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보고 들으니 예상 이상으로 취약한 지역의 현실
그러나 옥천 신문과 같은 풀뿌리 언론이 있어 마냥 암담하지만은 않다

 청년허브 별의별이주를 통해 옥천신문에서 기자로 2주를 살아보게 되었다. 홍성, 영광, 춘천 등 다른 선택지들도 있었지만 옥천을 선택한 것은 단순히 옥천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기자생활보다는 지역살이에 관심이 있었다. 대안적인 삶, 탈자본주의, 친환경 등에 호기심이 많은 나는 지역에서 이러한 가치들을 찾아보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했다. 그러나 막상 지역에 내려가 보니, 도시에서만 살아온 나는 너무나도 쉽게 지역을 소외시켜왔으면서 그저 아름다운 색안경을 낀 채 지역을 바라봐온 것 같다.

813일 화요일 옥천살이 첫 날, 청년허브에서 같이 온 장수정님과 한인정 기자님과 함께 나눴던 충북도립대 공무원 특채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난다. 특정 의견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애초 이 제도는 주류가 비주류에게 특혜를 수여한 것이며 이에 따른 역차별 논란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듯 하여 마음이 뒤숭숭했다. 지역이 목소리를 아무리 힘껏 내더라도 도시에 견줄 바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괜히 죄책감이 들었다. 한편 지역과 도시 간 소통과 존중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역에 대한 복잡한 감정은 시내버스 취재 후 기사를 쓰면서 다시 느꼈다. 붐비지만 서로에게 무심한 서울의 버스와 달리 옥천 시내버스에서 느껴지는 사람 간의 정에 대해 쓰려고 방향을 정했고, 실제로 그렇게 잘 썼다. 그런데 괴리감을 느꼈던 이유는 읍내 유일한 대중교통이 시내버스뿐임에서 오는 불편함, 또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아픈 상황들을 내가 애써 필터링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직도 내가 지역을 미화된 시선, 도시의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 기사를 쓰고 나서 인터뷰에 응해 주신 승객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냉정하게 말한다. 지역의 사람들은 소수자이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권력을 가진 지배집단보다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약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짧은 옥천살이를 마치고 나는 지역 불평등에 대해 전보다 구체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서울로 돌아왔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조차 도시인이기에,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되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지역은 취약하기에, 대변자가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 옥천은 참 복 받은 군이라고 생각한다. 옥천에는 작은 목소리, 낮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옥천신문이 있다. 2주 동안 기자님들을 따라 옥천 곳곳을 누비는 동안 옥천신문이 지역에 공헌하는 바는 단순 소식 전달 그 이상이라고 느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지지 않고 정부, 기관, 군민의 이야기를 동일한 비중으로 공정하게 들으려는 모습, 로컬 푸드 운동과 작은 학교에 대한 관심, 청년들과의 연대를 통해 옥천에 활기를 불어넣는 모습, ‘금강 여울길과 같은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해 옥천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직접 발굴하는 모습 등이 멋있고 대단했다. 내가 본 언론 중 가장 정직(正直)한 언론이다. 그것이 옥천에 있어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기사를 위해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신 기자님들께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옥천신문 항상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을게요! 2주 동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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