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9명 참여해 가방, 보석십자수, 주머니 등 만들어
송영희 강사 "단순한 만들기 활동 아닌 한계 극복하는 과정이라 생각"
12월, 전시회와 공연을 통해 평생교육프로그램 결과물 공개할 예정

20일 오전 10시30분 노인·장애인복지관 1층 키움터에서 토탈공예 수업이 진행됐다. 이날 어르신들은 가죽가방 안쪽 속지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20일 오전 10시30분 노인·장애인복지관 1층 키움터에서 토탈공예 수업이 진행됐다. 어르신들이 가죽가방 안쪽 속지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다함께 복지] 노인·장애인복지관 1층 키움터에서 ‘하하하’ 하고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문틈 새로 슬쩍 보니 어르신들이 수상하게(?) 모여 앉아 있었다. 심지어 다들 고개를 푹 숙이고 무언갈 쳐다본다. 그곳에 살금살금 다가가보기로 했다. 모두들 한 손에는 말 무늬가 그려진 천, 다른 한 손에는 회색빛 실이 걸린 바늘을 들고 있었다. 고개를 숙인 건 바느질을 하기 위해서였다.

오늘(20일)은 화요일. 노인·장애인복지관의 평생교육프로그램 중 하나인 '토탈공예' 수업이 열리는 날이다.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1시간 동안 수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화사하게 웃음꽃을 피우던 7명의 어르신들은 토탈공예 교실의 학생들이다. 원래는 9명이지만 2명은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어르신들은 공예품을 만드는 게 즐거워 매주 화요일 아침을 기다리고 있다.

"무얼 만들고 계세요?" 물어보니 "가죽 가방이에요"하고 대답이 들렸다. 그러나 주변에 가죽은 없고 웬 천들만 널려있다. 가방 안을 감쌀 속지를 만들 차례라 그렇다고 한다. 사진을 찍자 김명자(78, 군북면 이백리)씨가 "보석십자수 만들 때 오지 그랬어요. 반짝반짝하고 얼마나 예쁜데"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휴대폰을 꺼내 보석십자수 작품 사진을 보여줬다.

보석십자수 사진을 보여주는 김명자(78, 군북면 이백리)씨.
보석십자수 사진을 보여주는 김명자(78, 군북면 이백리)씨.
토탈공예반 학생들이 만든 보석십자수.
토탈공예반 참가자들이 만든 보석십자수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직접 보지 못해서 아쉽다. 사진 제공은 송영희 강사.

참가자들은 재료비 충당을 위해 1인당 월 2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복지관에서도 현재 1인당 월 6천6백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금만으로는 열쇠고리 등 작은 물품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예쁘고 실용성 있는 물건을 만들고 싶단 목소리가 나오자 재료비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재료비 납부 이후에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한다. 반장 최명삼(74, 옥천읍 옥각리)씨가 재료비를 걷으면 송영희(40, 옥천읍 성암리) 강사가 재료를 구입한다.

반장을 맡은 최명삼(74, 옥천읍 옥각리)씨. 사진을 요청하니 수줍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반장을 맡은 최명삼(74, 옥천읍 옥각리)씨. 사진을 요청하니 안경을 벗곤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최명삼씨는 약 5년 정도 노래교실 수업을 듣다 공예를 배우고 싶어 5년 전쯤 반을 옮겼다. 노래교실과 시간이 겹쳐 하나만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들어온 지 3개월 후 반장이 나가자 그 자리를 맡게 됐다. "그때 그냥 나이가 제일 어려서 반장이 됐어요"라고 말하니 곳곳에서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어르신들이 말하길, 그의 강한 책임감이 반장을 맡게 된 이유라고 한다.

이인화(82, 옥천읍 마암리)씨. 어르신들이 말하길, 이 동네 멋쟁이라고 한다.
바느질 하던 이인화(82, 옥천읍 마암리)씨에게 다가가 찰칵, 사진을 찍어봤다. 어르신들이 말하길, 토탈공예반에서 옷 잘 입기로 소문났다고 한다.
바느질을 하고 있는 손.
바느질을 하고 있는 이인화(82, 옥천읍 마암리)씨의 손.

토탈공예교실 학생 이인화(82, 옥천읍 마암리)씨는 "노인들의 정서와 치매예방에 도움이 돼기 때문에 좋죠. 팀워크가 좋아서 더 좋아요"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는 서울에서 교사로 일하다 정년퇴직 후 옥천에 왔다. 친구의 소개로 수업에 참여한지는 2년째다. 토탈공예 수업 참여 및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이 행복하다고 한다.

송영희(40, 옥천읍 성암리)강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사진을 남겼다. 카메라가 있어도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는 역시 이 동네 연예인이다.
송영희(40, 옥천읍 성암리) 강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사진을 남겼다. 카메라가 있어도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는 토탈공예반의 인기 연예인이다.

어르신들이 행복하게 공예품을 만들 수 있는 건 예랑공방 송영희 강사 덕분이다. 송영희 강사는 7년 동안 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에게 공예품 제작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그는 "지난해 복지관에서 감사패를 주셔서 그만하는 건가 했더니 더 열심히 하라고 주셨나봐요"하고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어르신들은 그의 친절함과 손재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칭찬 릴레이가 계속되자 송영희 강사는 "잠시 나가있을까요?"하며 어르신들을 웃게 한다. 재치까지 겸비한 최고의 선생님이다.

송영희 강사는 "직접 손으로 공예품을 만드시려는 어르신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단순히 공예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손 떨림, 노안 등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완벽한 실수도, 완벽한 성공도 없다고 생각한다. 실수를 해도 다음에 잘하면 된다는 어르신들의 마음가짐을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12월, 복지관은 전시회와 공연을 열 계획이다. 평생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한 노인들의 결과물들을 사람들에게 공개하기 위함이다. 토탈공예 수업에서 만든 공예품도 전시된다고 한다.

노인·장애인복지관 사회참여팀 유성현 사회복지사는 "올해부터 문화정보대학(평생교육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강사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됐던 기존과 달리 수업료를 지급하고 있다. 앞으로도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에 힘쓸 것"이라며 "어르신들에게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평생교육프로그램 참가자는 11월에 모집할 예정이며 활동기간은 1월부터 12월까지 1년이다. 만 60세 이상의 경우, 재료비 징수가 없는 수업은 복지관 회원가입 후 이용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옥천 노인·장애인복지관 노인통합지원팀(730-2620)으로 문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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