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엽(향수을전통주연구원장, 군북면 국원리)

김기엽 원장
김기엽 원장

[향수을전통주연구원 김기엽 원장의 술 이야기(3)]

문헌상에서 엿볼 수 있는 내용 중에 다산 정약용님의 '선비가 더위를 물리치는 열덟가지 방법'이라는  '소서팔사(消暑八事)라는 시가 있다. 그중에 소나무 그늘 아래서 활쏘기, 정자에 모여 투호하기, 바둑 구경하기, 연꽃 구경하기, 매미소리 경청하기, 습한 날 시짓기, 달 밝은 날 탁족하기의 내용이 나온다.

그러면 여름에는 어떤 술로 여름을 지낼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전 글에서 언급한 조선의 명주(名酒) 과하주(過夏酒)가 대표적인 가양주이며, 무더위에 술이 상하기전에 빨리 만들어 먹는 술로는 일일주(아침에 빚어 저녘에 먹는 술)나 백설기와 수곡을  이용해서 오늘 빚어 삼일안에 먹는 삼일주등이 있다.

조선의 명주 과하주는 증류주의 기술이 유입되면서 1600년대에 탄생하게 된 새로운 주종으로발효주와 증류주를 혼합하여 빚는 술이다.

과하주가 널리 퍼지게 된 이유는 여름의 더운 기후 때문이다.

지금도 여름에 술을 빚게 되면 봄, 가을, 겨울보다 습도와 온도가 높아 잡균들의 극성으로 술이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도수가 낮은 발효주에 도수가 높아 온도와 습도에 쉽게 변질되지 않고 오래 보관이 가능한 증류주를 혼합하여 오래 먹을 수 있는 과하주가 조선팔도에 퍼지게 된 것이다.

1670년대 음식디미방에 제조기술이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볼 때 그 이전에 생겨난 술임을 알 수 있으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세계의 명주중 하나인 포르투갈의 "포트와인" 역시 발효주인 와인과 와인을 증류시켜 혼합하여 만들어지는 술로 우리 과하주와 제조법이 다르지 않으나  포트와인은 세계의 명주가 된 반면 과하주는 명맥이 겨우 유지되는 정도로 남아있을 뿐이니 어찌 아쉽지 않겠는가..

다음 글에는 이 여름을 지낼 수 있는 과하주를 집에서 빚을 수 있도록 제조방법과 계량법을 알려드리고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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