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분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19명, 본교 승격 가능성
분교 본교 통합교육도 인기, 승마-골프-플룻 등으로 이어지는 방과후라인업
작은 학교의 장점 십분 살려, 공동학구제로 읍내에서 온 학생도 50%

 '작은 학교’를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이 있는가? 얼마나 알차고 실하게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지를. 학교가 작다고 해서 교육과정이 작은 것이 아니다. 선생님의 실력도 아이들의 열정도 작은 게 아니었다. 부족하고 열악한 것은 통폐합 대상학교라고 예산도 세우지 않아 몇년이고 방치된 시설일 뿐.

 동이초등학교와 우산분교의 사례는 그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작은 학교의 강점과 시설의 낙후성은 확연히 대비가 되었다. 우산분교는 지난 6학년이 졸업하기 전에 19명을 유지했다. 왠만한 작은학교 본교 수준이다. 동이초등학교는 40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학생수가 늘어나거나 평균을 유지하는 것은 동이초등학교(교장 이현옥)의 빼어난 학교 운영방식 덕분이었다. 공동학구로 지정해 옥천읍내에서 전입학을 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두었고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옥천읍내에서 온 학생의 비율은 거의 50%. 공동학구의 지정이 학교 학생 수를 이만큼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 정책’이었음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을 것이다. 그것은 위장 전입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하나의 방책일 뿐, 가장 중요한 것은 매력적인 교육과정이다. 동이면 금암리에 위치한 블루홀스 승마장을 십분 활용해 전교생이 무상으로 승마를 배운다. 그리고 학교내에 골프 연습장을 설치해 골프도 배운다. 플룻과 창의공예, 드론, 한자까지, 본교는 밴드, 분교는 피아노로 추가되는 방과후교과과정의 라인업은 만족도가 꽤 높다. 16명의 우산분교는 작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체육과 놀이교육을 통합 수업으로 극복했다. 월, 화요일은 본교로 이동해 본교 친구들과 하루종일 통합 수업을 한다. 새로운 친구도 만나고 규모있는 수업을 할 수 있다. 축구 등의 체육과 많은 인원이 필요한 놀이 수업 등 방과후 교육과정도 월, 화요일에 집중 배치한 이유다. 무엇보다 본교와 분교에 각각 1대씩 있는 스쿨버스가 학생들의 이동편의성을 높인다. 굳이 읍내에 있어도 부모가 신경써야 할 부분이 상당부분 줄어들다 보니, 읍내와 비교적 가까운 동이초는 인기 상한가를 치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 시즌 전에도 서울, 천안 등의 워터파크를 가기보다 학교 운동장에 물놀이 시설을 설치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각광을 받은 바 있다. 올해에는 다른 학교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제주도 수학여행을 오는 10월 2박3일 기획하고 있다. 작은 학교라 가능한 일이다. 4,5,6학년 전원이 함께 가는 수학여행이다. 작은 학교의 강점은 있다. 학년별 구분없이 어울리다보니 학년별로 위계적인 관계가 허물어지고 남녀의 성별 구분으로 친구를 구분하기 보다 모두 다 똑같은 친구가 된다. 일대일 개인 교습이 가능하다. 분교의 경우, 피아노가 3대가 있는데 거의 피아노 보습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밀착해 개인교습을 해 실력이 일취월장이다. 플룻도 굳이 악기를 살 필요가 없다. 학교에서 준비한 플룻을 불다보면 어느새 풀룻연주자가 되고 싶은 꿈이 넘실넘실 자란다. 벌써 옥천여중 관악부에 들어가려고 하는 친구도 생겼다. 승마를 잘 하는 친구들은 체육영재로 지정되어 말을 다루는 기술이 보통이 아니다. 

 동이초등학교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학교다. 본관건물 뒷편에 바닥놀이와 그물망 놀이터가 조만간 설치되고 마을 주민들이 동이초등학교 인근에 힐링타운 및 작은도서관을 설치할 계획을 갖고 있어 방과후 돌봄까지 끄떡 없을 예정이다. 지금도 학교의 인도와 차도를 확연하게 구분하여 학교 내에 안전성을 높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우산분교는 교육지원청과의 오랜 대화끝에 시설 보수 예산을 끌어냈다. 아직도 ‘구닥다리’ 옛날 마루바닥과 낙후된 학교시설이 개선될 지 여부가 기대된다. 사실 우산분교는 조금만 노력하면 옥천군내 최초로 분교에서 본교 승격까지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잠재된 학교이다. 앞에 산과 뒤에 강이 흐르는 수려한 자연환경과 걸어다니면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산책길과 마을 안에 폭 들어와 있는 학교의 장소성이 한 몫 해 가고 싶은 학교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모든 학교의 교육과정이 착착착 진행되는 것은 이현옥 교장을 정점으로 본교 조혜진 교무부장, 신지혜 분교장이 ‘핵심코어'로 삼각편대를 이루었기 떄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현옥 교장은 작은 학교의 강점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작은 학교의 편견에 갇혀버리면 오히려 작은 학교를 잘 못 볼 수가 있어요. 성비가 안 맞아서 학생수가 적어서 제대로 된 교육이 되겠느냐고 의문을 표하는 부분이 있지만, 막상 지내보면 숫자의 문자가 아닌 것 같아요. 남녀 구분없이 학년 구분없이 너무도 잘 지내는 걸 숱하게 봐오거든요.”

 오히려 평등교육을 하는 입장이라면 더 환영할 만한 것이 작은학교의 환경이다. 위계와 성별의 구분이 절로 사라지기 떄문이다. 

 “우산 분교는 조금만 노력하면 본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 시설개선도 하거든요. 그러면 읍내에서 더 많은 학생들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면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본관 건물 뒷편 바닥공사하는 예산도 세워주시고 인근에 작은도서관도 짓는다고 하니 동이초 교육여건은 더 좋아질 것 같아요. 다만 작은도서관 가는 길이 도로를 건너야 해서 위험요인이 있어요. 육교를 세워달라고 건의를 드렸는데 반영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워요. 어르신들을 위해서도 육교는 반드시 필요할 것 같은데요.”

 우산분교 신지혜 분교장은 작은 학교라서 얻는 불이익은 없다고 단연코 말한다. 

 “학부모도 아이들도 만족도가 높아요. 굉장히 친밀도도 높구요. 피아노같은 경우 거의 개인교습이거든요. 따로 돈 들여 보습학원을 갈 필요가 없죠. 플룻도 배우고 승마체험도 하고, 월, 화요일에는 본교 통합수업을 하니 새로운 친구들도 만다고 규모있는 수업은 수업대로 할 수 있거든요. 월화요일을 붙인 것은 연계수업의 가능성을 열어놓으려고 그리 한 거에요. 저도 아이를 읍내학교 보내곤 있지만, 동이초등학교 학습의 질을 생각하면 동이초로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해요. 작기 때문에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거든요.”

 본교 조혜진 교무부장도 말을 보탠다. 

 “작은 학교는 정말 생각보다 장점이 많은 학교에요. 그래서 읍내에서도 부러 입소문을 타고 동이초로 전학시키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어요. 우산분교를 가는 학생들도 늘고 있구요. 바람직한 일인데 다만 아쉬운 것은 이사로까지 연결되었으면 하는 거에요. 저도 작은 학교인 군남초에 아이를 보내고 있지만, 방과후에 마을 친구하고 노는 재미도 솔솔하거든요. 이사까지 연결된다면 더할 나위 없죠”

 이현옥 교장이 통 크게 해법을 제시한다. 

 “지자체에서 작은 빌라 등을 학교 인근에서 짓고 아이가 있는 학부모들이 이주하면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거주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공공 일자리와 연계까지 된다면 도시에서도 이사오려고 할 거에요. 그럼 시골 인구도 늘어나고 학교도 살아나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되는 등 일석 삼조가 될 것 같은데요.”  벌써부터 동이면으로 이사를 계획하는 학부모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당장 그렇게 되서 분교가 본교로 승격하면 교사와 교직원들도 늘어나 일자리가 생겨난다. 읍면 균형발전도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다. 동이초에 들어가면 아담한 운동장과 언덕위의 나무들 그리고 본관 건물에 들어가면 아늑한 비정형의 아이들의 공간이 소담하게 준비되어 있다. 관의 딱딱함을 덜어내고 집안 거실같은 친숙함을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누워서 엎드려서 책도 볼 수 있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런 마음들이 모아져 동이초가 운영되고 있다. 

 학교에서부터 시작되는 혁신적인 교육이 마을과 지역을 바꿔낼 수 있다.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멀리 선진지 견학을 갈 필요도, 외부 사례를 공부할 필요도 없다. 바로 지근거리의 동이초가 그 가능성을 ‘ 뿜뿜뿜’ 지금 현재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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