옥천도 활발히 이어갔으면"
지난달 30일 옥천읍 양수리에서 전귀철 전 농기센터 소장을 만났다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옥천읍 양수리에서 공로연수에 들어간 전귀철(61) 전 농업기술센터 소장을 만났다. 양수리 밭에는 키위, 다래, 체리, 살구 등 다양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옥천을 살리는 옥천푸드] 이상기후로 인해 매년 봄, 냉해와 폭염이 연이어 발생하며 우리 농업 환경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지구온난화와 기온 상승은 사계절이 뚜렷했던 한반도 농업 환경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실제 남부지역에서는 아열대성 작물인 애플망고·용과·키위 등을 재배하기 시작했고, 최근 경북지역에서는 바나나를 생산하는 등 농업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옥천 역시 이같은 기후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전귀철(61) 전 농업기술센터 소장의 생각이다. 지난달 30일 옥천읍 양수리에서 만난 전귀철 전 소장은 농업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소득작목을 개발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전귀철 전 소장이 지난 3월 수확한 체리. (사진제공: 전귀철 전 소장)
전귀철 전 소장이 지난 3월 수확한 체리. (사진제공: 전귀철 전 소장)
전귀철 전 소장이 지난 6월 중순 수확한 살구. (사진제공: 전귀철 전 소장)

전귀철 전 소장은 말 뿐 아니라 행동으로 이같은 소신을 직접 실현하고 있었다. 그가 농사짓고 있는 양수리 밭에는 그간 옥천에서 쉽게 만나 볼 수 없었던 키위·다래·체리·살구 나무가 가득했다. 체리와 살구는 지난 3월과 6월 수확을 끝냈고, 키위와 다래는 나무에 매달려 과육을 한창 키워가고 있었다.

"키위는 심은 지 2년 정도 됐고, 다래는 3년 째 됐네요. 키위나 다래 모두 9월 중·하순 정도에는 수확이 가능할 것 같아요. 키위는 많이 대중화됐지만, 다래는 조금 생소하죠? 지금 매달린 다래는 산에서 자생하는 야생 다래 중 가장 좋은 것들을 선발해 개량한 '토종 다래'예요. 강원도 원주 농업기술센터에서는 12가지 품종을 받아왔어요. 어떤 품종이 우리 토성에 잘 맞는지 알아보고 농민들에게 알려주려고요."

토종다래의 모양이나 맛은 키위와 비슷하다. 하지만 크기가 더 작고 껍질을 벗기지 않고도 먹을 수 있다. 시중에 판매하는 골드키위의 당도가 평균 17브릭스라면, 다래는 최대 20브릭스로 키위보다 더 달다. 실제 강원도 원주 등에서는 다래 1kg 당 1만 5천원에 판매되는 등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키위나 다래는 포도 농가들이 재배하면 좋아요. 시설을 이용해서 재배하기 때문이죠. 다래의 경우 옥천에서도 2농가 정도가 시범적으로 키우고 있고, 키위는 이원면에 가면 종종 볼 수 있어요.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후 변화가 이뤄지고 있잖아요. 여기에 맞는 대체 작물을 찾는 게 중요해요."

다래를 가까이 찍어봤다. 다래는 숙성될수록 단맛이 더 강해진다. 생과로 먹어도 좋고, 잼이나 와인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체리를 처음 심었을 때, 주변에서는 '체리가 자랄 수 있겠어?'라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 봄 전귀철 전 소장은 체리를 수확했다. 총 8가지 품종(△조대과 △특조홍 △라핀 △스위트하트 △몽아카리아 △홍수봉 △타이톤 △러시아 8호)을 약 400평 가량에 심었는데 성공적인 결과였다. 

"체리를 심은 이유요? 대체작목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기후도 변화하고, 과일 소비 트렌드도 달라지고 있잖아요. 갈수록 기온은 오르고, 소비자들 역시 작은 과일을 선호하죠. 소득 증대에도 적합하다고 봐요. 저는 체리를 수확해서 집에서 나눠 먹었지만, 군서면에 박준우씨는 판매를 했어요. 1kg 당 2만 3천원 정도였죠."

전귀철 전 소장 역시 처음부터 체리, 다래 등을 재배했던 건 아니다.

"아무래도 아버지가 농사꾼이셨으니, 꾸준히 농사를 지었죠. 20년 전 처음 할 때는 배농사를 했어요. 복숭아도 배 농사 접고 나서 12년 가량은 한 거 같아요. 이후에는 호두 농사도 했어요. 접은 이유는 다양해요. 우선 배나 복숭아는 손이 정말 많이 가요. 혼자 하기에는 너무 버겁더라고요. 호두는 판로가 없었어요. 제가 농사지을 때 호두 가격이 싸져서 힘들었죠." 

이후 체리·살구·다래·키위 등을 차례로 심었다. 판매보다는 옥천에서도 이같은 작목들을 키울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체리도 그렇고 다래도 그렇고 시범 사업을 몇몇 농가들이 키우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지원이 일시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지속성이 떨어지죠.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저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체리 농사를 짓거나, 지을 예정에 있는 사람들을 모아봤어요."

생각보다 많은 주민들이 체리에 대한 관심을 모였다. 그렇게 10농가 정도가 모였다. 작목반이나 연구회 형태로 정식 조직 된 것은 아직 아니지만, 향후 이런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10농가들이 모여서 충북 청원군 문의면에 있는 체리 농가로 견학을 다녀왔어요. 600평 규모로 농사를 짓는데 1.5톤 정도 수확하더라고요. 1kg 당 2만원씩 하는데, 없어서 못 판대요. 옥천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봐요. 다같이 모여서 정보 공유도 하고, 견학도 다니는 연구회나 작목반 형태로 만들 예정입니다."

나무에 알알이 매달린 다래와 함께 사진을 찍은 전귀철 전 소장의 모습.
전귀철 소장이 체리 재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1979년 농촌지도직으로 입직한 전귀철 전 소장은 지도기획팀, 소득작목팀 등을 거치며 오랜 시간 동안 농업 현장에서 농민들을 만나왔다. 그렇기에 사무에 치우치지 않고 현장에서 농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장으로 근무할 때 직원들에게 항상 '어느 한 작목에서는 옥천에서 최고가 될 수 있게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했어요. 오래 가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향상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죠. 특히 농업은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농민들을 만나면서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농민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알려주고, 교육할 수 있는 직원들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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