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9일, 괴산 충북유기농업연구센터
'청소년≠학생', 우리도 지역사회 구성원이다
'뜻이 정확히 통하지 않아 아쉬워'
박덕흠 의원, 이듬해에는 국회에서의 만남 약속

 청소년의 목소리가 넘쳐흘렀다. 청소년을 단지 ‘공부하는 학생들’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에게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입지를 세우고자 한 것이다. 충청북도의 동남부 4군(괴산, 보은, 옥천, 영동)에서 청소년 운영위원과 참여위원들이 모여 ‘국회의원과 함께하는 청소년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8월9일, 괴산군의 충북유기농업연구센터에서 국회의원과 군의원들을 상대로 청소년 공간 마련, 청소년 바우처 지원, 청소년증 활용 확대 등 자신들이 원하는 청소년정책을 제안하고 답변을 듣는 자리였다. 옥천군의회에서는 추복성 부의장, 유재목 의원, 곽봉호 의원이 참석했다. 우리지역 청소년들의 심도 깊은 고민과 제안 역시 눈길을 끌었으나, 뜻한 바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아쉬움을 샀다.

영동군과 옥천군 참여위원들.

 자라나는 새싹, 지역의 미래, 푸를 청 자를 써서 그 이름도 푸르른 청소년.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이 사회에 참여할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선거권도 피선거권도 없기 때문에 각종 정책이나 혜택에서도 소외당하기 일쑤다. 그러한 청소년들의 갈증을 달래기 위해, 동남4군에서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벌써 5년째다. ‘국회의원과 함께하는 청소년정책 토론회’는 아이들이 자라나듯이 점점 발전해 오늘에 이르렀다.

영동군 황간면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영동군 황간면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와 달라진 점이라면 단연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그저 대화를 나누던 것이, 점점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토론하는 방향이 되었다. 올해는 청소년들이 각 지역별로 직접 PPT까지 만들어 정책제안 발표를 했다. 제안의 내용도 제법 심오하다. 모두 다양하게 알아보고 깊게 생각한 태가 난다.

괴산군에서 정책제안 발표를 하고 있다.
괴산군에서 정책제안 발표를 하고 있다.
보은군에서 정책제안 발표를 하고 있다.
보은군에서 정책제안 발표를 하고 있다.

 괴산군에서는 ‘아동 및 노인에 대한 정책은 적극 추진되는 데 비해 미래의 자산인 청소년을 위한 정책은 부족하다’며 청소년 바우처 지원 정책을 제안했다. 

 보은군에서는 청소년 전용의 저렴한 카페를 만들어 청소년 공간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고, 노인을 직원으로 채용해 노인실업문제까지 해결하고자 했다. 

 영동군 황간면에서도 역시 청소년문화의집 기능보완, 청소년 카페 신설 등 청소년 공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옥천군 청소년 참여위원회 '청존'에서 정책제안 발표를 시작하고 있다.
옥천군 청소년 참여위원회 '청존'에서 정책제안 발표를 시작하고 있다.

 옥천군에서는 손권(옥천고) 학생이 청소년증의 활용 확대 정책을 제안했다. 현재의 학생증에는 대부분 주민번호가 적혀있지 않아 공적 신분증으로의 역할은 할 수 없고, 학교마다 다른 형식에, 특히나 옥천여자중학교 같은 경우는 종이를 코팅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질이 낮고 신뢰성도 떨어진다는 것. 또한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에는 그나마도 신분을 증명할 길이 없었다. 청소년증의 발급 취지는 바로 그 학교 밖 청소년을 포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청소년증을 사용하는 것이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낙인감을 지워주지는 못한다.

 따라서 옥천군 청소년들은 학생증을 청소년증으로 대체하는 정책을 제안했다. 청소년증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질이 좋고, 지자체장이 발행한 신분증이므로 공적 신분증으로의 지위도 인정된다. 청소년증에 학교의 이름과 마크만 함께 인쇄하면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동일한 신분증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신뢰도가 높고, 학교 밖 청소년들의 낙인감도 없앨 수 있다. 교통카드로의 활용도 가능하다.

답변을 위해 자리에 앉은 의원들.
답변을 위해 자리에 앉은 의원들. 왼쪽부터 괴산군 장옥자 의원, 보은군 최부림 의원, 박덕흠 국회의원, 옥천군 유재목 의원, 영동군 정진규 의원이다.

 청소년들의 발표 뒤에는 각지역의 군의원과 박덕흠 의원의 대답이 이어졌다. 주로 ‘예산 부족’의 문제다. 각 군의 재정자립도가 낮다 보니 바우처나 공간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고. 옥천군 청소년들의 정책제안에 대해서 박덕흠 의원은 “우리나라 청소년이 17만1천600명인 데 반해 청소년증 누적발급현황은 2천600여 건이다.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또한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이 구분되어 발생하는 인권문제와 학생증 발급이라는 학교장 권한 침해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유재목 옥천군의원은 “운영위원들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깊어진다”며 “이번에 마련되는 청년커뮤니티센터에 청소년공간을 마련하겠다. 지역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에게 어려운 부분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의원 및 내빈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의원들.

 박덕흠 의원은 “학생들을 좋아해서 자주 만나 얘기를 듣는다”며 “국회의원과 만날 기회가 많지는 않은데,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 행사다. 지역을 위해 일하는 입장에서도 지역 아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또한 다음해의 토론회 행사 때는 국회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덧붙여 청소년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5회째인 행사에 5회째 참여중이라는 유재목 의원은 “대부분의 정책이 유아, 실버, 청년에만 관심이 있고 정작 이 시대의 주인공인 청소년은 당연히 부모 품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청소년을 위한 혜택이나 지역정책이 더 많이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니 제때 이루지 못해도 차후 누군가가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정책제안 발표를 듣고 있다.

 발표자를 맡았던 손권 학생은 “모두 함께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고,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특히나 높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할 수 있으니까요.” 반면 자신들이 의도한 내용과 박덕흠 의원이 받아들인 바가 어긋나 아쉬움을 전했다. “‘청소년증 활용 확대’라는 제목만 미리 보고 그것에 대해서만 답변을 준비해온 것 같아 아쉬웠어요. 발표를 좀더 들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제가 집중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나 싶기도 하구요.”

이날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참여위원회의 김성민(청산고2, 옥천읍 양수리) 학생 역시 같은 안타까움을 전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던 게 제일 아쉬워요. 청소년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전달하고 질문할 수 있다는 게 흔치 않은 좋은 기회인데요.”

 이날 청소년들은 ‘학생’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이자 주민으로, 공동체의 일원으로의 입장을 이야기했다. 청소년 정책이라 하면 ‘교육’에만 치중하여 생각하는 어른들의 허를 크게 찌른 셈이다. 이날 박덕흠 의원의 ‘생각이 변하면 행동이 변하고, 행동이 변하면 사회가 변한다’는 말처럼, 지역사회가 청소년을 똑바로 바라보는 ‘생각’의 첫 단추가 제대로 꿰였길 바란다.

괴산군 참여위원회 '아띠'의 위원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괴산군 참여위원회 '아띠'의 위원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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