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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리사들이 채소와 친해지는 법
꼬마요리사들이 채소와 친해지는 법
  • 엄예은
  • 승인 2019.08.30 17:0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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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유치원 '찾아오는 요리 활동'
아이들이 직접 만드는 채소 피클
'평소에 안 먹던 채소도 피클로 만드니 먹고 싶어요!'
양배추를 썰고 있는 현서연(6,샘물반) 어린이

829일 오전 10시 반. 삼양유치원은 꼬마 요리사들 때문에 한창 시끄럽다. 오늘은 다름 아닌 '찾아오는 요리 활동' 하는 날. 교실에 들어서니 만 4세 반인 햇살반, 샘물반 어린이들이 노란색 바탕에 곰돌이 그림이 그려진 앞치마와 팔토시, 요리 모자까지. 복장만큼은 진짜 요리사다.

 

최복현 교무부장은 준비물 챙기랴, 꼬마 요리사들 모자 씌우랴 정신이 없다. 장난을 치느라 흐트러진 모자를 다시 머리둘레에 맞춰 반듯하게 씌워준다. "'유아 학비 지원 시스템'을 통해 유치원에서도 자체적으로 체험 학습을 운영해요. 오늘은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활동을 통해 채소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요리 수업을 준비했어요. 직접 재료를 만지고, 모양내다 보면 채소와 더 친해지겠죠."

자신이 만든 채소 피클이 마음에 든다던 임영석(6, 샘물반) 어린이

준비물은 아이들이 각자 하나씩 사용할 수 있도록 테이블마다 나누어져 있었다. 양배추, 오이, 양파, , 파프리카 등 알록달록한 채소가 1인분씩 그릇에 담겨 있었고, 귀여운 그림의 도마와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한 실리콘 칼도 자리마다 놓여있었다.

 

아이들은 테이블에 앉자마자 재료와 도구에 대한 호기심으로 요란법석. 기다리라는 선생님의 지시를 잊은 채 먼저 칼과 채소를 만지다가 한소리 듣기도 한다.

 

최복현 교무부장은 오늘 요리를 가르쳐주실 이인옥 선생님을 소개하기 위해 독특한 노래로 아이들을 집중시킨다. '~운비~ ~나요?‘ 민요 <새타령>의 첫 구절 음을 따서 만들었다. 이어지는 아이들의 대답 또한 흥겹다. '얼쑤!'

이름표가 붙은 통에 담겨진 알록달록 채소들
이름표가 붙은 통에 담겨진 알록달록 채소들

오늘의 메뉴는 채소 피클. 아이들이 직접 만들 수 있는 메뉴인 만큼 방법도 간단하다. 채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플라스틱 통에 담아서, 식초를 넣고 하루 동안 재워두면 된다. 여기에 분홍색이 짙은 비트를 넣으면 금세 그 물이 베어나와 분홍빛의 피클이 완성된다.

어린이
염준혁(6, 샘물반) 어린이가 오이를 썰고 있다

아이들은 가장 먼저 오이를 썰기 시작했다. 두께는 일정하지 않았지만, 평소에 보고 기억해둔 게 있는지 제법 동그란 모양을 유지한다. 그 중 염준혁(6, 샘물반) 어린이의 칼질은 유독 힘이 있었다. “집에서 피망 썰어본 적 있어요.” 피클을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다는 염준혁 어린이는 기대로 가득해 보였다.

직접 틀로 모양낸 무 조각을 들어 웃고 있는 신주호(6, 샘물반) 어린이
신주호(6, 샘물반) 어린이가 직접 틀로 자른 하트 모양의 무

무는 다양한 모양의 쿠킹 틀을 이용해 자른다. 단단한 무를 틀로 자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고사리손에 온몸의 힘을 실어 꾸욱 눌러본다. 현서연(6, 샘물반) 어린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하트 모양의 틀을 골랐다. ’현서연! 잘하고 있어?‘ 건너편에 앉은 신주호(6, 샘물반) 어린이의 질문에 현서연 어린이는 자신이 자른 채소를 자랑스럽게 들어보였다.

 

아이들은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보며 각자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이야기하기 바빴다. 어른들의 부먹파/찍먹파처럼 편을 나누려는 것은 아니고, 그저 취향에 솔직할 뿐이다. ’나는 양파 안 먹어봤어.‘ 신주호(6, 샘물반) 어린이의 말에 여기 있는 거 다 먹어봤는데, 오이가 제일 좋아! 맛있잖아.‘ 이준기(6, 샘물반) 어린이의 말이 이어진다.

완성한 채소 피클을 소중히 끌어 안은 김누리(6,햇살반) 어린이
완성한 채소 피클을 소중히 끌어 안은 김누리(6,햇살반) 어린이

칼질이 끝난 아이들은 손질된 채소가 든 통을 들고 줄을 섰다. 선생님께서 마지막으로 식초를 넣어주시면 채소 피클 완성. 자신의 손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 요리가 신기한지 아이들은 통에 담긴 피클을 한참 동안 들여다본다. 서로 피클을 바꿔서 보기도 하고. 내가 만든 건 역시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채소를 자르는 게 조금 힘들었다는 하나슬(6, 햇살반) 어린이의 말에 김누리(6, 햇살반) 어린이는 나는 하나도 안 힘들었는데라며, ’여기에 상추도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도 이야기했다.

완성된 피클을 들고 자랑하는 샘물반 어린이들
완성된 피클을 들고 자랑하는 샘물반 어린이들

요리가 끝나고 나면 항상 치울 게 더 많이 남는 법. 아이들의 요리시간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이 사용한 재료와 도구도 직접 정리하며 마무리한다. 요리를 알려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아이들의 채소 피클은 요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가정으로 가져가 함께 먹을 수 있다. 평소 멀리하던 채소로 직접 만든 음식을 사람들과 나눠 먹는 것이 아이들의 건강 뿐만아니라 경험 또한 살찌게 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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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다 2019-09-04 13:53:54
좋아요 ! 건강과 경험 두마리 토끼 ^^

아지링 2019-08-30 20:52:17
좋은 기자님이 쓰신 글 보니 기분이 조오씁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