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통해 이해하기 쉽게 미디어 윤리·팩트체크 교육
“디지털 교육 통해 장애 학생들이 물리적·사회적 환경에서 소외되지 않았으면”

한국언론진흥재단 송성천 강사가 미디어 윤리와 팩트체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송성천 강사가 미디어 윤리와 팩트체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숭이에게 소송 당한 원숭이 셀카는 진짜일까, 가짜일까?’

스크린에 비친 문제의 뉴스를 두고 학생들은 토론을 이어갔다. “이 뉴스는 진짜일 거예요. 원숭이의 웃는 얼굴도 그렇고 팔의 모양을 보니 셀카 같아요. 저작권도 원숭이에게 있어요.” 그러자 옆의 친구는 “그저 카메라를 만지는 것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해당 기사는 2015년 동물 단체가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David Slater)를 고소한 내용을 다룬 ‘진짜’ 뉴스였다.

지난달 29일 충북산업과학고등학교(이하 산과고) 2층 지용당에서는 오전 8시 40분부터 약 세 시간 동안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을 위한 디지털리터러시 수업이 열렸다. 해당 수업은 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11월 1일, 8일, 29일, 12월 6일 총 4차시에 걸쳐 진행했으며, 옥천여자중학교에서도 11월 2일, 16일, 23일, 30일 실시됐다.

이 날 한국언론진흥재단 송성천 강사는 미디어 윤리와 팩트체크를 주제로 ‘2017년 서울 240번 버스 사건’ 등을 다루었다.

해당 사례는 ‘어린 아이가 혼자 내려서 뒷문을 열어 달라는 엄마의 요구를 버스 기사가 무시했다’는 커뮤니티 글을 전국 일간지가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한 사건이다. “여러분이 저 기사를 봤다면 어떤 댓글을 달았을까요?” 학생들은 “기사를 해고하라”, “아기 엄마 불쌍하다”, “아기는 안전하냐” 등의 답을 내놓았다. 한 학생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기사 아저씨가 못 보고 실수 했을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실제로 보도 직후, 커뮤니티 글 작성자는 ‘잘 모르고 쓴 글’이라며 사과문을 작성했지만 버스 기사는 이미 큰 상처를 입은 후였다. 송 강사는 “여러분은 정보의 소비자이기도 하지만 생산자이기도 하고 유통자이기도 하다”며 “여러분이 팩트를 체크하지 않고 전달한다면 누군가에게 큰 피해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딥페이크(Deepfake,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제작된 가짜 동영상)에 대해 설명하고, 기사를 접했을 때 그 출처, 내용, 작성자, 날짜 등을 확인하고 편견을 무시해야한다는 팩트체크 지침서를 유인물로 제공하기도 했다. 

교육에 참여한 한 학생은 “평소에 뉴스를 많이 보진 않는다”면서도 “(강의를 통해) 팩트체크를 해보는 게 좋은 경험이 된다. 이제 어느 정도는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산과고 특수반 관계자는 “정보화 시대에 장애 학생들이 물리적·사회적 환경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며 “디지털 교육을 통해 장애를 보완하고 앞서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점자가 익숙한 시각장애인은 모니터 터치를 인식하기 어렵고, 지적장애인의 경우 문자보다 그림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며 “교육과 더불어 프로그램 개발에 있어서도 장애인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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