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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학부모가 만든 ‘안내행복공방 전시회’
학교‧학부모가 만든 ‘안내행복공방 전시회’
  • 오정빈
  • 승인 2019.08.28 0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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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평생학습원에서 열린 ‘안내행복공방 가죽공예 작품 전시회’

화요일 6시30분 안내초등학교. 교실에는 하루 일과를 무사히 마친 11명 학부모들이 모여 있습니다. 가방이나 지갑 만들기 등 가죽공예를 배우고 있는 안내 학부모동아리 회원들입니다. 

물론 일주일 두 시간 수업 내내 작업만 하는 건 아닙니다. 차를 마시고 간식도 먹으면서 아이들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번 체험학습에서는 어떤 게 좋았고 어떤 건 바뀌는 게 좋을지 두런두런 이야기합니다. 괜찮은 이야기가 나오면 그날 저녁 근무를 하는 선생님에게 전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다시 바느질에 집중. 

교실은 교사와 학생만 점유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한낮에도 한밤에도 이야기와 배움이 넘칩니다. '평생교육'이라 함은 특별한 게 아니죠. 자녀와, 비슷한 또래의 학부모와, 나이 많은 지역 어르신과 대화하고, 배우고 싶은 것도 배우고,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겁니다. "학교가 지역주민과 함께 살아 움직이는 거 같아요." 올해 3월 안내초에 부임해 가죽공예반에도 열심히 참여한 민주희(27,옥천읍 금구리) 행정교직원의 말입니다.

오늘 작은학교 이야기는 26일 옥천군 평생교육원에서 열린 '안내행복공방 가죽공예 작품 전시회(26일~30일 전시)' 입니다. 안내초 학부모님들이 약 네 달 동안 학교 문지방 매끈해지게 교실을 드나들며 갖가지 가죽공예작품을 만들었는데, 아무래도 그냥 소개하는 정도로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글과 사진으로 좀 더 풍성하게 담아봤습니다. 기사를 보는 분들도 '재밌는 의욕'을 얻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작은학교 이야기] "안내초등학교 김현미 선생님 연락을 받았어요. 안내초 학부모님들이 가죽공예에 관심이 있는데, 어떻게 도와주실 수 있겠냐고요. 사실 제가 종이문화재단에서 일하면서 공예 강사를 양성하는 일은 많은데 직접 강사를 하는 일은 드물거든요. 어떡하지, 안내는 가본 일도 드문데...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왔는데, 웬걸요(웃음). 일하면서 이렇게 즐거워도 괜찮은 건가 싶어요. 학교에 들어서면 힐링이 되는 게 느껴지는 걸요." (종이문화재단 옥천교육원 김성순 원장) 

간식을 나눠먹고 서로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작은학교 특유의 가족적인 분위기도 작용했겠을 테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열정이 김성순 원장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옥천 종이문화재단 김성순 원장. 한 학부모의 작품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얼마나 열심히 만드셨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여기 백창현 오원임 부부의 작품인데, 백창현 선생님이 몸이 좀 불편하시거든요. 바느질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수업 끝나구 집에 돌아가셔서 오원임 선생님이랑 두 분이서 서로 잡아주면서 한땀한땀 바느질해 완성했을 거란 말예요. 밤새 만드셔서 가져온 걸 보면요, 상상이 되죠. 이 분들이 어떻게 만셨을까." (김성순 원장)

백창현 오원임 부부의 가죽공예 작품

 두 사람뿐 아니다. 바로 건너편을 보면 이성기씨 작품이 있다.

"이성기 선생님도 한쪽 손이 불편하신데, 팔등이나 팔꿈치를 이용해서 어떻게 가죽을 잡고 천천히 바느질을 하시더라구요. 한번은 밤새 지갑을 완성해서(다들 잠도 안 자구 어찌나 밤 시간을 잘 사용하시는지) 그 지갑에 돈을 두둑히 넣어서 자랑스럽게 보여주시는 거예요. 뿌듯하게 웃는 미소가 너무 해맑아서 '저 주시면 안 돼요?' 농담했는데, 사방에서 다들 '아니다, 저를 주시라' 했다니까요(웃음). 그 때 생각했어요. '아, 이건 우리끼리 그냥 넘어가면 안되겠다'라구요. 작게 전시회라도 열어야지요. 저 혼자 보기에는 이건 너무 마음이 떨려서, 어떻게 혼자 볼 수 있겠어요?"

이성기씨

이성기(안내면 정방리. 53세)씨. 이성기씨는 안내초등학교 3학년 이세영 학생의 아버지다. 아내 금보라씨와 함께 가죽공예반 참여했다. 깻잎농사 500평 벼농사 3천평에 하루 일과가 바쁘게 돌아가지만 수업 두 번 빠진 것 외에는 성실하게 수업에 참여했다. 젊은 시절 공장을 다녔을 때 프레스에 손을 다쳐서 한 손이 불편해졌지만 밤마다 한 두시간씩 딸의 도움을 받으면 바느질은 문제없었다. 갖가지 크기 가방과 지갑, 동전지갑, 보석함 등 그의 7개 작품이 전시회장에 놓였다. 

"초등학교 실과 시간에 배운 바느질 솜씨에요. 진짜요(웃음). 어릴 때는 양말 구멍도 꿰매고 단추도 많이 붙였죠. 요새는 그럴 일이 없어서 제가 바늘을 언제 다시 잡아볼까 했는데 가죽공예를 배우면서 다시 잡게 됐네요. 바느질하고 있으면 옛날 생각이 조금 나기도 하고... 그런데 집중하다 보면 옛 생각도 다 사라져요. 앞으로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죠."

학교가 필요한 건 학생뿐 아니다. 학교에서는 모두가 자란다. 한 마을에 한 학교가 필요한 이유다. 이성기씨가 벙글벙글 웃었다.

이성기씨 가죽공예 작품들
이성기씨와 함께 가죽공예 수업을 들은 아내 금보라씨의 작품
안내초 행정교직원 민주희씨
이요셉(42,안내면 답양리)씨와 딸 이은지(죽향초 2학년) 학생

다음은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안내초 학부모동아리 분들과 교직원 분. 백창현(안내면 현리) 오원임(안내면 현리), 우정미(안내면 현리), 판지희(안내면 방하목리), 한윤미(안내면 현리), 주도완(안내면 월외리), 이미순(안내면 현리), 금보라(안내면 정방리), 이성기(안내면 정방리), 이요셉(안내면 답양리), 박혜숙(안내면 동대리), 민주희(옥천읍 금구리). 

옥천교육지원청 이혜진 교육장과 유영철 교육과장이 방문해 안내초 가족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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