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서(전 옥천군친환경농축산과 과장)

신한서(전 옥천군친환경농축산과 과장)
신한서(전 옥천군친환경농축산과 과장)

[기고]

지난주 옥천신문에 '적자 늪 빠진 APC, 군비 지원....'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본 사업 초기부터 완성단계까지 깊숙하게 관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본 사업은 지금부터 14년 전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한 광역 친환경 농업 단지 공모사업 신청으로 시작된다. 충북에서 최초로 옥천군이 2007년도 광역 친환경 농업 단지 공모사업에 선정됨으로써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총 29억 원(국비 14, 도비 6, 군비 6, 자담 3)을 투자하여 2010.7.20. 본 APC를 준공하였다. 옥천군 소유 부지 2,640평에 선별장, 비가림 시설, 집하장 등 총 1,060평의 건물이 들어섰다. 포도, 복숭아 작목반, 옥천농협, 옥천군이 협조하여 야심차게 출발하였다. 그동안 운영실적을 보면, 2013년도 첫해 포도, 복숭아 농가 198호가 참여하여 14억 3천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2018년에는 144호가 참여하여 15억 7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나름대로 선전해 왔다. 

APC 사업은 산지에서 여러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을 한곳에 모아 공동선별, 공동판매하는 방식이다.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출하 가능한 물량을 확보하고 단일 브랜드화 함으로써 농가 소득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농민 각자가 생산한 농산물을 한곳에 모아 공동 선별하여 하나의 브랜드로 공동 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와 같이 본 사업은 태생적으로 추진 자체도 어렵지만, 흑자는 더욱더 어려운 사업이다. 그러나 농민들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므로 국가나 지자체, 농협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문제점을 살펴보면 첫째, 연중 가동 일수가 50~60일 정도로 채 2개월도 되지 않는다. 둘째, 생산 농가의 조직화가 미흡하다. 생산 매뉴얼을 작성하여 철저한 농가교육과 현장 지도로 전체적인 품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농가별, 품종별, 시기별 수확 가능량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등 생산농가의 조직화 여부가 본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셋째, 인건비가 너무 비싸다. 적자 원인을 살펴보면 직원 인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워낙 고액 연봉에다 가동 일수는 60일도 채 되지 않는 데 반해 연중 인건비를 지급하고 있으니 적자가 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APC의 연중 가동 일수를 늘여야 한다. 포도. 복숭아로는 한계가 있다. 또한 타 작목을 추가하는 것도 별도의 막대한 시설투자가 따라야 하므로 만만하지 않다. 그래도 지금 옥천농협에서 추진하고 있는 풋 호박과 샤인머스켓 포도를 추가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어 다행이다. 둘째, 생산 농가의 조직화와 철저한 매뉴얼 실천이다. 농한기를 이용한 철저한 교육과, 농사철 현장 지도를 강화해야 한다. 이 부분은 지자체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셋째, 고액 연봉인 직원을 줄이고 본 유통센터 운영에 경험이 있는 퇴직한 농협 직원을 기간제로 과감하게 채용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한 카드다. 그렇게 하면 지금 인건비의 3분의1로도 충분하여 적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서두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APC 사업은 태생적으로 어려운 사업이 틀림없다. 더더욱 흑자는 낼 수도 없고 사업의 목적 자체도 흑자가 아니다. 

옥천군 농산물 산지유통센터는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다른 지역에 비하여 나름대로 열심히 잘하고 있는 편이다. 특히 옥천농협과 송찬두 회장 등 작목반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옥천군에서는 매년 선별비 3천6백, 포장재비 5천만, 물류비 1천9백, 홍보 및 판촉비 6천만 원 등 약 1억 6천만 원 상당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 당장 단순히 적자 난다고 해서 사업비를 무조건 지원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먼저, 재배 매뉴얼에 의한 철저한 생산 농가의 조직화는 물론 퇴직한 농협 직원을 기간제로 채용하는 등 인건비를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또한 현장에서 고생하는 농협 직원과 작목반 대표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관심이 우선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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