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박 속에 훈제오리가 쏘옥 들어가서 별미를 자랑했던 매화리 우미관이 옥천 유일의 린나이가스대리점으로 변신한 데는 이유가 다 있었다. 주인이 바뀌거나 건물이 매각된 것은 아니었다. 업종을 바꿨을 뿐이다. 각각 고향이 옥천읍 매화리와 동이면 세산리로 옥천토박이인 손세현, 임명희(50)씨 동갑내기 부부는 일찌감치 결혼해서 터를 잡기까지 지역에서 많은 고생을 했다. 스무살 성인이 되자마자 결혼해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으니 그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리라. 손세현 씨는 죽향초, 옥천중, 옥천공고 전기과를 졸업하자마자, 가스 일부터
전시관 문을 여는 순간 보랏빛 색채의 향연들이 느껴진다. 보랏빛이 주는 힘은 무궁무진하다. 신비롭고 창조적인 것이 창작의 욕구를 마구 샘솟게 한다. 적어도 보라색은, 전 은 작가에게 조금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파스텔톤의 보랏빛과 푸른색이 섞인 색채를 따라 그림 속 의미를 느껴보면 그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느낄 수 있다. 자유, 행복, 여유 같은 것들.■ 나에게는 친근하고도 예술적 영감을 주는 옥천구읍 교동 갤러리 카페에서 열린 전 은(56, 충북 영동군) 작가의 7번째 개인전 ‘Dreaming Life’는 청주 가람 신작에
■ 뽕나무집 딸, 양잠학교 나와 양잠교사 되다1947년 읍 마항리에서 5남매 중 맏딸로 태어났다. 옥천이 실을 생산하기로 한창 유명했을 때, 아버지는 뽕나무를 재배하셨다. 가족들이 일하러 가면 동생들을 돌보는 건 내 몫이었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고모와 번갈아가면서 하루는 동생들을 돌보고, 하루는 학교에 갔다. 그러느라 졸업이 조금 늦었나 보다.9살에 들어간 학교를 16살에 졸업했다. 어렵사리 삼양국민학교(15회)를 졸업했는데, 그땐 월사금을 안 내면 졸업장을 안 주는 시대였다. 고모랑 나랑 아버지를 붙잡고 ‘아이고 아버지’하고 울
처음보는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어색한 건 둘째 치고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상대가 불순한 의도로 내게 접근한 사기꾼이면 어쩌나. 그 뿐인가, 말은 토씨 하나에 전혀 다른 의미가 되어버리고 듣는이의 생각에 따라 의도가 왜곡되어 전달 되기도 한다. 그러니 그들의 거절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낯선 전화번호를 누른다. 연결음이 간다. 소리가 멈추더니, 목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으면 좋을 텐데. ■ 우리 동네 상가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묻고 또 묻다그의 하루는 낯선 목소리와 거절들로 가득
현대 여성들은 많은 강박관념을 지니며 살아간다. 공부도 해야 하고, 직위도 있어야 하고, 외모도 가꿔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며, 여기에 자녀들이 있으면 양육도 챙겨야 한다. 지난 6월 한 달간 구읍에 있는 갤러리카페 교동에서 를 주제로 전시를 연 김경희(58, 대전) 작가는 말한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더 나아가 이제는 여성들이 자기 색깔을 마음껏 드러내 자기 욕망을 표출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여성과 동일시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석이 어울린다고 봤다. 여성과 보석
[옥천, 청년을 만나다] 막연하게 만나고 싶었다. 옥천에 사는 청년이 있다면 어디든 가보자는 심산이었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어떤 이야기든 듣고 싶었다. 요즘 어떻게 사는지부터 해서 취미는 어떤 게 있으며 고민거리는 없는지 알고 싶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시간이 훨씬 많은 이들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뿐이다. 비가 조금씩 내리던 지난 6월7일 오후1시, 올해 초 군 제대한 20대 옥천 토박이 두 청년을 둠벙 카페에서 만났다. 자연스레 군대 이야기부터 시작했다.정준혁(23, 읍 수북리) 씨는 강원도 춘천에 있는 특
초등학교 시절, 필자는 피아노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학원 등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알았다. ‘아, 나는 피아노 적성이 아닌가 보다.’ 머리와 손이 따로따로 놀았다. 기초부터 배운다고 교본에 있는 악보에 맞춰 건반을 누르는데 따분하게 느껴졌다.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렇다고 바로 그만두지 않았다. 학원비를 내준 부모님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한 1년을 다녔을까. 체르니 100번을 마치고 한계를 느껴 그만뒀다.실은 피아노학원을 쉽사리 못 그만둔 이유가 또 있었다. 마음에 담아둔 이성 친구가 있
할머니 등에 업혀 옥천을 봤다. 어릴 적 봤던 서정리의 아름다운 꽃들이 기억에 남아서일까. 어느순간 집에서 네일아트를 하고 있더라. 내 손으로 만들어내는 작은 ‘손톱꽃’들은 어렴풋이 기억하는 할머니의 등처럼 포근하고 친근하다. 전동 휠체어와 장애인 콜택시를 두 다리 삼아 옥천에 살아온지 벌써 46년. 읍내 사회적 기업 경리직에 일을 하고 있지만, 머릿속은 온통 네일아트 뿐이다. 남들과 다른 삶에 네일아트는 그저 ‘선물’같았다고. 이제 기다리는 거엔 신물이 났다. 그래서 네일아트가 좋더라. 내가 노력한 만큼 예뻐지는 정직한 손톱이 좋
좋은 먹거리는 건강한 육체의 기본조건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좋은 먹거리를 찾아 발품을 팔기도 한다. 이처럼 친환경 농산물, 건강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 간다. “지난 19년 동안 농장을 운영하며 친환경농법을 고수했습니다. 사과 대추를 무농약으로 재배하고 그 나무 밑에는 각종 나물과 건강한 식재료를 재배해 먹고 있습니다. 이런 농사일과 관련되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건강과 발효식품에 관심이 많아 이와 관련해서 가진 지식에 대한 이야기들을 유튜브에 담고 있습니다” 이원에서 사과 대추 농장을 운영하고 유튜브 채널에 농
박경모-김우진-김종호 선수와 같이 세계 제패를 한 이원출신 궁수의 계보를 이을 선수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지난 6월12일 대통령기 전국대회에서 이원출신 이효범(17, 충북체고), 김필중(23, 한국체대) 선수가 나란히 고등부 대학부 개인전에서 1,2위를 기록한 경사가 한달이 지나자마자, 이원중 후배가 전국대회 단체전 우승을 이끌며 그 명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전북 임실에서 개최한 제43회 화랑기 전국시도대항 양궁대회 단체전에서 청주, 충주, 옥천 등이 연합한 충북팀에 유일하게 참가한 이원중학교 금왕산(
미용 일을 시작한지 자그마치 20년이다. 중학생 때부터 미용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다. 단우미용학원 원장 권영숙(40) 씨는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아이들의 머리를 담당해주는 소녀 미용사였다. 졸업사진을 찍을 때면 친구들은 언제나 자신한테 머리를 내주었고, 그녀는 그런 일들이 너무나도 큰 기쁨이었다. 23년 동안 미용 외길인생을 걸어온 그녀는 아직도 일이 행복하고 즐겁기만 하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 지치는 법이 없다. 수원에서 나고자라 미용인생의 절반을 보냈던 고향에서, 아무런 연이 없던 옥천으로 와 미용학원을 개업한 연유는 무엇이
1952년생 금장로 임재근 옥천의 40년 된 생활유산인 노포(老鋪), 신기닭집한동네서 같은 일을 40년 한다는 건 인심을 잃지 않았다는 것, 곧 신뢰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나는 생활유산인 노포(老鋪)의 점주들을 존경한다. 40년간 노포를 운영하고 계신 사장님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뵙기 전부터 인상 좋은 이웃 아저씨를 머릿 속으로 그리면서 신기닭집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마자 따님 수정씨의 인형같이 생긴 두 공주님과 아버님을 뵈면서 적잖이 놀랐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잘 생기셨다. 영화배우 신성일과 닮으셨지만 더 잘
시골농촌에서 문화예술의 꿈을 갖기란 쉽지 않다. 부모와의 갈등은 필연적이고, 연마하기 위해 다녀야 하는 학원 자체가 없어 인근 도시로 찾아야 한다. 남들보다 진학을 위해 비용과 시간을 배로 이상 투자하지 않으면 꿈을 이룰 재간이 없다. 하고 싶은 일은 죽어도 해야 하는 법. 한상윤씨는 고등학교 때 노래에 꽂혀 결심을 했고, 그 결심을 지키기 위해 오로지 노래에 심취하고 매진했다. 학교를 일찍 마치고 하루 꼬박 10시간, 재능을 확인할 수 없었던 그는 ‘마음마저도 노력하고’, 노래에 취해 대전 보컬학원에 내내 살다시피 했다. 꿈에 그
동이면을 지나 금강을 끼고 궁촌재를 넘는다. 여기저기 공사 중인 도로를 뒤로하고 한참을 달리면 어느샌가 구수한 생선국수 냄새가 나는 듯하다. 옥주사마소 앞 집에서 자동차로 40여 분. 그제야 도착하는 청산은 가깝고도 먼 곳이다. 덕의봉과 도덕봉의 품에서 평생을 살아오니 이곳 사람들은 보청천의 맑음을 빼닮았다. 그래서 이곳이 좋다. 벌써 4개월째 하고 있는 청산초 교장 이기분(60, 옥천읍 상계리) 씨의 출근길이다. 구읍에서 태어나 죽향초(66회)를 졸업했다.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보고 선생님의 꿈을 키웠다. 청주교대를 졸업하고 꿈
계곡에서 친구들과 흐르는 물에 발을 담갔다. 발을 요리조리 피해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구경한다. 밤에는 불가사리처럼 누워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고 해가 뜨면 섬진강을 따라 강아지들과 뛰어다닌다.그러다가 집 앞마당에 심어져 있는 복숭아나무에서 복숭아를 따다 한 입 베어 물면 웃음이 쏟아졌다. 몇가지 추억만으로도 살아갈 힘을 얻곤 한다. 그의 원동력은 경상남도 하동에서의 추억이다.초등학교 2학년, 자연에서의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부모님은 강지연씨(31,안남면)를 데리고 하동으로 갔다. 1년 간 하동에서의 기억이 그에게 진하게 남았
이원면 이종무 1937년마을 입구 느티나무 한 그루, 오랫동안 오가는 주민들의 벗이 되어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메아리로 돌려주고 지나는 차 소리, 세상의 소란한 소리들도 모두 삼키며 든든한 이웃이 되었다. 나이가 몇 살 인지 알 수 없으나 아마도 그 동네에서 나이 많기로는 몇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말 그대로 이원의 ‘터줏대감’이다. 느티나무와 벗 되는 터줏대감이 한 분이 더 계신다. 이종무 아버님 무수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마을이 아버님을 지키고, 아버님도 마을을 저버리지 않았다. ■ 징용, 겁에 질린 얼굴로 내 시야에서 멀어지던
얼마 전 한 연예인이 주짓수 블랙벨트를 획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주짓수는 종합격투기 대회에서 자주 사용되는 기술로 알려지며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가 점점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구름주짓수&PT’ 구건림(35, 옥천읍 문정리) 관장은 호신술로써의 주짓수를 먼저 설명했다. “주짓수만큼 단일 무술로 누군가로부터 위협을 받거나 안 좋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자기 몸을 지키기에 좋은 무술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상황에서 주짓수가 가장 활용도가 높은 무술이죠” 구건림 관장은 “주짓수가 몸을 지
“너 망하려고 아주 작정했구나, 빨리 나와!” 몇 년 전 미용하는 친구들에게 전화가 빗발쳤다. 무슨 일 때문에 호들갑인가 싶더니 뉴스에 그런 내용이 떴단다. 도내에 점포 수가 가장 많은 업종 1위가 미용실이라는 통계가 나왔다는 소식이다. 적정 수준을 넘어 망할 확률이 무려 90%라며 친구들이 겁을 주곤 했다. 어서 나오라고 아우성이다. 옥천이 인구 대비 미용실이 적지 않은 편이긴 했다. 실은 고민이었다. 얘네 말을 들어야 하나.그런 고민, 이제 옛날 일이 됐다. 옥천에 터 잡고 살겠다는 마음으로 이번에 미용실 인테리어를 싹 바꿨다.
동이면 평산리에서 4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홍역으로 먼저 떠난 형과 동생을 뒤로하니 어느 샌가 장남이 됐다. 뒤를 돌아볼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이 벌써 예순. 바삐 달려온 탓에 달리기엔 도사가 됐다. 동이초(37회), 동이중(7회)을 나온 박희복 씨가 체육계에 몸 담은지 어언 50여년. 인생의 반은 선수, 나머지 인생의 반은 청소년지도자와 충북체육회 이사로 체육발전에 헌신했다. 둘 있는 아들도 벌써 결혼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고향 동이면 아버지의 땅에 조그마한 태양광 밭을 마련해 옥수수와 감자도 심었다. 그제야 주
많은 대가나 인정을 바라지 않고 포용했다. 자식들을 위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인내한 삶이었다. 겸손하면서도 성실한 사람. 다정하게 때론 엄하게 보여야 했다. 이 모든 게 삶을 살아내는 여정의 일부였다. 빈 그릇, 자기 안에 자기만 없을 뿐 모두가 다 들어올 수 있었다. 이 그림들은 세상에 아버지라 불리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았다.지난 5월 한 달 동안 구읍 갤러리카페 교동에서 을 주제로 전시를 열었던 김희경(61, 대전 유성구) 작가. 그는 아버지라는 호칭을 가진 모든 이들을 기리며 코뿔소를