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키운 굼벵이 삶고, 데치고, 말려 만든 굼벵이 가루에
칼슘·식이섬유 폭탄 아욱 넣고 만든 '아욱 된장죽'
"고기 씹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최고의 한그릇"
26일 옥천신문사 2층서 박영미 셰프가 요리했다

26일 오전 10시 박영미(56, 옥천읍 교동리) 대표가 옥천신문사 2층을 찾아 굼벵이 가루가 들어간 '아욱 된장국'을 요리했다. 다음은 완성된 요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영미 대표의 모습.

[로컬푸드 제철밥상] 지난해 10월부터 청성면 양저리에서 굼벵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밀포유'라는 이름을 달고 농원을 연 건 올해 2월. 그간 굼벵이즙, 굼벵이환 등 약 위주로 만들어 팔던 기존 가공 시장에서 조금은 벗어나 미래식량으로서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그래서 옥천군 향토음식연구회 회원으로 로컬푸드 제철밥상 촬영 제안을 받았을 때 기회라고 생각했다. 굼벵이라는 아직은 생소한 식재료를 부담감 없이 즐길 수 있는 레시피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리하여 26일 오전 10시 밀포유 박영미(56, 옥천읍 교동리) 대표가 옥천신문사 2층을 찾았다.

"처음 굼벵이를 본 이들은 모양을 보고 혐오스럽다고 느낄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굼벵이를 사육해 가공식품으로 만들 때도 이런 점이 항상 신경이 쓰이죠. 그런데 이게 무엇인지 아시겠어요? 100일 키운 굼벵이를 데친 다음에 건조기로 말려서 분쇄한 '굼벵이 가루'예요. 냄새를 좀 맡아보세요. 새우깡 냄새가 나죠? 이렇게 요즘은 과거에 다르게 쿰쿰한 냄새를 잡는 기술이 발달했어요. 그래서 음식에 첨가해도 냄새가 없고, 영양성분은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거죠." 

굼벵이 가루를 이날 처음 봤다. 냄새를 맡아보니 새우를 원료로 만든 과자(새우깡) 향이 났다. 해당 과자보다 조금 더 향이 짙기는 했지만, 굼벵이 가루라는 느낌은 전혀 나지 않았다. 
박영미 대표는 남편 이상호(57)씨와 함께 청성면 양저리에서 식용곤충 사육·가공 농장 '밀포유'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제공: 박영미 대표)
사육 중인 굼벵이의 모습. (사진제공: 박영미 대표)

박영미 대표는 이날 로컬푸드 제철밥상에 굼벵이 가루를 곁들인 '된장 아욱죽'을 선보였다. 단백질이 풍부한 고기는 쇠약한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영양성분이다. 하지만 약해진 치아로 고기를 뜯거나 씹을 수 없는 어르신이 많다. 자식들은 부모 걱정에 돼지고기, 소고기를 한아름 사다가 냉동실에 넣어 두지만 손이 잘 가지 않아 냉동실에 잔뜩 쌓여 있기 일쑤다. 그래서 박영미 대표는 손쉽게 음식에 조미료처럼 뿌려 먹을 수 있는 굼벵이 가루를 가져왔다. 여기에 제철 '아욱'을 넣어 영양균형까지 생각했다.

"굼벵이 가루를 가지고 아욱 된장죽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실제 암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고단백질 식품인 밀웜을 먹는 실험도 있었어요. 밀웜을 먹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놓고 비교한 결과 꾸준히 밀웜을 먹었던 집단이 회복력이 더 빨랐다고 해요."

미래 식량으로 식용곤충들이 대안으로 떠오른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단백질 보충에 탁월한 식용 곤충 중 특히 굼벵이는 간에 좋다. 이날 굼벵이 가루는 '흰점박이꽃무지'라는 굼벵이 종을 사용해 만들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를 간편히 부르기 위해 '꽃벵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꽃벵이 가루가 들어간 된장 아욱죽을 만드는 법! 지금부터 소개한다.

아욱을 깨끗한 물에서 '바락바락' 씻는다. 아열대성 작물인 아욱은 칼슘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잘 씻은 아욱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준다.
고추장, 된장, 다진마늘을 준비한다. 양파와 대파는 먹기 좋은 크기로 송송 썰어준다.  

이날 주 식재료로 사용된 '아욱'은 아열대성 작물로, 기온이 15도를 넘어가는 시기라면 언제든지 파종 가능하다. 주로 3~5월 심은 아욱은 5월에서 7월 초순까지 수확이 가능하다. 8월~9월 심은 아욱은 9월 중순부터 11월 초순까지 수확할 수 있다. 박영미 대표는 이날 아욱을 옥천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구입했다. 

"아욱은 흐르는 말에 바락바락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줘요. 죽에 들어가는 아욱이기 때문에 잘게 잘라도 됩니다. 여기에 된장 2큰술, 고추장 1큰술, 다진마늘 조금, 자른 양파와 대파를 준비해 주세요. 된장과 고추장은 집에서 직접 담은 걸 가져왔고, 나머지는 마트에서 구입했습니다."

이날 아욱 된장죽에 가장 키포인트가 된 굼벵이 가루. 육수에 1티스푼 정도 넣는다.
자른 아욱에 고추장·된장을 풀고 다진마늘, 양파, 대파를 넣어준다. 간장도 소량 넣어줘 간을 맞춘다.
된장 육수가 펄펄 끓을 즈음 불린 쌀을 넣어준다.

아욱 된장죽의 육수는 깔끔한 맛을 살릴 수 있게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냈다. 여기에 오늘의 키포인트가 되는 '굼벵이 가루' 1티스푼을 육수에 풀어준다. 육수를 강불로 펄펄 끓이다가 준비한 아욱을 먼저 넣는다. 그다음 된장·고추장(된장은 2큰술에 고추장 1큰술을 섞은 다음 국물에 푼다.), 다진 마늘, 양파·대파를 넣고 끓인다.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불린 쌀을 넣고 뭉근해질 때 까지 끓이면 된다.(이날 쌀은 3인분 정도 양을 준비했다.)

뭉근하게 끓여진 아욱죽의 모습.
여기에 오늘의 화룡점정 '굼벵이 가루' 1티스푼을 한 번 더 넣는다.

아욱 된장죽이 뭉근하게 끓여졌다면 그릇에 담아낸다. 아직 식지 않은 따끈한 죽에 마지막으로 '굼벵이 가루' 1티스푼을 얹어 준다. 고단백질 굼벵이가 함유된 아욱 된장죽 완성이다. 건강함에 제철향기가 더해진 정성스런 한 그릇이다.

로컬푸드 제철밥상 공식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영미 대표의 모습.
아욱 된장죽 한그릇에 제철의 향기와 건강함이 가득 담겼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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