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한 달 반 가까이 꼬박 연습했다. 학교 친구들, 선생님들과 지혜를 모아 준비했다. 대본을 쓰고 고치기를 반복, 이야기에 재미와 의미를 담았다. 내레이션을 녹음하고, 무대 배경을 제작하고, 음악을 선정하고, 의상을 고르고, 율동을 맞췄다. 몸짓은 최대한 크게 했다. 화려하진 않아도 무대를 풍성하게 꾸몄다. 공연 시간은 길어야 30분,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써먹었다. 작은 감동과 즐거움을 전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지난 11월22일 옥천여자중학교(교장 박정애) 1학년 학생들이 교실 밖으
차곡차곡 쌓은 실력을 맘껏 펼쳤다. 촉박한 대회 일정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의연했다. 정정당당하게 겨뤘다.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임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는 말을 몸소 실감했다. 우리고장 천무관 하랑도장(관장 박정균) 수련생들은 올해 마지막 시합을 마치고 더 끈끈해져 돌아왔다.지난 11월6일 청주시 유도회관에서 ‘제15회 충청북도 교육감기 전국 청소년 합기도 대회’가 열렸다. 한국청소년화랑단연맹이 주관한 이날 대회에 천무관 하랑도장 수련생들이 출전해 낙법·호신술 등 모든 기술 부문에서 상을 거머쥐며
옛날엔 왜 그렇게 추웠던지 김장 때만 되면 걱정이 되었다. 배추를 씻어 놓으면 배추에서 고드름이 달려있었다. 고무 장갑도 없었고 맨손으로 찬물에 그 추운 날 모든 것을 밖에서 했다. 지금 같이 조금 하는 것도 아니고 열 식구가 다 되는 가족이 겨울 내내 먹을 것이니 그 양이 얼마나 많았을까 지금 생각하면 산더미다. 그러니까 김장 품앗이도 있었던 것 같다. 오늘 우리집에서 하면 다음은 누구네 집 돌아가며 날을 잡아 힘을 빌린 것 같다.그렇게 지혜롭게 하면서 우리 어머니들이 사신 것 같다. 지금은 양도 적고 절여서 씻어 집으로 배달이
계절은 육상경기의 릴레이식 바톤을 넘겨주듯 물 흐르듯 흘러간다. 옷깃을 여밀게 하는 찬바람이 활짝 열어 제켰던 창문까지도 닫아 버리게 한다. 그동안 힘들게 농사지은 온갖 채소와 식량들이 보상을 하는 따끈한 아랫목의 이야기가 기다리는 계절이다. 부산하게 움직이던 농삿일도 돌아서면 쉴 사이 없이 온 땅을 기어 다니며 가득 메꾸어 주던 지겨운 이름 모를 풀들도 고개숙여 너무도 조용해졌다. 간혹 굴뚝에서 춤을 추며 빠져나오는 연기의 현란함이 정겹다. 논과 밭을 가득 채웠던 작물들의 잔해는 산불감시하는 사람들의 출퇴근 시간 전과 후에 알게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 햇볕좋고 춥도 덥도 않고 생국하게 마음이 밖에 나가보자고 조른다. 나도 나가 한없이 돌아보고 싶은데 다리가 아프다. 허벅지 안쪽이 저리고 마땅찮아서 좀 걷기가 어렵다. 안 나으면 어쩌지? 장애인이 되는 건가? 내일도 그 다음날도 계속 아프면 어떻게 하나? 점심은 뼈다귀탕을 먹었는데 나는 별로였다. 또 가자면 안 간다고 하겠다.그럼 어디가 좋아. 맥우나 연희네해장국이나 오프램, 미가가 좋다. 점심 먹고 오는데 9층 7호에 사는 분이 사과를 잔뜩 가져온다. '사갖고 오는 거 아니에요'라고 물으니 '보은서 가져와요
11월이 되면 마음이 바쁘다. 이것 저것 겨우살이 준비를 해야 한다. 김장도 해야 하고, 두터운 이불과 겨울 옷도 꺼내 두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들보다 더 마음 쓰게 하는 것이 수능 시험이다. 수험생을 둔 가정에서는 온 통 거기에 신경을 쓰게 된다. ‘60년대 학교를 다닌 나에게는 오늘날과 같은 수능 시험이 아니라 각 대학에 따라 자체적으로 치러지는 시험 이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1차와 2차로 나누어져 있었다. 지금과 다른 것 또 하나는 시험을 치르는 날 점심은 도시락을 싸와서 교실에서 먹어도 되고, 교문 밖으로 나가 사 먹어
지난 11월7일 옥천 복지관에서 문자가 왔다.금구천(삼양초~향수한우타운)에서11월8일~11월10일 오후1시~4시까지 한바퀴 걷기를 한단다. '쓰담이란:쓰레기 담기', 쓰담 쓰담 걷기(쓰레기 주우며 걷기)를 통해서 '우리동네 환경도 지키고 내 건강도 지켜보세요'라는 취지란다.옥천 지역의 노인 및 장애인 누구나 참여 가능이란다.1. 3일 동안 쓰레기 주우며 걷고 확인증 도장을 받는 시스템2. 우리집 재활용 아이디어 사진 찍고 확인 도장을 받기1. 참여에는 도장횟수만큼 기본선물이있고2. 참여에도 또 선물이 있단다선물때문에 참여하는 분이야
은행잎들이 노랗게 물들며 깊어지는 가을. 금구천에 놀러온 오리 가족들은 포근한 날씨에 일광욕을 즐긴다. 썬캡과 모자를 쓴 어르신들이 하나둘 금구천 산책로에 나온다. 손 붙잡고 나란히 걷는 부부, 평소 산행을 좋아하시는지 등산복을 입고 온 분들, 생각보다 더운 날씨에 점퍼를 허리에 둘러맨 분들. 다들 한 손에는 노란 종량제봉투를 들며 쓰레기를 줍고 이날 즐거움을 만끽한다. 저마다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동네 이웃들이 모처럼 야외에 모였다. 끝 모르는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어디 마을 잔치라도 하는 걸까. 금구천 산책로에 사람들이 무슨
“어머, 세상에. 육영수 여사님이 살았던 곳이구나. 부잣집이었네.”“여기 봐봐, 50년 12월12일에 결혼하셨다고 나와 있어.”“기념으로 다 같이 찍자. (뒤에) 육영수 여사님 사진 가리지 말고.”가을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던 지난 8일, 구읍에 있는 육영수 생가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날 오전 10시에는 대전 동구에 사는 부녀회원 100여명이 찾아왔고, 오후 3시를 넘어서는 서울에 들렀다가 부산으로 가는 일정 중간에 옥천에 들른 관광객들이 찾아와 인산인해를 이뤘다.우리나라 현대사에 족적을 남긴 옥천의 대표적 인물로
13년째 운영중인 옥천한우협회 직영 ‘향수한우판매타운’이 수 일간의 내부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했다. 약한 화력으로 고기의 맛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두 배 강한 화력을 갖춘 화로를 구비했다. 이번 시설 개선을 통해 향후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는게 향수한우판매타운 측의 예상이다.삼양리 20-4번지에 있는 향수한우판매타운의 고질적 문제중 하나가 바로 전기화로의 약한 화력이었다. 13년전 설치한 화로를 계속 사용하다보니 고기가 익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만큼 육즙이 빠지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화력을 높이는
사진은 옥천금강 수변공원과 군서 어울림 공원이고 스마트폰 촬영입니다. 정확히는 군서 어울림 여가녹지 입니다.준공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화장실 마감재가 변형 되어 있어 본 지가 한달 가까이 되었는데 그대로 있네요. 강아지랑 공원에 산책을 자주 가는데 이런 것이 자주 눈에 띄네요.
영화를 보면 전쟁 중 피난을 가는 가족들 가운데 어린 꼬마들은 인형을 안고 가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나도 이 아이들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어릴 때 나는 종이로 인형 옷을 만들어 성냥개비에 입히는 놀이를 많이 했다. 초등학교 4, 5학년 쯤 되어서는 천으로 인형을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다. 몇 날 며칠 씩 몸체를 만들어 솜을 꾹꾹 집어 넣고, 얼굴을 색연필로 그렸다. 그리고 옷을 만들어 입혔다. 어느 날은 드레스를, 또 어느 날은 바지 저고리를 갈아 입히곤 했다. 오로지 그 일에 꽂혀 있었다. 그러느라 공부는 뒷전 이었다.
기온의 차가 조석으로 다르다. 입동이 지나서 인가? 여기저기 밤사이 바람 불어 헤쳐진 풀잎을 덮어주는 친절한 하얀 서리가 눈을 호강시킨다. 바라보는 아름다움, 밑바닥에 숨죽이며 깔려있는 살얼음, 양면성이다. 사람으로 보면 이중인격자다. 그래도 초겨울을 알리는 이 신호를 나는 좋아한다.황금들판이다 싶었는데 어느새 허전한 들판은 커다란 공룡 알들의 정체가 널부러지게 온 들판을 누비고 있다. 처음엔 신기했다. 그래서 안개 낀 새벽녘이면 카메라 샷을 누르고 좋아했다. 별로 알고 싶지는 않아 지나쳤는데 이제는 알아야 한다. 조사해 본 결과
지난 9월 이백리마을 주민들이 제천 청풍면 도화마을을 견학했어요. 도화마을 이장님께 설명회 강의를 듣는 순간 느낌이 왔습니다. 나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마을 공동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솔선수범하여 열심히 협력하여 이뤄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느꼈지요.또 한 가지는 누군가가 후원자가 있어야 하는 일이고 나아가서 지원자가 있어야 되는 일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2년 동안 했다고 하는 말씀 중에 내가 들을 때는 씨를 뿌려야 수확을 본다는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마을 사람들께서 10%만 채워주면 그 씨앗이 몽글몽글 자라난다고요.우리 마을처
충북 괴산에 있는 가로수 이야기는 어찌나 아름다운 풍경에 젖어 또 10년이 지났다고 하더라구요. 그 옛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환갑 잔치상에 곱디 곱게 오색가지 물을 들인 은행을 자로 몇 자씩 돌려가며 색색깔로 목기에 고여 놓으면 얼마나 아름답고 예쁘던지. 환갑잔치가 끝나면 고운 색깔 은행을 얻으려고 기다렸던 그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요.얼마나 지루하던지 기다리다가 그만 잠이 들었던 기억이지요. 그런데 은행 열매는 냄새가 지독해서 사람들이 인상을 쓰면서 달아날까요. 노란 은행나무 잎에는 사포닌이 들어있고 색깔이 너무 아름답지요
3월 학기가 시작되어 긴 겨울 방학을 끝내고 다시 교정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새로 지어진 건물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어 모두들 좋아했다. 새 교실은 지어졌지만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 길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기독교 학교라 ‘채플’을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자리도 지정되어 있어서 빠지면 결석이고, 몇 번의 결석은 곧 학점 미달로 처리하게 되어 있었다. 사실 처음 입학해서 시간표에 채플이라고 인쇄된 것을 보고, 무슨 시간인지 몰랐다. 참석하고 나서야 예배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교회는 ‘처치’(church)
10월의 시골길은 보기만 해도 눈과 배가 호강한다. 아침 새벽길을 걷노라면 여기저기 떨어져 배가 터진 안타까운 녀석들이 보인다. 살포시 떨어져 예쁘게 놓여있는 것들. 보기만 해도 입가에 침이 돋는 홍시들이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길거리에 자판을 깔아놓았다.도시에 살면 마트나 백화점에서 예쁘게 상품으로 포장되어 팔려나갈 홍시 들이다. 그런데 시골길에 떨어져 널려있는 홍시 사려는 사람 없고 팔려고 하는 사람도 없다. 그저 마음대로 가져가라고 깔려있다. 혹시나 밟을까 봐 조심스럽게 지나치다 아까워 되돌아 비닐 주머니에 금세 하나 가득 담아
내가 살던 곳은 파란 하늘을 보지 못 했다. 그곳은 바로 서울이라는 특별시다. 살던 곳에서 북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조금은 다른 하늘이 보이는 곳이 있다. 4.19 탑이 있는 곳이다. 그곳은 우이동 골짜기라 나무도 있고 숲도 우거진 곳이라 하늘이 조금 맑게 보인다. 다른 곳은 차에서 나오는 매연 때문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없다. 공기 또한 마찬가지다. 숨쉬기 조차 어렵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힘든 것인 줄은 다들 잘 모른다. 금산 사는 동생이 서울에 왔는데 숨을 못 쉬겠다고 하면서 '아이구 서울 사람들 독한 사람들이다, 여기서 어떻
요즘 친구가 다니는 직장 동료들과 몇 번 가벼운 등산을 한 적이 있었다. 청주에서 시골로 출퇴근하는 그녀들은 한 자녀가 있는 여간호사와 아직 혼자인 30대 초반의 아가씨. 산행을 하면서 간호사가 내뱉는 언어는 굉장히 노골적이고 적극적이었다. 착착 감겨 들어오는 뜨거운 언어다. 산을 내려오면서 쉴새없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그녀.“내 친구들이 나를 천연기념물이라고 그래”“왜?”“아직 애인이 없다고” 임상수 감독의 도발적인 영화 이 가벼운 충격을 준 적이 있다. 나는 그다지 새로운 소재가 아니라서 시큰둥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