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8월29일 경술국치인 조기게양 전 가구 실시
일본 경제보복에 대항, 조기게양으로 민족정기 되살릴터
마을 400년 된 느티나무 살려야, 교동리 한봉수 이장

 시절이 하수상하고 시대가 시대인지라 그냥 지나가는 날이 없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하나라도 기억하고 하나라도 되새겨야 하루를 살지, ‘어물쩡’하게 지나가면 ‘그대로’ 당하는 법이다. 옥천읍 교동리 주민들은 8월29일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8월에 광복절만 기억했지 경술국치일이 있을 줄이야 꿈에도 몰랐지만, 이젠 제대로 기억하게 되었다. 원래 안 좋은 기억은 잃어버리려 하는 관성과 본능이 사람에게는 있지만, 나쁜 기억을 기억해야만 또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는 법이다.  

 남들이 다 그냥 지나칠 때 옥천향교와 400년 넘은 느티나무가 있는 전통이 있는 마을 교동리는 8월29일 빼곡하게 태극기 조기를 게양했다. 한집도 건너뜀이 없이 모든 가구 46가구가 다 조기 국기게양을 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 때문에 우리에게 경제보복을 한다고 어쩐다 안 합니까. 그럴 수록 우리 주민들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대항해야죠. 안 그러면 또 당합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제가 전날 저녁에 조기게양을 하자는 마을 방송을 했죠. 그랬더니 아침에 쭉 보니까 대부분 달았더라구요. 그래도 못 들은 집도 있고 일 바빠서 못 단 집도 있었죠. 보니까 구멍 난 것처럼 보기가 싫어서 제가 다 닳아줬죠. 그렇게 한 마음 한 뜻이 되었습니다. 우리 마을 교동리는”

 그는 마을과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교동리 한봉수(74) 이장, 32년 동안 대전에서 경찰생활을 할 때도 옥천을 떠난 적이 없었다. 나고 자란 마을을 기억하는 것. 주민들을 살피는 것. 애향과 애민이 바로 애족과 애국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마을 나무 하나 풀 한포기에도 애정이 많다. 

 “우리동네 수호신인 400년 넘은 교동리 느티나무 좀 살려주소. 전통문화체험관 공사하다가 패인 운동이에 물이 고이면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는 것 같아 맘이 참 안 좋소. 산림녹지과에도 수차례 이야기했는데 이 사람들이 나무를 살리려고 하는지 죽이려고 하는 지 감감 무소식이오. 빨리 좀 조치를 취해줘 보소”

 그는 이장이 되면서 예쁘게 담장도 새로 치면서 거리와 골목을 깔끔하게 가꾸었다. “교동리가 전통있는 구읍의 얼굴 아니오. 옥천의 오래된 마을 중 으뜸이죠. 그런 마을에서 역사의식을 가져야 하겠기에 경술국치일에 태극기 조기게양을 한 것이오."

 다른 마을은 거의 조기 게양을 한 곳이 없지만, 교동리는 모든 가구에 태극기 조기게양이 되어 있다고 향토사를 연구하며 문화유산해설을 하는 조도형(옥천읍 교동리) 공무원도 자랑섞인 귀띰을 한다. 김태은 읍장도 한봉수 이장의 마을 사랑이 극진하다고 칭찬을 한다.

 “저는 매일 아침 새벽 4시면 일어나서 마을 한바퀴 돌고 매화리 구덕재까지 아침 운동을 해요. 겸사겸사 마을 쓰레기도 줍고요. 경술국치일에 조기게양을 한 것은 지난해부터에요. 옥천의 역사를 지키는 힘. 교동리에서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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