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9-16 14:19 (월)
교동할매가 인정한 그 맛, 푸근한 동네사랑방 '커피타임'
교동할매가 인정한 그 맛, 푸근한 동네사랑방 '커피타임'
  • 황민호 기자
  • 승인 2019.08.18 06:3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망좋은 2층에는 구읍 전경이 고스란히, 전통문화체험관도 한 눈에 들어와
안내토기에 담은 팥빙수 풍성함에 놀라, 수제청 음료도 은은, 다방믹스세이크도 인기
옥천 토박이 커피타임 김정윤 대표, 프리마켓도 간간히 열며 구읍 문화 만들어

 아직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여름 끝무렵 교동리 400년 가까이 된 느티나무 옆 정자에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동네 할머니들로 ‘인산인해'다. 가을을 머금은 시원한 바람이 솔솔 피부를 간질이는데 이만한 피서가 없다.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들, 굳이 안부를 묻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이에 불필요한 말 따위는 필요없다. 이런 저런 농을 치며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는 따스한 전류가 흐른다. 

 모여 노는데 먹는 것을 빼놓을 수가 없다. 휴대용 가스렌지 시킬 것도 없이 누가 가져오고 부침개 부칠 거리 누가 가져온다. 따로 임무 분담을 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사람이 하는 거다. 하는 손 따로 있고 먹는 입 따로 있는게 아니라 둥그렇게 같이 모여 하고 먹는다. 여기에 놀랄만한 ‘덤’이 하나 더 있다. 팥빙수와 커피가 간간히 서비스 된다는 점이다. 바로 인근에 생긴 커피숍이 '동네 사랑방'이 되느냐 이질적이어서 갈등을 유발하는 '살벌한 이웃'이 되느냐는 주인장 하기 나름이다. 갈등을 유발할 요인은 사실 적지 않다. 평화롭고 한적한 마을에 외지 사람들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하면 집 앞 함부로 하는 주차 때문에 싸우고 버리는 쓰레기 때문에 한번 더 싸우고, 시끄럽다고 시비 붙으면서 인심 사나워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수 있다. 친해지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 오히려 ‘괜찮다’고 말하며 돈독해지는 시간들이 한번 틀어지기 시작하면 지옥이 따로 없는 법이다. 커피타임의 김정윤(40, 옥천읍 장야리) 대표는 토박이 답게 할머니들의 마음을 잘 읽어냈다. 동네 할머니들에게 사랑받는 커피숍이라면 구구절절 사실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옥천읍 동안리 출신인 그는 죽향초(82회), 옥천여중, 옥천상고를 졸업한 대학교까지 충북도립대(시간디자인 전공)를 나온 옥천 토박이다. 김정윤 대표는 어머니 곁에서 잠시잠깐 수북식당도 도와봤고 옥천을 떠날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농촌과 지역 정서를 딱히 배우지 않아도 익혔다.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먼저 인사하고 다가가기. 그리고 먼저 베풀기 부터 시작했다. 간간히 커피를 대접에 얼음 동동 띄워 대접하고 팥빙수를 커다란 남비에다 풍성하게 담아주니 할머니들 얼굴이 환히 핀다. 인심은 그렇게 전이됐다. 할머니들 그냥 있을 쏘냐. 맨날 얻어먹는게 미안시러워 유사를 정해 팥빙수를 사먹고, 커피도 사먹었다. 그리고 직접 만든 부침개를 같이 나눠먹었다. 나물도 무치면 가져다 주신다. 마음이 오고가니 싸울 일이 없다. 이미 그 관계안에 충분한 완충지대와 두터운 신뢰공간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불과 3년에 커피타임은 지역, 마을속의 동네사랑방으로 완전히 뿌리내렸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딱 봐도 인심좋아보이는 얼굴과 섬기려는 그 태도 때문에 그는 돈으로 결코 살 수 없는 것들을 짧은 시간 안에 얻어냈다. 

처음부터 커피숍을 할 계획은 아니었다. 아는 언니가 한번 해보겠냐는 권유에 하루동안 고민하다 바로 결정했다.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커피는 처음이었다. 티률 지관민 사장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두달 과정 속성으로 커피를 배웠고 바로 익혔다. 한번 제대로 해봐야 겠다는 마음에 쉬는 날이 거의 없다.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일요일만 저녁 6시까지 할 뿐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입소문이 났다. 또 전망좋은 이층과 커피 맛, 음료맛이 한몫했다. 직접 담근 수제청 음료는 찾는 사람이 제법 많다. 여름에 핫한 시그니처 메뉴는 단연 팥빙수다. 안내토기 그릇에 듬뿍 담긴 팥빙수는 인절미가루와 흑임자가루와 떡 등이 배부를 정도로 담겨 있다. 평소 자주 방문하는 단골손님인 안내토기 사장이 토기를 권하자, 즉석에서 바꿨다. 수용성도 그만큼 남다르다. “지역 음식을 지역 그릇에 담는 것도 특색있고 의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잘 어울릴까 했는데 인절미와 흑임자 가루가 듬뿍 들어가니 거무튀튀한 토기와도 정말 잘 어울리더라구요. 팥빙수가 인기가 많아요.”

 “할머니들은 정말 제가 고맙죠. 사실 커피숍 때문에 차들이 많아지고 동네가 시끄러워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먼저 다가가니 마음을 열어주고 품어주시더라구요. 얼마나 돈독한 관계인지 몰라요. 친 딸같이 대해주세요.”

 커피타임은 위치가 참 좋다. 앞 전망은 벼 이삭이 훌쩍 자란 푸른 논과 곧 완공되는 전통문화체험관 한옥이 바로 들어온다. 옆에는 개나리어린이집이 있어 아이들 노는 모습을 바로 볼 수 있다. 아름드리 뻗어낸 교동리 느티나무가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래도 바라는 게 있다. 

 “연꽃도 예쁘지만 커다란 잔디광장을 하나 요 앞에 조성한다면 가족들끼리 와서 피크닉도 즐기고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밤에도 놀 수 있도록 멋진 조명도 비춰주면 더 좋구요.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건 아이들에게나 부모에게도 참 좋거든요. 그럼 우리 초희(장야초6)와 형준(장야초2)이도 엄마 일터 가까운 곳에서 재미나게 놀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옥천에서 사는 게 정말 좋다. 

 “대학 졸업하고 천안 망향휴게소에서 1년 동안 일한 적이 있었는데요. 향수병에 걸리는 줄 알았어요. 도시에서 못 살겠더라구요. 그냥 옥천이 참 좋아요. 편하고. 지금도 아모레화장품 방문 판매일도 같이 하고 있어요. 아침 10시에 제이마트 2층에 있는 아모레 사무실 출근했다가 커피타임에 와요. 투 잡을 하려다보니 힘들긴 한데 다 적성에 맞는 일이에요. 아이 키우려면 부지런히 벌어야죠.”

 커피타임의 또 하나의 히트메뉴가 하나 있다. 다른 커피숍에는 찾아볼 수 없는 메뉴, 바로 ‘다방믹스쉐이크’다. 믹스커피에 길들여진 어르신들을 위해 준비한 커피인데 그냥 믹스커피를 탄 게 아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커피, 우유, 시럽을 넣어서 믹스커피 맛을 나게 했다. 어르신들한테는 인기있는 메뉴이다. 

 겨울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대추차는 무주의 작은 아버지가 농사지은 대추를 직접 압력 솥에 쪄서 만들어낸 차로 그 향이 진하고 그윽하다.  

 점심 때는 교동식품과 창흥전력 식구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다보니 아르바이트를 채용할 정도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가끔 정지용 생가나 육영수 생가에 들르는 손님들도 온다. 전통문화체험관이 생기면 더 바빠질 것 같다. 

 김정윤 대표는 커피만 파는 게 아니다. 문화를 만들고 싶어한다. 바로 옆의 조그만 가게인 썸데이공방과 함께 프리마켓을 간간히 여는 것도 그 떄문이다.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드는 동네 언니 동생들과 함께 프리마켓을 열어요. 돈을 많이 벌기보다 재미로 하는 거죠. 그러면 옆에서 동네 할머니들이 부침개도 팔고 그래요. 제법 인기가 많았어요.”

 그렇게 모난 것 없이 둥글게 둥글게 어울렁 더울렁 산다. 각이나 날을 바싹 세우기보다 조금 굽혀 품거나 이해할 수록 세상이 더 커지고 할 일이 많다는 것은 김정윤 대표는 몸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교동리 할매들이 인정하는 그 맛, 인심이 푸근하게 흐르는 커피타임으로 나들이해도 괜찮을 듯 싶다. 구읍을 마실 수 있을 것이다. 

커피타임 옥천읍 향수길 97, 010-9525-2786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창우 2019-08-21 16:01:02
여기 커피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더라고요 ~~ 아이들 먹을것도 많고 ~~
사장님이 아주 친절하세요 ~~^^ 실물이 더 나으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