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덕·후 (옥: 옥천 덕: 덕후는 후 :who(누구)?)과거에는 애니메이션 보는 사람을 다른 취미를 가진 사람과 다르게 어두운 방 안에서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는 사회 부적응자로 묘사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들이 자신의 취미를 더는 숨기지 않게 됨으로써 애니메이션은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여느 때처럼 평범한 오후, 옥천여중 3학년 박지우(16, 읍 삼청리)씨는 청소년기자 김가람(16, 읍 죽향리)씨를 따라 옥천신문 사무실 '오카이브'에 놀러 왔다. 인턴 기
“우리 같은 환자, 등신이니 병신이니 그렇게 부르는데요. 물론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많이 못 하겠지요. 그래도 버러지 보듯 그렇게 손가락질하지는 마세요. 우리도 사람입니다.”■ 적응하기 어려웠던 학창 시절부터 조현병 진단을 받기까지유은종(51, 옥천읍 양수리) 씨는 옥천에서 태어나 삼양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학창 시절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즐겁지 않다고 했다. 어릴 적 머리에 부스럼이 나서 머리를 밀고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당시 계절용 모자가 따로 없어 사계절 내내 겨울 모자를 썼다. 통풍이 제대로 안 되니 머리에 난 부스럼은
■ ‘돌핀스 밴드’에서 ‘꽃보다 Bic밴드’로“새야 날마저 기우는데 / 새야 아픈 맘 어이 하나” 힘찬 노랫소리가 음악학원 연습실 밖으로 새어나왔다. 비좁은 연습실에는 7명이 저마다의 악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막내 45세, 연장자 75세, 평균 60대 멤버들로 구성된 시니어 밴드 ‘꽃보다 Bic 밴드’다. 지금까지 합을 맞춘 곡만 해도 30~40곡. 곡 장르는 7080부터 트로트, 폴카, 디스코 등 다양하다.“학원에 갔더니 사람들이 다 착하더라고요. 이 사람들과 같이 밴드 하면 재밌겠다 싶어서 시작했어요. 옥천에서 사귄 첫 친구들인
“지금까지 병원에 많이 다녔었는데요. 이런 간호사는 처음 봤어요.” 박해미(57,군북면 이백리) 전 문인협회장은 잔병치레가 많았다. 그만큼 병원을 많이 다녔고, 간호사들도 많이 보게 되었다. 3주 전에는 갑자기 찾아온 대상포진에 옥천성모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3층에 있는 간병실이었다. 그러던 중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정말 살면서 그런 건 처음 봤거든요. 귀가 안 들리시는 할머니와 간호사가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청진기를 꺼내는 거예요. 그러더니 할머니 귀에 청진기를 끼워주었어요. 그렇게 대화를 하더라고요.”병원에 가면 의사들
추암 박찬훈(69,군북면 추소리) 작가의 그림에서만 볼 수 있는 소나무 가지가 있다. 지난 겨울, 펑펑 내린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가지가 부러져버린 소나무다. 부소담악 절벽에 위치한 소나무의 온전한 모습은 이제 그림들에만 남아있다. “의도하지는 않았어요. 나무가 더 크기 전에 계속 나무를 담고 싶었어요. 이제는 제 그림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 되었어요.”소나무부터 물결, 빛 모두 부소담악에서 보고 그렸다. 옆에서도 보고, 앞에서도 보고, 추소리 이웃 주민의 집에서도 봤다. 태어난 이후부터 현재까지 추소리에서 살아온 자의 시각으
“지나갈 때마다 5만원을 줘요. 저희가 불쌍해 보였나 봐요. 제가 보기에는 저 사람들이 더 불쌍해 보이는데.”김원희(46,읍 금구리)씨는 어느 순간 차별을 받는 당사자가 되었다. 옥천에 와서 식당에 가니 밥 먹으라고 5만원을 주고, 대전에 가니까 아이가 이쁘다고 5만원을 주었다. 이주여성 구릉소니(31,읍 금구리)씨의 배우자가 되자 처음 겪었던 일들이다. “제가 또 생긴 게 네팔 사람처럼 생겼나 봐요. 사람들이 저희 앞에서 ‘한국 사람이 아니라서 말귀를 못 알아듣나?’ 이런 식으로 말하더라고요.”네팔에서 온 이주여성 구릉소니씨와 인
군서면 송인택 1940년생 “여보 나와 봐요 어여 나와 봐요” 슬며시 문을 열고 평상으로 나오시는 송인택 어르신.수줍은 미소까지 머금고 계신 이유였을까? 잘생긴 어르신이 뚜벅뚜벅 걸어 나오셨다,여장부이신 사모님이 “남편은 하늘이야” 라고 하시며 남편의 앉는 자리까지 챙겨주신다.불타는 청춘일 때는 상남자로 호령하셨겠지만 이제는 사모님의 든든한 수행비서가 되신 어르신. 월남전에서 죽음의 공포로부터 연일 악몽을 꿔보기도 하셨고 군에서도 장기복무 하시며 상사로 제대하셨다.이제 담장 낮은 집에서 사모님과 두 분이 알콩달콩 노년을 보내고 계신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매체의 흐름도 폭넓고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나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는 ‘영상매체’와 그것을 손쉽게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의 발전은 지난 10여 년,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접합 수 있는 수단이 되어 현재는 없으면 안 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정치가 어떻고', ‘새롭게 가볼 만한 곳이 어디인가’라는 고민 등 내가 원하는 정보는 언제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뉴스’도 그렇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뉴스를 보려면 텔레비전 혹은 컴퓨터 앞에 앉
“어? 너 걔 좋아해? 나도 좋아해!” 청소년에게 ‘사랑’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요즘 말로는 ‘덕질’이라고 한다. 아이돌, 배우 애니메이션 콘텐츠 등 청소년들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덕질 한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진 덕질 문화는 ‘아이돌’이다. 아이돌을 사랑하는 팬의 마음은 복잡하다. 아무런 대가 없이 그가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과 오늘 밤도 잠을 잘 잤으면 하는 마음, 그가 날 몰라줘도 된다는 마음과 그래도 나를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 그가 우상으로 느껴지는 마음과 그와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과 그를 돌봐주고 싶다는 마
격주마다 한 번씩 모임을 지속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친해지며 정보를 공유하는 청소년들을 만나러 청소년수련관으로 향했다. 10월28일 오후5시 청소년수련관 별관은 학생들의 붓질 소리와 케이팝 노랫소리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은 네일아트를 취미로 하고 있거나 진로를 희망하고 있어 모인 청소년수련관 자체동아리 ‘네일아트’ 팀이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청소년들이 공통 관심사로 모인 것이다. ‘네일아트’를 하며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네일아트 동아리 회장인 충북산과고 1학년 유지혜(17
지치고 힘든 순간 누군가 내 이야기를 잠자코 들어준다면, 때로는 그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노인들은 특히 그렇다. 나이가 들면서 누구에게 속 이야기를 꺼내기 쉽지 않다. 자식들한테 누가 될까봐 속으로 전전긍긍하면서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괜히 병원 가기도 꺼려지는데 동병상련하는 동년배가 상담을 해준다면 이야말로 큰 힘이 된다.노인장애인복지관(이하 복지관)에서는 어르신들이 어르신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는 ‘동년배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동년배 상담사를 희망하는 어르신들은 약 두 달간의 교육을 거친 후
“처음 옥천에 왔을 때 등산가자고 해서 제가 ‘산이 어딨는데요?’ 하면서 놀렸어요. 네팔에서 저렇게 낮은 건 산이라고 안 불러요. 저희 동네에도 저런 언덕들이 많았는데 산이라고 안 불렀거든요.”네팔 수도인 카트만두에서 7시간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온 구릉소니(31, 읍 가화리). 그는 재밌는 청년이자 이주여성이었다. 그의 인생은 흔히 노출되는 ‘수동적인’ 이주여성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 남편이 네팔에 처음 왔을 때 만나게 되어서 이야기를 했는데 결혼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는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뒤이어 말했다. “못생
지난달 15일, 금구천 걷기 행사에 참가했던 이숙자씨(77, 읍 금구리)는 통합복지센터 청소노동자다. 올해 처음 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 사업에 지원해 현재 통합복지센터 4층을 담당하고 있는 이씨는 강은경씨(70, 읍 신기리), 황복여씨(70, 읍 문정리) 함께 일하고 있다. 동네이웃도, 친구도 아니지만 서로의 마음이 잘 통한다는 그들에게서 즐거움이 엿보인다. 이심전심으로 통합복지센터의 청결을 책임지는 3명의 청소부들을 만나봤다.이들은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통합복지센터 화장실 청소 일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3시간 내내 일만 하는
누구나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한다. 9월부터 사회복지사로 바하센터에서 일하는 이지숙(35, 읍 문정리)씨도 그랬다. 기업의 안전관리 일을 꿈꾸던 그는, 발달장애를 앓는 두 형제를 맡고자 후자를 택했다.해야 하는 것으로부터 보람을 얻었고 깨어나게 되어 좋다고 말한 이지숙씨. 그는 중증 발달장애인의 가족으로서 야간 활동보조서비스와 중증장애인을 위한 교육·주거시설, 장애인 가정과 관련 기관의 연계를 강조했다. 그리고 발달장애인 가족 중 수직 관계인 ‘부모와 자녀’만큼 수평 관계인 ‘형제자매’가 중요하다고 말했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하늘이 높고 볕이 따사롭다. 봄철의 꽃샘추위, 무더운 더위와 병충해의 고통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얼굴을 내미는 노오란 곡식의 자태와 붉은 미소를 짓는 과수들의 모습들이 쉼 없이 하루하루를 달려온 농부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한 해 농사는 ‘기다림’과 ‘인내’의 연속이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온종일 속을 박박 긁는 작물들을 보면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기도 하지만 잠깐만 뒤돌아도 언제 그랬냐는 듯 애지중지 키워온 작물들이 참으로 보고 싶다. 農心(농심)은 그런 것이다. 옥천의 많은 농가들이 한해 농사의 끝을 향해
편집자주_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고자 지역 바깥으로 나가는 게 마치 당연한 일처럼 보입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가 되면 고민은 서서히 시작됩니다. 더 많은 기회가 보장되는 일자리를 찾아 정든 고향을 두고 시선은 대도시로 향합니다. 멀리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타향살이를 하며 일에 매달리다가도 마음 한 켠에는 가족, 친구, 이웃들이 있는 고향을 떠올립니다. 어렸을 땐 잘 몰랐지만 떠나고 나서야 깨닫는 고향의 소중함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청년들이 지역에 오래 머무를 수 없을까. 그래서 현재 옥천에 사는 청년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지역에서
누구에게나 로망은 있다. 시골집 마당에 돗자리 펴고 누워서 떨어지는 유성우 보기, 풀벌레 소리 들으며 반딧불이 찾아다니기, 사랑하는 사람들과 모여서 식사하기처럼 우리는 이룰 수 있는 소망을 품고 산다. 정서영씨도 그렇다.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온 옥천을 나중에 자녀들에게 소개하는 상상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 서영씨에게 자신의 로망을 실현할 옥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았다.■ 자기소개해 주세요안녕하세요. 옥천에 산지 17년 된 정서영입니다. 옥천읍 삼양리에 살고 있어요. 전에 인터뷰했던 다현이 추천을 받고 인터뷰를 하게 됐어요. 다
“일을 하니까 한달이 금방금방 지나가고 1년도 금방이더라고요. 몸을 움직이니까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 행복이 별거 있나요?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거죠. 우리가 움직일 수 있고 건강하기 때문에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니깐.” 도란도란 식당 종사자 황순자씨(74, 읍 문정리)와 주방장 강점순씨(75, 읍 문정리)의 일에 대한 소감이다. 그들이 느끼는 행복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가까이에 있었다. 오늘도 식당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그들을 만나봤다. 처음부터 시니어클럽에 도란도란 식당이 있었던
기름기가 묻은 피자 상자는 종이류에 배출할 수 있을까? 지난 18일, 마암리 양우내안애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만난 강대식(68, 읍 금구리), 신주철(70, 읍 금구리)씨는 “안 된다”고 단호히 말한다. “기름 묻은 건 재활용이 안 돼요. 일반쓰레기에 버려야 해요.”아파트 주민도 아니고, 경비원이나 관리사무소 직원도 아니다. 그럼에도 매주 월요일 오후 1시면 이곳에 나타나 분리수거장 앞을 떠나지 않는다. 분리배출 하러 나온 주민을 돕거나 직접 쓰레기를 분류하기도 한다. 벌써 5개월째다.이들은 환경부의 ‘재활용품 품질개선 지원사업’으로
“Bây giờ là mấy giờ?”(버이 져↘ 라↘ 머이↗ 져↘?) 우리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만, 베트남에서는 일상적인 표현이다. 이 표현은 “지금 몇 시 입니까?”라는 뜻이다. 그런데 청성초 학생들에게는 익숙한 문장이란다. 매주 수요일마다 방과후에 베트남어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방과후 수업이 시작되자 학생들의 고사리 같은 손이 바빠졌다. 진여정(34, 청성면 도장리) 씨가 칠판에 베트남어를 쓰자 고개를 갸웃대며 노트에 받아 적는다. “선생님 한글 표기가 틀렸는데요.” 아차 싶었던 진여정 씨가 재빨리 손으로 글씨를 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