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이 쭉 늘어서 있는 길 위에 여러 동물이 있어요. 가로등은 시간이 지나면 맨 뒤부터 꺼지기 시작해요. 동물들은 어둠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가로등 불빛이 꺼지기 전에 그 앞에 있는 가로등 빛 아래로 서둘러서 가야 해요.달리던 동물들 사이 한 거북이가 다리를 다치게 됐어요. 그렇게 어둠 속에 남겨진 거북이가 다른 동물 친구들을 만나고 가로등 빛이 아닌 자신의 빛을 찾는 내용으로 이야기는 진행돼요. 이게 제가 최근에 쓰고 있는 글이에요” 글쓰기를 좋아하는 김서진(22, 읍 마암리)씨는 검정고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동화
수많은 사람들이 ‘심장이 뛰는 일을 하세요’라 말하곤 하지만 미치도록 좋은 건 없다. 좋아하는 마음은 슬쩍 찾아오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삶에 눌러 앉으니. 그러니 좋아하는 걸 찾는다는 건, 온전히 내 힘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는 네일아트에 빠져있었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말투와 행동의 원천은 네일아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의 첫 마디는 새로웠다. “제가 네일아트를 좋아하게 되기 까지, 도움을 여기저기서 많이 받았어요. 절대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하지 않았어요. 부모님, 친구들의 도움이 컸죠. 아! 조광훈 주사
택시기사 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무엇인가? 대개 하루종일 운전석에 앉아 택시를 모는 모습 혹은 역이나 터미널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정적인 모습을 생각할 것이다. 한정동(54, 옥천읍 대천리 대골)씨 또한 개인택시를 몰고 있지만 그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반전매력이 숨어있다. 깔끔한 머리스타일에 멋들어진 항공잠바를 입은 그의 모습은 여느 택시기사 같지 않다. 그는 놀랍게도 그냥 걷기만 해도 땀이 뻘뻘 나는 장령산 초입 용암사 업힐을 단숨에 올라간다.군살 하나 없는 다부진 몸매는 자전거로 다져진 몸매일 거라는 추측이 들
지난해 12월24일 청산고등학교는 새 학생회 임원진을 선출했다. 양세진 학생회장, 복현수, 이경빈 부학생회장에게 올 한 해 청산고를 어떻게 끌어갈지 물어봤다. 다음은 세 명의 인터뷰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죠” 이경빈(18)씨는 지난 12월24일 진행된 청산고등학교 학생회 선거에서 2학년 학생부회장에 당선되었다. 청산면 예곡리에 사는 이경빈씨는 청산초, 청산중, 청산고를 다니며 늘 학생회 선거에 출마했다. 이번 학생회 2학년 부회장에는 단일후보로 출마했다. 내년에는 학생회장으로 출마할 예정이다. 단일후보로 당선된 부회장이지만
지난해 12월24일 청산고등학교는 새 학생회 임원진을 선출했다. 양세진 학생회장, 복현수, 이경빈 부학생회장에게 올 한 해 청산고를 어떻게 끌어갈지 물어봤다. 다음은 세 명의 인터뷰다. 지난해 12월24일 열린 청산고등학교 회장선거에서 4명의 후보 중 부회장으로 당선된 복현수(19, 청산면 대성리)씨의 공약은 간단했다. 학생들 간의 관계가 더 끈끈한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복현수 학생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내가 먼저 행동하기’다. 공약자체로 보면 별 것 아닌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복현수씨는 거창한 공약을
지난해 12월24일 청산고등학교는 새 학생회 임원진을 선출했다. 양세진 학생회장, 복현수, 이경빈 부학생회장에게 올 한 해 청산고를 어떻게 끌어갈지 물어봤다. 다음은 세 명의 인터뷰다. “초등학교 때부터 선거란 선거는 다 나갔어요”청산고등학교의 올해를 이끌어갈 신임 학생회장 김예빈(19)씨를 만났다. 김예빈씨는 삼양초등학교와 옥천여자중학교를 거쳐 지금의 청산고등학교에 오게 되었다. 김예빈씨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출마하지 않은 임원 선거는 없다. 임원 자리를 왜 좋아하냐고 묻자 “앞장 서서 하는걸 워낙 좋아한다”며 웃어 보였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것도 아니라는 그가 사회복지사의 길로 들어선 것은 어째서였을까. 사실 사회복지사로서 거대한 포부와 부푼 꿈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 ‘가치’가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고 그 안에서 ‘보람’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일종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서비스가 아니다. 언제나 세밀해야 하며 귀를 열어야 하는 이들이 바로 사회복지사다. 그는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건네는 손길을 단발성으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고, 꾸준한 도움의 손길을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낮과 밤이 송두리째 뒤바뀐다는 것은. 그냥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악취가 진동하고 무게가 나가는 쓰레기 더미를 날라야 한다. 때로는 검은 비닐에 쌓인 깨진 유리와 날카로운 칼날을 모르고 훅 집아 생채기가 날 때도 있다.하지만, 그와 동료들이 하루종일 쌓인 쓰레기 더미와 재활용 물품을 매일 나르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무도 모르게 깜깜한 밤과 동틀 무렵까지 보이지 않게 애쓰는 사람들이다. 38살 청년 토박이, 환경미화원 벌써 5년 차 조성우씨를 만났다. 그는 보통 새벽 2시에 일어난다. 3시 반에 차고지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그럼, 볏짚은 죽어서 무얼 남길까? 예로부터, 벼는 추수를 해서 쌀을 얻고 낱알을 털어낸 볏짚으로는 지붕을 엮거나 가축의 여물로 먹이는 등 그 쓰임새가 다양해 버릴 것이 없는 작물로 여겨졌다. 그 옛날, 어르신들이 지푸라기로 새끼를 꼬거나 짚신을 만들어 신곤 했던 것처럼, 평계리 주민들도 마을회관에 삼삼오오 모여 볏짚으로 무언가 만들고 있다. 주민들은 대한노인회에서 주관하는 9988행복나누미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날 진행한 프로그램은 짚공예 교육으로 벼의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는 가르침을 배울 수 있지요.”시(詩)가 주파수를 타고 구겨진 마음을 다림질한다.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데는 정해진 방도가 없지만, 시는 어떤 약보다도 강력한 치유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시는 삶의 매 순간을 건드리기 좋은 문학적 도구라고 생각해요. 시 한 줄 속에서 마음의 꽃을 피우며 나와 타자를 발견하고 소통할 수 있죠.” 매주 목요일 오후 3시, 시로 청취자들을 만나는 의 진행자 황예순(55
편집자주_ 군민 10명 중 3명이 65세 이상인 옥천에서 청년의 목소리는 귀하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 지역사회의 일원이자 일꾼이 된 청년의 이야기는 더욱 귀하다.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는 박병석(38, 읍 장야리)씨와 유성현(38, 읍 문정리)씨는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옥천에서 보냈다. 존재 자체로 귀한 ‘토박이 청년’들이다. 막역한 사이이기도 한 이들의 인연 덕에 이야기는 더욱 특별해진다. 과거의 옥천을 기억하고, 현재의 옥천을 살아가며, 미래의 옥천을 기대하는 청년들을 지난달 13일 만났다.■ 20여 년
‘대청호 오백리길’인 줄도 모르고, 우린 우리가 이 길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마냥 신났다. 이 길의 끝에는 처음 보는 마을이 있을 것이라는 둥 엉뚱한 대화를 나누며 계속 걸었다. 길 옆에는 단단하게 얼어버린 물과 차가움을 버티고 선 나무들이 가득했다. 신기해서 사진을 찍고 걸었다. 걷는 속도가 달라 친구는 벌써 저 멀리에 가 있었다. 낙엽을 밟으며 걸었다. 찬 바람이 두 세번 강하게 불어온다. 추위가 당연했던 시기가 지나니 몇 번의 찬바람도 얄밉다. 이 시기가 되면 “봄이 있을 자리에 겨울이 있다”며 혀를 차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
편집자주_ 다양한 학교와 학년들로 구성된 청소년들이 모인 협동조합 총회가 1월29일 토요일에 열렸다. 청소년들이 태어난 이후 처음 맞는 창립총회인 만큼 긴장한 기색이었다. 나는 그 속에 앉아 있었다. “대학생이 무슨 협동조합이야? 취업이나 준비해야지!”라는 말을 듣고 있지만 마음 속에 작은 꿈 하나가 이 일을 계속하도록 했다. ■ 대학생이 협동조합에 참여하게 된 이유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참여했던 때가 대학교 2학년이었다. 대학교 2학년이 되었는데도 아는 것 없고, 내가 누구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잘 몰랐다.사실 나는 학
1944년 유길종 옥수 지업사 대표옥수 지업사의 미닫이문을 열었다. 작은 난로위에서 끓고 있는 양은 주전자, 옹기종기 둘러앉은 친구 분들, 끓고 있는 물처럼 친구 분들의 담소도 따뜻한 훈기를 담고 모락모락 피어난다. 소박한 시골 점방(店房)을 그린 풍경화 한 편이다.도라지 물을 올려놓았지만 하루 종일 끓여서 마시고 물 붓고 또 마시고 물 부어서 사모님이 “이제 맹물됐어요” 라고 하시며 싱겁다는 표정이시다. 맹물이 아닌 불순물이 없이 여과된 물이라고 말한들 따져 물을 이도 없을 것이다.인생도 진한 삶을 살고 여과된 물만 남은들 어떠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찰나의 순간들이 있다. 그리고 사진은 그러한 찰나의 시간을 찍어내는 예술이다. 오늘 느꼈던 이 햇살과 바람이 다르고, 그것을 담아내는 이의 마음도 어제와는 사뭇 다르다. 때문에 아무리 같은 장소를 찾아, 같은 피사체를 찍어내도 카메라에 담겨진 수 백여 장의 사진들은 어제 찍었던 찰나의 한순간을 흉내 내지 못한다. 때문에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재빠르게 흘러가고 있는 시간의 한 흐름을 기록하는 과정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한순간을 말이다. 그렇기에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려는 이들에게 흘러가는 모든 시간들은 아
누구나 쉽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세상이다. 디지털카메라도 사용법만 터득하면 누구나 쓸 수 있는 도구가 됐다. 반면 필름카메라를 쓰던 시절은 지금과 달랐다. 필름 롤 안에 24컷 또는 36컷이 들어가 신중하게 셔터를 눌러야 했다. 마지막 한 컷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다른 각도로 찍어볼까?’ ‘좀 더 다가가서 찍을까?’ 남아있는 필름, 얇은 호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고민이 더 깊어졌다. 그땐 그랬다. 원하는 만큼 찍고, 찍은 결과물을 화면으로 바로바로 확인하는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세상은 그때와 달랐다.어쩌면 사진
“몸이 아프면 참지 말고 병원 가. 정신이 힘들면? 그럼 조금만 더 견뎌봐. 언젠가는 괜찮아질 거야” 우리는 언젠가부터 자신의 기분과 정신을 '참고 이겨내는 것'이라고 인식하게 됐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절차지만 마음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까짓 일로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거나 상담을 받는 것은 유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힘들면 자기 탓을 하게 된다. 내가 맡은 일을 못 해서, 내가 역량이 부족해서로 생각이 뻗어나간다. 하지만 힘든 것은 본인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편집자주_ 지난달 29일, 옥천중 전교회장 후보로서 박수호(16, 구읍)씨를 둠벙에서 만났다. 공약과 선거 전략에 대해 유권자로서 묻고 싶었던 주영광(15), 이대규(16)씨도 함께했다. 하지만 선거가 이미 끝난 뒤 지면이 발행돼, 수호씨의 삶으로 초점을 옮겼다. 선거는 이달 7일 마무리됐으며 전교회장 최연우, 3학년 부회장 양 완, 2학년 부회장 주영광 학생이 당선됐다.옥천이 고향인 수호씨가 처음 힙합을 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다. 친구가 그에게 김하온의 ‘붕붕’을 들려줬고, 이 노래의 장르가 ‘힙합’인지 몰랐지만 인상적이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104.9MHz OBN 옥천FM방송 입니다. 오늘 첫 방송입니다. 인사드립니다. 진행자 김철이라고 합니다.”멋진 모자와 가죽 자켓을 입은 김관철(71) 씨는 지난 7일 오후 4시, 첫 방송을 내보냈다. 20대부터 DJ를 해온 김관철씨는 오랜만의 방송이라 긴장한 듯 했지만 이내 능숙한 목소리로 방송을 진행해나갔다. 김철이라는 예명을 소개하고, 방송 첫 곡으로는 ABBA의 'Honey Honey'가 나왔다. ■ 아나운서, 학사주점 디스크자키 활동 거쳐 옥천으로 오기까
“뭐가 사랑이었는데?”한 번도 뱉어낸 적 없지만 종종 속으로 중얼거리던 말이다. 그들은 고작 며칠, 내가 그들의 머릿속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고백을 해왔다. 가끔은 과연 몇 번의 생각 끝에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은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어찌됐든 그들의 순간적인 감정에 내 시간이 잠시라도 소모된다는 것이 별로였다. 심지어 그들은 사랑을 핑계로 앞뒤없이 직진하지 않는가. 하지만 불만의 시간이 지나면 꼭 한 번씩 반성을 하게 되더라. 감히 타인의 사랑을 판단하고 있는 걸까? 생각이 너무 많나? 내가 정의하는 ‘사랑’이 뭐길래?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