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우연이다.인생의 행로가 바뀌는 큰일도 그러하거니와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기쁨도 우연에서 비롯된다.물맛 좋기로 소문난 약수터가 우리 동네에 있다. 그곳은 물통을 줄 세워 놓고 그늘에서 땀을 식히는 사람들로 언제나 붐빈다. “물맛이 거기서 거기지 뭐, 날도 더운데 참 유난스럽다. 그냥 생수 배달해서 먹으면 편할텐데…….”하고 관심조차 없어했다. 그러던 초여름 어느날 그 앞을 지나가다 때 마침 내린 소나기로 한층 더 싱그러워진 숲을 올려다보았다. 자꾸 보면 정이 든다고 했던가. 곁눈질만 하던 곳이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다니던 곳인
서른여섯 살, 지금 우리 3남매들이 30대 중반이다. 36살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가슴이 저민다.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를 식장산 선산에 묻고 내려오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는데 그 꼬마가 칠십을 넘어 이제는 꿈에서도 보이지 않는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다. 추소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대처로 나와 보겠다고 대전으로 나와 목재소를 시작하면서 내실 있게 사업을 일구고 노년의 시간을 수시로 고향을 오고가며 그리움에 젖곤 한다.어제도 부소담악에 다녀오면서 수몰되기 전 모래사장에서 친구들과 놀던 때를 그리워하고 차를 돌려
터키 감독 누리 빌게 세일란의 4시간짜리 영화 은 관계의 나비효과를 다룬 영화다. 도 마찬가지다. 무심코 내 던진 한마디가 주인공 대수를 20년 동안 독방에 가두고 처절한 복수가 펼쳐진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기도 하고 말 한마디가 세계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정욱 감독의 은 ‘나는 붕괴 되었다’라고 중얼거리던 박해일의 붕괴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영화다. 의 붕괴는 내게는 추상적으로 다가 왔다. 스타일리스트 박찬욱 감독과는 이후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음….”추억에 잠기시며 먼 산 바라보시는 박 선생님일흔이 훌쩍 넘었는데도 어머니 생각만하면 눈물이 앞을 가려서 참을 수가 없다는 선생님 말씀에 마음으로 같이 울었다.공무원 첫 직장이 이원면사무소, 아내와는 같은 사무실에서 앞뒤로 앉아 매일 보면서 정이 들어 결혼까지 하시고 사모님도 10여 년 전에 퇴직을 하셨다.병원 가까운 곳에 있어야 돼서 평일에는 대전 집, 주말에는 옥천 집을 다니시는 두 분이 시작하는 노년도 아름다웠다. 겨울을 더 아름답게 그려주는 눈처럼 살고 계신 박 선생님.■ 열다섯 살,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동이면 평산
역사는 현실의 거울이다. 역사의 교훈을 거부하는 민족이 번영을 희구하는 것은 뜬구름 잡기다. 역사의 교훈은 그래서 위대한 반면교사다. 첨단시대를 걷고 있다고 자부하는 금세기의 알량한 위정자들에게도 그래서 유효하다.다음은 사마천의 『사기』, 「오기열전」의 내용이다.세상 사람들은 말하기를 병법(兵法) 하면 ‘손자(孫子)’와 ‘오기(吳起)’를 꼽는다. 그 「오기열전」을 따라가 보자. 오기는 장수가 되자 천한 신분의 병사들과 같은 옷을 입고 밥을 먹었다. 침상도 물론 같은 것을 사용했다. 한 병사가 종기가 생겼다. 그때 오기가 그 병사의
2023년 설에는 집안에 상서러운 기운이 가득하여 화목하시길 바랍니다.
시내에 나와 지인 사무실에 앉아있으니 집에서 전화가 온다장에 나가 고등어 두 손 사오란다누구 명인데 거역하리빗속에 장바닥으로 나갔다동해바다에서 금방 건진 명태가 꼬리를 살랑살랑~~지금은 요런 그짓말은 찾아볼 수가 없다 요즘 오일장은 물 넘은 명태마냥 두 어깨가 축 처져 기를 쓰지 못 한다언제부터인가 등 푸른 고등어가 인기 끄는 밥상손님 되었다일본원전 사고 이후우린 뱀처럼 등바닥이 얼룩덜룩한 노르웨이산 고등어만 산다까마득하게 멀리 하얀 사람들만 사는 곳에서 온 녀석고등어만은 우리 것이 피부가 희고 고운데 난 그놈을 산다전에 물건 사는
정지용이 태어난 옥천에서 문학 활동을 한다는 것은 선택받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랑할 것을 찾는 지역사회가 눈을 부릅뜨는 지금, 정지용이란 걸출한 시인을 안고 사는 우리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정지용만큼은 못 되더라도 닮아가려고 노력만 해도 어느 정도는 이루지 않을까.옥천에도 문학동아리들이 많다. 옥천문인협회 말고도 나는 문정문학회라는 문학 공부하는 모임에도 적을 두고 있다. 그러나 문학의 열정을 마음껏 불타오르게 하지는 못하고 있다. 나이와는 걸맞지 않게 후발주자여서 그런지 내가 이걸 취미활동 쯤으로 마음을 갖는 건 아닌지
구읍은 문화재를 비롯한 고택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고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한 곳이며 고려 말에서 일제강점기까지 관청이 있던 곳이라 따지고 보면 한발자국 건너 한곳씩 관광보유자원이 풍부한데 지금 우리는 기존에 있는 것조차 끄집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지도를 살펴보면 향청리(상계리, 하계리)에 표기된 관아 건물명과 마성산 옆에 표기된 사직단, 여단, 사장록(활터) 등이 나타나 있다.다행히 사직단은 복원하여 해마다 제사를 지내고 있는데 여단과 활터인 사장록도 발굴 복원하여 관광자원화 하여야 한다고 본다.여기서 사직단은 땅의 신과 곡
2023년은 모두에게 풍년이 가득한 한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가을은 그 무엇인가를 향한 애틋함에 눈이 맑아지는 계절인 것 같다. 만물은 결실로 충만하다. 결실은 보람이다. 들녘의 감들이 주렁주렁 주홍빛 물감을 토설해 내고 있다. 세월의 모진 풍파를 견디면서 자신의 불순물을 스스로 정화한 덕분이다. 부족한 부분을 비와 바람 앞에서 인내하고 절제하면서 성실하게 믿음으로 밀어 올린 덕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좋은 계절에 우리는 손에 보물을 잡고서도 행복을 모르면서 살아간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의 모순’으로 사물을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은 ‘병이 든 환자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기
지구온난화 현상은 옥천 지방에서 설경을 거의 볼 수 없는 기이현상으로 매년 지속되고 있습니다. 해마다 설경다운 눈풍경을 볼 수가 없어서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는 너무도 반가웠지만 기대는 하고 있지 않지요.작년에도 딱 하루 50mm 정도의 살포시 내린 눈이 전부였습니다. 이제 설경을 보러 강원도 태백산맥 지대나 덕유산 등 고산지대로 여행을 가는 수 밖에 없을 지경에 이르고 있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역사의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은 욕망에, 살짝 덮은 옥천 지방의 하얀 설경을 담기 위해 '호호' 입김으로 차가운 손을 비볐습
원·형·이·정은 천도의 떳떳함이요 인·의·예·지는 인성의 벼리이니라.
며칠 전 지인의 집에서 일어난 일이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이었는데 개가 비를 맞으며 앞뒤로 낑낑대며 다녔다. 아니 저 녀석이 비는 오는데 왜 집엔 들어가지 않고 저러나 했다. 계속 그래서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많은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별 신경 안 쓰고 잤다. 새벽에 강아지 울음소리 같은 게 들리는 것 같았지만 그것도 별 신경을 안 썼다. 한데 개가 제 집엘 들어가지 않고 계속 주변을 맴돌아 이상한 생각이 들어 개집을 들여다 보다가 깜짝 놀랐다.웬 낯선 개가 들어 앉아 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이 금방 난 새끼가 여러 마리
〈옥.세.연〉은 옥천 세밀화 연구회의 줄임말로 옥천에서 세밀화를 연구하고 그리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2019년 박신영 선생님께 수채 세밀화를 처음 배웠고 2020년 세밀화 동아리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매주 목요일 10시부터 12시까지 둠벙에서 모임을 합니다. 그림그리기를 즐기시는 분이면 누구나 환영합니다.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싱그런 잎사귀 돋아난 가시처럼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 . . . . 당신을 부를 때 장미라고 할래요어릴 적 부르던 노래 가사 속 장미 내음이 5~6월 거리와 축제
“그랴 거기서 봐”어머니는 막걸리 친구들과 다음날 점심 약속을 하고 계셨다. 아직은 6학년인 새댁들과 읍내에서 셋이 만나 서로 돌아가면서 지갑을 열고 막걸리 한잔으로 심심함을 달래신다고 젊은 아낙들이 나를 끼워줘서 고맙다는 말도 빼놓지 않으셨다.이런 얘기 저런 얘기 쏙쏙 꺼내면서 집 얻으러 다니느라 오밤중에 산 넘고 물 건너 고생한 얘기를 들려주시면서 들숨과 날숨을 연거푸 쉬고 계셨다. 그런데 옛날이야기를 실타래처럼 풀었더니 지금까지 잘살아 온 것 같다고 웃음으로 화답을 해주신다.■ 발끝에 밟히던 시체들, 피란길의 충격 6 25때
▲ 가려서 사귀면 도움과 유익함이 있느니라. 가리지 않고 사귀면 도리어 해가 있느니라.
중복에서 처서를 전후한 요즘 자다가 비지나 가는 소리에 잠 깨는 일이 잦다.밤에 내리는 빗소리는 낮에 내리는 빗소리와 또 다르다. 잠결에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귀가 아니라 가슴으로 들린다. 비 줄기 하나하나가 무슨 사연을 지닌 채 소곤소곤 내 안으로 스며든다.밤을 스치고 지나가는 저 빗소리로 인해 숲을 조금씩 여위어가고 하늘은 구름 떨치고 하루하루 높아 간다.날이 밝게 개어야 창문을 정리할 터인데 마음이 조급해온다. 이 산사에서 세월이 이렇게 빠르게 가는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오십여 성상을 넘어서서 나도 세월에 실린 만큼 인생의 노년
▲ 먹을 가까이 하는 자는 검어지고 주사를 가까이하는 자는 붉어지니 살 때에는 반드시 이웃을 가리고 나아갈 때에는 반드시 덕있는 이에게 하라.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다. 징검다리를 건너려니 옛날 새댁 때 생각이 난다. 내가 결혼하던 해에 이곳에 고속도로가 생겼다. 결혼할 당시 고속도로 공사를 하면서 임시로 마련한 길을 따라 신랑이 택시를 타고 장가를 왔다. 구식결혼을 하고 하룻밤 자고 시집을 갈 때는 역시 십리나 되는 가릅제를 넘어 지탄 간이역에서 기차를 타고 갔다. 결혼 후에는 남편 직장을 따라 대천에서 살았다. 그때만 해도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을 때라 대천에서 옥천은 먼 거리였다.둘째 아이를 낳은 지 한 달 뒤인 음력 정월 초이틀, 아침 일찍 대천에서 기차를 타고 천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