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씹히는 닭 완자에 시원한 육수 더해 만든 '닭 완자 전골'
20일 군서면 오동리서 김상희 셰프가 만들었다

20일 오전 9시30분 조금 이른 시간에 군서면 오동리에 있는 '별빛담은 체험 농장'을 방문했다. 해당 공간은 김상희(54, 군서면 오동리) 셰프가 장 담기와 떡·빵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기 위해 만들었다. 최근 리모델링을 완료했고, 9월 정식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이날 로컬푸드 제철밥상을 위해 기꺼이 장소를 열어주었다. 김상희 셰프가 '닭 완자 전골'을 앞에 두고 '짠'을 외치고 있다. 

[로컬푸드 제철밥상] 여름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을 뛰어 넘을 취향저격 음식이 로컬푸드 제철밥상에 등장했다. 초복, 중복, 말복… 수많은 복날을 지나오면서 삼계탕이나, 닭죽에 조금은 질려 색다른 보양식을 먹고 싶다는 이들에게 아주 적합하다. 닭 뼈에 붙은 야들야들한 살을 발라 먹는 재미? 물론 있다. 하지만 이번 로컬푸드 제철밥상에 등장하는 '닭 완자 전골'을 한 번 맛보면 부드럽게 씹히는 닭 완자와 맑고 시원한 국물에 반해 헤어나올 수 없을 것이다.

닭 완자 전골을 요리할 오늘의 셰프는 바로 김상희(54, 군서면 오동리)씨다. 김상희 셰프는 옥천군 향토음식연구회 소속으로 음식에 조예가 아주 깊다. 지금은 안미자 회장이 연구회를 이끌고 있지만, 바로 전대 회장이 바로 김상희씨다. 약 16년 전 향토음식연구회에 입문해 다양한 농업기술센터 교육을 수강했다. 이번 제철밥상 역시 향토음식연구회를 알리고자 선뜻 응했다.

"로컬푸드 제철밥상의 의미는 결국 지역에서 나는 제철 농산물을 활용해 요리를 하는 데 방점이 있잖아요. 향토음식연구회가 추구하는 방향성도 이와 같아요. 우리 연구회도 옥천 특산물과 요리를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을 항상 고민하고 있고, 농기센터에서 되도록이면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교육을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김상희씨)

로컬푸드 제철밥상 코너를 제안받고 한참이나 메뉴 선정을 고민하다가 '여름'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다. 그리고 곧 어르신과 아이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요리를 고민했다. 그렇게 탄생한 메뉴가 닭 완자 전골이다.

"삼계탕이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어르신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뼈를 발라 먹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잖아요. 그래서 조금더 부드럽게 넘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닭 완자 전골을 생각하게 됐어요. 재료로 사용되는 파와 양파, 부추, 고추 등은 모두 저희 텃밭에서 공수했고 버섯이나 닭 등은 인근 마트에서 구입했습니다." (김상희씨)

본격적인 요리를 만들기 전 김상희 셰프가 마당에 있는 텃밭에서 고추를 땄다.  
오늘의 주요한 식재료 '영계'다. 이날 닭 완자 전골에 영계 반마리가 쓰였다. 뼈와 살을 분리하기 번거롭다면 닭가슴살을 삶아 써도 괜찮다. 하지만, 진한 육수 맛을 위해서는 뼈 있는 닭을 쓰는 게 좋다.
육수를 만들기 위해 손질한 닭과 파·파뿌리·통후추·양파 등 채소를 냄비에 넣는다.
육수가 끓는 동안 발라낸 살을 다진다.
완자에는 다진 닭살과 부추, 양파 등이 들어간다.
육수가 끓는 동안 전골에 들어갈 버섯과 채소를 손질해 놓는다.
채소를 망에 거르고 맑은 국물만 남긴다.
삶은 닭뼈에 남아있는 살을 잘 발라내 다진 다음, 미리 만들어 놓은 완자 재료와 섞는다.

닭 완자 전골의 기본은 육수에 있다. 제일 먼저 닭의 살과 뼈를 분리해야 한다. 분리한 뼈는 육수를 우리는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파·파뿌리·통후추·양파 등을 넣은 냄비로 직행한다. 맑은 육수가 나오도록 15분 정도 팔팔 끓이면 된다.

육수가 우러나올 동안 해야 하는 일은 완자를 만들기다. 미리 분리해 놓은 닭 살을 잘게 다지고, 여기에 양파·부추도 함께 송송 썰어 준다. 그다음은 전골에 들어가는 각종 버섯(이날 버섯은 느타리, 새송이, 양송이, 표고 등을 사용했다.)과 시원한 맛을 더해주는 배추, 파, 고추 등을 썰어서 준비한다.

전골에 들어가는 각종 채소를 손질하다보면 어느새 15분이 지나 있을 것이다. 냄비로 곧장 직행해, 채소를 걸러내고 맑은 국물만 남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삶은 닭뼈에 남아있는 살을 잘 발라내 다진 다음, 미리 만들어 놓은 완자 재료와 섞는 것이다. 부드럽게 다진 닭살과 뼈에 붙은 쫀득쫀득한 식감이 함께 살아 있는 완자를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작업이다.

그 다음 완자의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 참기름을 넣고, 잘 뭉쳐지기 위해 밀가루 한 숟갈(녹말 가루도 괜찮다.)과 계란물을 넣어준다.(계란 1개를 다 사용하지는 말고, 반 정도만 사용하는 게 좋다.) 

간장을 숙성하는 항아리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소금. 시간이 만들어낸 값진 소금이다. 

완자의 간을 맞추기 위해 소금도 소량 들어간다. 이날 김상희 셰프는 간장을 숙성시키는 항아리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된 소금을 사용해 특별함을 더했다.

"간장을 4~5년 정도 숙성시키다보면 항아리 바닥에 자연적으로 소금이 생겨요. 항아리를 깬 다음에 바닥에 생긴 소금을 긁어내 얻어요. 간장의 감칠맛이 소금에 더해지기 때문에 일반 제품이 이를 따라 올 수는 없죠. 한마디로 시간이 만들어낸 소금이에요." (김상희씨)

각종 버섯과 채소를 깔고 육수를 붓는다.
완자 반죽을 숟가락으로 떠 넣는다.
완성된 닭 완자 전골의 모습.

이제 남은 일은 각종 재료를 한 데 모으는 일이다. 전골용 냄비 바닥에 배추를 깔고, 미리 손질해 놓은 버섯을 가지런히 올려준다. 여기에 육수를 붓고, 팔팔 끓으면 만들어 놓은 완자 반죽을 숟가락으로 떠서 넣는다. 약간 질척한 느낌이 들어도 상관없다. 손으로 빚는 정교한 완자가 아니라 숟가락을 통해 무심한 듯 툭툭 넣는 투박함이 포인트다. 완자를 넣은 다음 냄비 뚜껑을 닿고 몇 분 정도 더 끓이면 '닭 완자 전골' 완성이다.

전골이라는 음식은 하나의 단품으로 놓고 본다면 참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그 과정을 들여다 보면 참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육수를 내는 과정, 채소를 씻고 다듬는 과정, 완자를 만드는 과정. 어느 하나 대충 할 수 없다. 그렇게 정성과 정성이 만나 귀한 한 그릇이 탄생하는 거다.

이날 '닭 완자 전골'이라는 귀한 한 그릇에는 김상희 셰프의 요리 철학이 그대로 담겼다. 김상희 셰프는 즐거운 마음으로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만드는 이 역시 즐거워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김상희 셰프는 어려서부터 폐백 이바지 음식 사업을 한 친정 어머니 곁에서 보고 배웠다. 사람들은 늘 그에게 '손끝이 여물다'라는 칭찬을 했다. 그 말에 힘을 얻어 어머니와 같은 사업을 시작했다. 힘은 들었지만, 음식하는 게 좋아서 한 일이다. 이후 떡을 만드는 일도, 장을 담는 사업도 '재미'가 기반이 됐기에, 음식을 맛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았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

여기에 이제는 건강까지 생각하고 싶단다. 조금 더 건강한 우리 식재료로, 조금 덜 짜게. 그가 그리는 음식 철학을 계속 진화한다.

냄비 채 먹을 수 없어 작은 그릇에 다시 담아 맛을 봤다. 국물 맛은 아주 깔끔했고, 닭 완자는 부드럽게 씹혔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로컬푸드 제철밥상이 이뤄진 군서면 오동리 별빛 담은 체험 농장의 모습. 최근 리모델링이 완료됐다. 9월 쯤에는 장을 담그는 체험활동과 떡·빵을 만드는 체험활동이 이뤄질 예정이다.

 

저작권자 © 옥천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