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면 백지리에서 7년간 노인들 돌보며 봉사
주민뿐만 아니라 시니어클럽 사람들도 꾸준히 신경 쓰고 있어
어려운 점 많이 겪었지만, "노인들에게 필요한 사람이니 계속 일할 것"

백지리에서 9988행복지키미로 7년차 일하고 있는 이희우(73)씨. 인터뷰를 마친 후 기념사진을 부탁했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도 다정한 사람이었다. 웃어달라고 요청하니 못한다면서도 슬며시 입꼬리를 올려준다.
이원면 백지리에서 9988행복지키미로 7년차 일하고 있는 이희우(73)씨. 인터뷰를 마친 후 기념사진을 부탁했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백지리의 다정한 천사다. 웃어달라고 하니 부끄러운지 "그런 거 못해요" 한다.

[다함께 복지] 이원면 백지리 흔업 경로당 앞 정자에서 한 남자가 대걸레질을 하고 있다. 조끼 뒤판에 적힌 건 ‘9988행복지키미’. 그가 정자를 물로 닦는지 땀으로 닦는지 의심할만한 날씨였다. 하지만 어디서도 싫은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기자님 온다고 해서 여기(정자) 청소했어요. 경로당 안은 더워서요."

그의 정체는 이희우(73)씨. 이원면 백지리 마을 반장을 맡고 있다. 옥천시니어클럽에서 내세우는 9988행복지키미 수여자 대표이기도 하다.

9988행복지키미는 시니어클럽의 노인일자리 사업 중 하나다. 취약노인을 돌봄과 동시에 정년퇴직한 노인들에게 업무활동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 수여자들은 한 달에 10번 정기방문을 통해 노인들의 안부를 확인한다. 정기방문이 아니더라도 수혜자들이 연락해오면 바로 찾아간다고. 그는 오늘도 약속시간 전에 담당 어르신을 병원에 데려다주고 왔다. 활동기간동안 자신의 차를 운전할 때가 많았다고 한다. 백지리에는 하루 7번 오는 버스가 이용가능한 대중교통의 전부기 때문.

처음 일하게 된 9988행복지키미로 일하게 된 이유는 그리 거창하지 않다. 시니어클럽 직원이 자신의 집으로 찾아와 권유한 것이 시발점. 그렇게 활동을 시작한지 올해로 7년차다. 아내 조남연(73)씨도 9988행복지키미로 1년간 활동했지만 힘들어서 그만두게 됐다. 특히 사업 첫 회 때는 인원이 적어 열악한 상황이었다. 현재 이원면에서 활동하는 수여자들은 60여명이지만 7년 전쯤에는 16명이었다고. 급여도 현재는 월 27여만원이지만 시작할 당시 월 17여만원 정도였다. 이희우씨도 사업 초기부터 활동하면서 힘든 일을 많이 겪었다.

"올해 5월에 한 독거노인의 장례를 대신 치러줬어요. 방문하니까 한 분이 쓰러져있더라고요. 연고도 아예 없어서 그 분을 직접 성모병원에 데려가서 입원시켰죠. 근데 12일, 13일 정도 지나니까 돌아가셨어요. 직접 이장님께 말씀드려서 그 분 장례를 치렀어요. 비용도 사비로 해결했고요. 그때 나랑 이장님, 면마다 복지팀 직원 1명씩 왔었어요. 돌아가신 분은 지금 군북면 '선화원' 납골당에 안치돼있어요."

독거노인의 경우, 주변에 보호자가 없기 때문에 더 잦은 확인이 필요하다. 그는 끼니도 안 챙겨 먹는 독거노인들이 많기 때문에 걱정이 말도 아니라고. 귀찮아서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도 있다고 한다. 반찬봉사는 다른 사람이 담당하지만 그는 독거노인들의 식사가 마음에 걸린다. 갈수록 수여자들의 건강도 나빠지면서 신경 쓸 일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활동하면서 좋은 일도 많았다는 점이다.

"위촉식 할 때 군수님이 '좋은 일 하시네요' 했어요. 복지사업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5년 전쯤엔 진천에서 연 한마당놀이 축제에서는 도지사가 감사패도 줬어요, 또, 한국시니어클럽 협회장이 협회장상을 주기도 했고요. 다음에는 대통령상도 받고 싶어요."

좌측부터 이희우(73)씨, 이순이(67)씨, 박희순(86)씨, 이경자(70)씨. 이중 박희순씨는 9988행복지키미 수혜자 중 한 명이다. "9988행복지키미 참가자들이 방문할 때가 제일 좋아요" 하신다.

백지리 주민들이 말하는 그는 친절한 사람이다. 정자에 같이 앉아있던 이순이(67)씨, 이경자(70)씨는 9988행복지키미 참가자로 같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이희우씨 덕분에 푼돈도 벌고 덕봤다며 꺄르르 웃었다. "반장님이 잘 도와줘요?" 물었더니 당연하다며 엄지를 치켜든다. 보일러나 전구 등의 기계가 고장났을 때 그가 직접 수리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기계조작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에겐 그가 '슈퍼맨'이다. 간단한 잔고장만 고칠 뿐이라며 그는 덤덤하게 말했다.

처음부터 주민들과 가까웠던 건 아니라고 한다. 활동하면서 일찍 연락하거나 방문하면 짜증을 내는 어르신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해는 하지만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고. 또한 혼자 사는 할머니가 수혜자일 경우, 성별이 달라 방문을 불편해할까 걱정스러웠다고 한다. 지금은 마을 어디에서도 인정받는 봉사자가 됐다.

그는 종종 같은 참가자도 돕는다. 9988행복지키미 참가자들은 활동하면서 육하원칙에 맞는 일지를 작성해야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기 때문. 그래서 직접 일지를 고쳐주는 '선생님'이 되기도 한다. 직원들과 참가자들을 번거롭게 하지 않기 위해서다. 

또한 직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시니어클럽에 몇 번 목소리를 냈다. 옥천시니어클럽은 관장을 제외한 정규직 6명과 전담선생님 6명이 일하고 있다. 이희우씨는 정규직 비율을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저는 다 괜찮아요. 우리 선생님들한테나 좀 더 잘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 노인네들 다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앞으로 별 일 없으면 계속 활동할 것 같아요. 노인들한테는 제가 필요하잖아요. 돈이야 몇 푼 안되지만 보람을 느끼고 있고…. 이제와서 벗어날 수도 없으니 계속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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