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piung8@hanmail.net, 옥천읍 가화리)

버스 운전사는 6시 10분에 일어난다. 

패터슨 시에 사는 패터슨 잠들어 있는 아내한테 입맞춤을 하고
거실로 나와 시리얼을 먹는다.

버스 회사까지는 그리 멀아 걸어간다.
운행을 나가기 전에 점검 나오는 인도계 직원 늘 안부를 물어보지만 본인의 하소연이 먼저다.

그리고 정해진 운행 코스를 돈다. 

점심 시간엔 폭포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서 시를 쓴다.

퇴근하고 돌아오다 집 앞에 있는 기울어진 메일함을 바로 세우고불독 마빈을 데리고 산책을 간다.

마빈을 펍 근처에 두고 맥주 한잔을 마신다.

똑같지만 똑같지 않은 하루들이 지나가고 시인은 이 하루를 채우는 사물과 사람들을 바라본다.

응시의 결과물들은 시가 된다.

영화를 보면서 내게 두 편의 시가 찾아왔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고 있었어,
                                

-파블로 네루다의 ‘詩’ 일부 

■ 그리고 두 번 째로 예고 없이 찾아온 시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물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김종삼의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어느 시인은 시의 소재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곳곳에 숨어 있다고 한다.

평범한 일상에 감춰져 있는 보석들을 발견할 수 있는 이들이 시인이다.

아니 굳이 시인이 아니더라도 굳이 거창한 하루가 아니더라도 단조로운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 나간다면 바로 그런 우리가 詩人이다.

 

■ 영화소개

패터슨은 ‘천국보다 낮선’의 미국 독립영화계의 상징적인 존재 짐 자무시 감독의 작품입니다. 도시 패터슨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시인 패터슨의 일상을 다루며 이야기보다는 이미지로 전개하는 담백한 영상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짐 자무시 감독 영화의 특징은 냉정하게 절제된 배우들의 대사, 표정 움직임을 통해 평범한 인간관계를 거부합니다. 영화학과를 다니던 시절 시인이 꿈이었던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주목할 만한 작품들: 천국보다 낯선/커피와 담배/다운 바이 로우/브로큰 플라워/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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