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은 (옥천읍 삼양리)

[캥거루 나라에서 온 편지_04]

식빵, 우유, 시리얼, 라면, 바나나, 소고기...

오늘 외출의 이유이며, 하루 중의 낙이라 할 수 있는 장을 보기 위해 씻고 나갈 채비를 한다.

콜스(Coles)와 울월스(Woolworth), 호주의 대표 마트다. 웬만한 큰 도시들에 가면 쉽게 볼 수 있으며 매주 수요일마다 세일 품목이 바뀌기 때문에 어떤 제품이던 반값 혹은 세일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워킹홀리데이를 온 사람들이 많은 지역엔 특정 상품의 재고가 빨리 떨어져 경쟁하듯 사러 가기도 하고 특히 한국인이 많은 지역에선 반값 하는 라면의 경쟁이 치열하다. 사지 못하고 돌아왔던 적이 대부분이다.

한 달이 하루처럼 빠르게 스쳐가고, 일주일 중 2~3일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점심과 저녁을 해먹는 것이 내 일과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그렇다 보니 때론 이곳의 생활이 조금은 지루했던 순간도 있었다. 모든 것이 신기했던 첫 풍경들은 금방 익숙하게 다가왔고 새로운 것이 없을까 찾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서 시작된 저녁식사 후 산책은 푸른 하늘 미세먼지 걱정 없는 날씨를 다시금 상기시켜줬고, 한국에선 힘든 마당에서의 바비큐 파티가 지루함의 순간들을 조금씩 채워줬다.  

오늘의 저녁은 낮에 장 봤던 소고기. 오늘도 배부른 상태로 산책을 나선다. 노을은 가고 어스름한 시간이 다가올수록 별은 더 선명해지고 하늘은 점점 높아져 간다. 오늘은 마당에서 밀리와 함께 밤하늘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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