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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화처럼 화사한 어머니는학림산방 푸른 정원에서백수잔치에 어깨춤을 추다가치매가 연분홍 앞치마처럼곱게 찾아와 천국을 만나삼년간 선녀들과 소풍 하다가백셋에 실로암을 떠나화성나라로 여행을 떠났다천국으로 어머니를 찾아가면“무슨 법이 생겨서 이러는 거여?왜 우리는 헤어져 사는겨?”하면서 굴뚝새처럼 웃었지“어머니 여기가 우리 집인걸”만날 때마다 가슴팍이 며진다바람에 끌려오던 하늘 구름흔들리던 포도나무 잎들은몇 년이 지나도 생생히 기억나는어머니의 잔잔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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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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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해다오.다시는 부르지 않을 노래로 노래해다오.단 한번만 부르고 싶은 노래로 노래해다오.저 밤하늘 높디높은 별들보다 더 아득하게햇덩어리 펄펄 끓는 햇덩어리보다 더 뜨겁게.일어서고 주저앉고 뒤집히고 기어오르고밀고 가고 밀고 오는 바다 파도보다도더 설레게 노래해다오.노래해다오.꽃잎보다 바람결보다 빛살보다 더 가볍게,이슬방울 눈물방울 수정알보다 더 맑디맑게 노래해다오.너와 나의 넋과 넋,살과 살의 하나됨보다 더 울렁거리게,그렇게보다 더 황홀하게 노래해다오환희 절정 오싹하게 노래해다오.영원 영원의 모두,끝과 시작의 모두,절정 거기 절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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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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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그 사람이 남쪽이었습니다그때는 그 한 문장이 정남향이었습니다덕분에 한 시절 잘 살아낼 수 있었습니다봄이 이듬해 봄 만나기를 서른몇차례많은 시대가 한꺼번에 왔다가 사라졌습니다오래된 미래는 더 오래가 되었고온다던 미래는 순식간에 지나가버렸습니다꽃 진 자리에서 하늘을 보며 생각합니다나는 지금 누구에게 남쪽일 수 있을까요우리들은 어느 생에게 정남진일 수 있을까요그때는 여기저기 남쪽이 많았습니다더불어 함께 남쪽을 바라보던착하되 강하고 예민하되 늠름한 벗들이도처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그랬습니다남쪽은 저기 여전히 많고 푸르러 드높은데이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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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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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으로 울었다어미의 극진한 보살핌이 있다 해도진자리 불편하여 울고, 배고파 울고뜻대로 되지 않아 울었다한 순간 웃음으로부터 괴로움이 더 생겨났다첫 울음으로 첫 쉼을 쉴 때우주의 일 년이한꺼번에 내게로 왔기 때문이다달을 먹고 환해지는 뒷산에서봄밤 몰려와 괴로움을 끓이고 있다울음 그친 뒤 생각하면생은 본능적으로 괴로움이고괴로움으로부터 온 기쁨인 것을,젖은 맨발로무의미한 축제를 살그머니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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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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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은 항상 먼 산에 있는 것그대를 향해 빚은 가을 엽서 한 장그대는지척에 있으면서 수취인 불명나는그대의 그리운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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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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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여니 새소리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아침이면 이렇게 다시 존재할 수 있게 해준 모든 인연들 앞에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다. 현관의 장미도 하루가 다르게 붉은빛이 선연하다. 눈 비비고 맞이하는 저 현란한 빛의 향연, 돌연 압도된다. 몇 년 전 이사를 오면서 돌로 기둥을 세우고, 번식력 강한 장미와 능소화를 심었다. 자식 기르듯 애지중지 키운 보람이 이제야 결실을 보듯, 동리 초입인 장미 터널을 불 밝힌 오월의 싱그러움이 마냥 즐겁다. 나는 가난하지만 꽃을 좋아한다. 꽃은 희망이요, 순수함이요, 열정이므로 보는 이의 마음을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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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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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바위에 묻힌추억의 그림자햇살 품고 기지개를 켭니다야윈 공원 흩어진 심장산수유 봄비를 마시고살포시 꽃망울을 틔웁니다가지에 솟은 병아리 떼계절의 요정처럼삐악삐악 축제의 한마당호수에 초목草木설레는 잎들의 언어화려하게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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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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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창은 9층에 산다.동창東窓은 미명부터 손님들 북적인다.지척咫尺거리 산자락 꼬마산새 놀러와잔망스런 조잘조잘 아침인사 반갑고.장끼의 외마디와 수다쟁이 까치 소리 정겹다.창틈으로 빼꼼히 황금 햇살 눈인사 할 땐마음 창 활짝 열려 청쾌한 출발이다.남으로난 창窓은 세상이 보인다.해 뜨면 신호등 따라 시시각각 개미장 날인데유독 눈길은 지근至近의 유치원에 머문다.학교에 흩뿌린 추억 조각 주우려 간다.밤이면 달님 별님 눈 맞추는 이야기 있고.점멸하는 오색 불빛 사는 얘기 들어 보고우리 집 창窓은 높아서 좋다.산 속 식구 하늘 친구 만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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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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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는 오늘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더 이상 볼 것 없다고알 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죽을 때가 지났는데도나는 살아있지만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천년을 산다고 해도성자 아득한 하루살이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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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1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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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서지 마라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부처를 버리고다시 돌이 되고 있다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여기는 천년 인각사 뜨락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자연 앞에시간은 아무데도 없다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라는 말도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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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7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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